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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 5 차단 사태와 한국의 오픈 소버린 AI 전략
API 키가 아니라 여권을 확인하는 로그인 화면을 상상한다. Fable 5 차단의 핵심은 국적이었다. 결제도 되고, 회사 이메일도 있고, API 키도 있다. 그런데 마지막에 묻는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Fable 5는 그냥 새 Claude가 아니었다. 이전보다 답을 잘하는 모델이라기보다, 일을 놓지 않는 모델로 진화했다. 긴 코드베이스를 따라가고, 복잡한 작업을 오래 물고 있고, 사람이 계속 다시 깨워줘야 하는 구간을 확연히 줄였다. 그 모델이 사흘 만에 막혔다. 대상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모든 외국 국적자"였다. 미국 안의 외국인도, Anthropic 내부의 외국 국적 직원도 포함됐다. API 키 위에 여권이 올라온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jailbreak였다. 하지만 더 큰 배경에는 중국 모델들의 증류 공격이 있다. Fable 5 같은 모델은 상품이자 교사다. 열리면 사람들은 그냥 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대량으로 질의하고, 답변을 모으고, 추론 스타일을 흉내 내고, 더 작은 모델을 훈련한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빠르게 따라오는 상황에서, 미국은 최상위 모델을 공개하는 순간 그것이 경쟁자의 학습 데이터가 된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방어는 약점을 함께 드러낸다. 프론티어 모델 자체의 해자가 생각보다 얇다는 것. 정말 오래가는 해자라면 이렇게까지 접근을 잠글 필요가 없다. 좋은 모델은 공개되는 순간 관찰된다. 관찰되면 흉내 낼 수 있다. 완전히 복제하지 못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오늘의 프론티어는 내일의 증류 대상이 된다.
소프트웨어 통제의 역사를 돌아보자. 미국은 한때 강력한 암호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묶었지만, 암호는 결국 코드와 논문으로 퍼졌고 인터넷의 기본값이 됐다. LLaMA도 비슷했다. 가중치가 유출된 뒤 llama.cpp와 로컬 추론 생태계가 붙으면서, 모델을 돌리고 압축하고 튜닝하는 중심이 회사 밖으로 이동했다. Stable Diffusion도 같은 방향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가장 닫힌 최고 모델보다, 손에 쥐고 바꾸고 쌓을 수 있는 모델 위에 생태계를 만들었다.
국적은 AI 접근을 차단하기에 너무 거친 필터다. 사람은 한 국가에만 속해 있지 않다. 한국 국적자가 미국 법인에서 일하고, 싱가포르 법인으로 결제하고, 두바이에 살고, 유럽 고객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 외국인이 직접 모델을 쓰지 않아도, 접근권을 가진 수많은 기업과 사람이 결과물을 만