반도체에 관한 잡설
HBM 광풍은 계속될 수 있을까?
최근 반도체, 특히 HBM 관련해서 시장의 열기가 상당히 강합니다.
AI 투자는 계속되고 있고, 빅테크와 CSP들의 Capex도 여전히 공격적입니다.
다만 저는 요즘 HBM 자체보다 데이터센터의 실제 건설 속도를 더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AI 거품론이 아닙니다.
AI 수요가 사라진다거나, 빅테크의 투자가 갑자기 멈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AI 수요는 여전히 강합니다.
문제는 그 수요를 현실세계의 인프라가 제때 받아줄 수 있느냐입니다.
1. 수요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세계 병목의 문제
지금 시장은 AI 수요를 거의 무한에 가깝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 자체는 저도 크게 부정하지 않습니다.
구글, 오라클, 코어위브, 네비우스 같은 CSP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RPO와 백로그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이건 AI 컴퓨팅 수요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계약으로 잡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RPO는 수요의 증거이지, 데이터센터가 제때 완공된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계약은 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계약을 실제 매출로 인식하려면 데이터센터가 완공되어야 하고, 전력이 연결되어야 하며, 냉각 시스템과 서버 랙, GPU 클러스터가 정상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즉, 종이 위의 수요와 현실세계의 MW는 다릅니다.
저는 지금 이 괴리를 보고 있습니다.
2. 데이터센터 증설은 생각보다 매끄럽지 않다
최근 데이터센터 관련 자료들을 보면, 시장 전체의 방향성은 분명히 우상향입니다.
AI 수요 때문에 데이터센터 용량은 계속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늘어나야 하는 속도만큼 실제 건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북미 쪽에서는 인허가, 조닝, 전력 조달, 송전망, 변전 설비, 지역 주민 반발 같은 문제들이 계속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반도체처럼 주문 넣으면 바로 찍어낼 수 있는 자산이 아닙니다.
토지가 있어야 하고,
전력이 있어야 하고,
변전소와 송전망이 필요하고,
냉각 시스템이 깔려야 하고,
지역 인허가도 통과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실제 AI 서버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지금은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리는 구간이 점점 보이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3. HBM 리스크는 여기서 시작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기본 가정은 이렇습니다.
AI 수요가 강하다.
GPU 수요가 강하다.
그러니 HBM은 계속 부족할 것이다.
이 흐름 자체는 지금까지는 맞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공급부족 논리가 완전히 깨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데이터센터 완공이 밀리면, GPU 서버 설치가 밀립니다.
GPU 서버 설치가 밀리면, HBM 소화 속도도 밀릴 수 있습니다.
이건 HBM 수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요는 있는데, 그 수요가 실제 설치와 매출 인식으로 전환되는 타이밍이 늦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연이 한두 분기 정도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공기 지연이 구조적으로 길어지면, HBM 체인에도 재고와 ASP 압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시장이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지금 당장 HBM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HBM이 끝났다거나, 반도체를 숏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지표만 보면 빅테크와 네오클라우드의 AI 인프라 수요는 여전히 강합니다.
RPO와 백로그도 증가하고 있고, Nvidia GPU 수요도 아직은 견조합니다.
다만 문제는 시장이 너무 한쪽만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은 HBM 부족만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공기 지연이 HBM 수요의 병목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리스크라고 봅니다.
5. RPO가 크다는 건 분명히 좋은 신호입니다. 이게 매출로 인식되는건 다른문제라는것.
RPO는 결국 계약잔고입니다.
중요한 건 그 RPO가 언제,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인식되느냐입니다.
RPO가 아무리 커도 데이터센터가 제때 올라가지 못하면 매출 인식은 밀립니다.
그리고 매출 인식이 밀리면, GPU와 HBM의 실제 소화 속도도 같이 밀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봐야 할 것은 단순히 “RPO가 크다”가 아닙니다.
봐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RPO 증가율만큼 실제 데이터센터 용량이 올라오고 있는가?
Capex 증가율만큼 active MW가 증가하고 있는가?
서버 설치 속도가 HBM 생산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저는 이 숫자들이 앞으로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6. 오히려 진짜 멀티플을 받을 자산은 데이터센터일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 상황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AI 투자는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AI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리스크입니다.
문제는 그 수요를 받아줄 수 있는 현실세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앞으로 더 높은 멀티플을 받을 수 있는 자산은 단순 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전력망을 확보한 데이터센터,
장기 전력 계약을 확보한 사업자,
냉각 시스템과 변전 설비를 갖춘 부지,
인허가가 이미 끝난 캠퍼스,
온사이트 파워를 붙일 수 있는 인프라.
이런 자산들의 희소성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그 수요를 현실세계에서 받아줄 수 있는 데이터센터는 제한적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핵심은 이겁니다.
AI 수요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수요를 실제 MW로 바꿔줄 수 있느냐.
7. 제가 보는 핵심 리스크
제가 앞으로 체크해야 한다고 보는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북미 데이터센터의 건설 중 용량과 실제 완공률.
둘째, CSP와 네오클라우드의 RPO 증가율 대비 실제 매출 인식 속도.
셋째, Nvidia의 고객 재고 및 출하 타이밍 관련 코멘트.
넷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의 HBM ASP와 재고자산 회전율.
다섯째, TSMC CoWoS 및 첨단 패키징 예약률 변화.
여섯째, 전력기기, 발전기, 냉각 업체들의 백로그와 리드타임.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단순한 데이터센터 지연 뉴스가 아닙니다.
진짜 위험 신호는
HBM 가격이 꺾이거나, 첨단 패키징 예약률이 흔들리는 순간이라고 봅니다.
그때부터는 단순한 공기 지연이 아니라, 반도체 체인으로 리스크가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현재 AI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저는 AI 거품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지금 시장은 AI 수요의 강함만 보고 있고, 그 수요를 받아줄 현실세계 인프라의 병목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HBM 부족 논리는 아직 유효합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공기 지연이 길어질 경우, 그 부족 논리는 어느 순간 재고 부담과 ASP 압박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필요한 건 무지성 숏도 아니고, 무지성 롱도 아니라고 봅니다.
AI 수요는 강하다.하지만 현실세계 인프라는 그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이 괴리가 커지는 순간, HBM 체인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모두가 HBM 부족만 이야기할 때, 저는 데이터센터 병목이 HBM 수요의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