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밀크티의 능동적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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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선택을 내리기 위한 역사공부와 새로운 인풋 채우기 능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피터린치, 마크 미너비니식 투자를 지향합니다. 소비재, 시대정신에 맞는 산업재, 2단계 주식, 추세추종 좋아합니다 @jasonkim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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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파일이 되고, 파리는 마인크래프트를 날아다닌다
초파리 한 마리가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날아다닌다. 나는 그 영상을 세 번쯤 돌려봤다. 두 번째쯤 되니 그게 파리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것,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것으로 다가왔다.
2026년 9월 3일, 구글과 미국의 한 연구소가 수컷 초파리의 뇌를 통째로 지도로 그려냈다고 발표했다. 신경세포 166,700개와 그 사이의 연결선을 하나도 빠짐없이. 현미경으로 찍은 수백만 장의 얇은 단면을 AI가 3D로 이어 붙여 만든 결과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9월 4일, 어떤 개발자 한 명이 그걸 마인크래프트에 옮겨 넣었다. 지도 위의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그 신호가 게임 속 파리의 다리를 움직인다. 혼자 만들었고, 옆에는 GPT-6 Astra가 있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한 생명체의 뇌를 완전히 복제해서 처음 시킨 일은, 마인크래프트 비행이다.
https://x.com/evnsnclr/status/2095975490708291948?s=46
지도가 나온 9월 3일과 그 지도가 걷기 시작한 9월 4일 사이의 하루. 그 하루 안에 앞으로 10년이 접혀 있는 것 같았다.
뇌가 파일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파일은 복사된다. 파일은 고쳐진다. 파일에는 버전이 붙는다. 이번 게 1.0이니 조만간 1.1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신경세포 몇 개를 지워보고 파리가 넘어지는지 볼 것이고, 누군가는 연결을 조금 세게 만들어보고 파리가 더 빨리 도는지 볼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실험은 살아있는 파리를 해부해야 가능했다. 이제는 텍스트를 고치면 된다. 그 다음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냄새 맡는 부분만 떼어서 가져다 쓰고, 날개 조종하는 부분만 떼어서 드론에 얹는다. 자연이 1억 년 걸려 다듬어 놓은 부품들이 누구나 갖다 쓰는 공용 부품이 된다. 진화가 만든 것에는 특허가 없다.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마인크래프트에서 돌아간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열 살짜리가 켜는 게임이다. 문명은 늘 가장 어려운 것을 가장 쉬운 자리로 끌어내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인쇄술은 성경을 수도원 밖으로 꺼냈고, 개인용 컴퓨터는 계산을 연구소 밖으로 꺼냈고, 이제 게임이 뇌를 대학 밖으로 꺼낸다. 어려운 것이 쉬운 자리로 내려오면 실험의 수가 폭발한다. 연구소 열 곳이 하던 일을 아이들 만 명이 한다. 어떤 아이는 파리 두 마리를 같은 방에 넣어보고, 어떤 아이는 천 마리를 넣어본다. 어떤 아이는 파리의 눈에 게임 속 햇빛을 연결하고 다리에 블록의 감촉을 연결한다.
그 순간 파리는 처음으로 자기 세계를 갖는다. 냄새가 없는 세계에서 냄새 맡는 신경은 가만히 있을까, 아니면 없는 냄새를 지어낼까.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 질문에 답하는 데 이제 논문은 필요 없다. 유튜브 영상 하나면 된다.
만든 사람이 한 명이었다는 대목이 무섭다. 뇌 전체를 컴퓨터에서 돌리는 건 원래 연구소 단위의 일이었다. 그걸 한 사람이 하루 만에 해냈다. 옆에 AI가 있었다는 말은 읽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사이의 벽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논문을 읽은 사람이 그날 저녁에 그것을 만든다.
생각과 실행 사이의 거리가 0에 가까워지면 남는 것은 양질의 의도 밖에 없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하필 그것인가. 앞으로는 이 두 가지의 질문이 가장 비싼 자산이 된다.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도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는 건 곁가지다. 통찰적인 궁금증이 그날 밤에 돌아가는 무언가로 바뀌는 속도,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시간 순서대로 상상해보자.
몇 달 안에 코드가 풀리고 수만 명이 파리를 돌린다. 누군가 파리에게 먹이 찾는 법을 가르친다. 진짜 초파리는 평생 배우지 못하는 걸 디지털 파리는 배운다. 자연의 파리와 디지털 파리의 행동이 갈라지는 지점이 생긴다. 그 지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첫 논문을 쓴다. 그 논문의 저자는 교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중학생일 가능성은 꽤 있다.
반년쯤 뒤에는 물고기와 양서류, 파충류의 차례다. 그 다음이 진짜 문턱이다. 쥐. 초파리의 400배쯤 되는 뇌. 쥐의 뇌가 열리는 순간 이야기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쥐는 배우고, 무서워하고, 기억한다. 디지털 쥐가 어제 지나온 미로를 기억해내는 순간 우리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묻게 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꺼도 되나. 그 질문에 답하려면 산 것과 죽은 것의 정의부터 다시 써야 한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뇌 지도는 재산이 된다. 초파리 뇌는 공개됐다. 쥐 뇌도 공개될까. 쥐의 뇌 지도를 어느 회사가 독점하는 순간 그 회사는 생명의 설계도를 손에 쥐게 된다. 우리는 인터넷을 열린 채로 지킬 수 있을지를 두고 20년을 싸웠고, 지금은 돈을 두고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 생명체의 뇌에서도 같은 전쟁이 열린다.
머잖아 뇌와 몸은 분리될 것이다. 검증된 뇌 회로에 값이 매겨지고, 검증을 통과한 회로만 로봇 안으로 들어간다. 파리의 뇌는 날개 대신 프로펠러를 얻고, 쥐의 뇌는 다리 대신 바퀴를 얻는다. 지금까지 모든 뇌는 자기 몸 하나를 위해 만들어졌다. 처음으로 그 짝이 풀린다. 뇌가 몸을 고를 수 있게 되면 몸은 옷이 된다.
이제 인간이 차례가 다가온다. 초파리의 50만 배. 초파리에서 인간까지의 거리는 기술의 거리가 아닌 시간의 거리다.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언제 되느냐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 미래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초파리를 마인크래프트에서 돌리는 열 살짜리 아이가 어른이 될 무렵이면 그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질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뇌가 파일이 되는 날, 죽음이 아닌 하나라는 개념이 흐려진다. 파일은 복사된다. 나의 의식을 두 개 돌리면 어느 쪽이 나인가. 둘 다 나라면 나는 이제 우리가 된다. 우리가 된 종의 개체들은 서로 다른 몸에 들어가고,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서로 다른 일을 겪고, 저녁에 만나 기억을 합친다. 하루 만에 백 년을 사는 존재가 나타난다.
다음으로 무너지는 건 시간이다. 컴퓨터 속의 뇌는 우리보다 빨리 돌 수도 있고 느리게 돌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1초 동안 십 년을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우리의 십 년을 1초로 건너뛴다. 같은 방에 앉아 있어도 각자 다른 속도의 시간 속에 산다. 대화라는 게 가능하기는 한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파리 쪽에서도 한 번 생각해보자. 그 파리는 자기가 마인크래프트 안에 있다는 걸 모른다. 뇌는 자기 바깥을 볼 수 없고, 들어오는 신호만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이 증명된다. 우리도 누군가의 마인크래프트 속에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방금 만든 것은 최초의 디지털 생명일까 최초의 디지털 표본일까. 죽은 것과 산 것 사이에 새로운 단계가 생겼고, 우리는 아직 그것에 적절한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이름이 없는 자리에 새 산업이 생기고, 새 종교가 생기고, 새 법이 생길 것이다.
읽고 이해하는 시대에서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생성하는 시대로. 그렇게 생성하는 시대에서 생성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묻는 시대로.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생성하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는 시대로.
초파리는 그런 건 아무것도 모른 채 오늘도 블록으로 된 세계를 날고 있다. 우리 종이 세상에 처음 도착한 날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 67 | 5 | 0 | 5 | Loading... | |
이 아재는 건드리는 것마다 망하던데..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902/134590186/1 | 3 664 | 18 | 0 | 2 | Loadin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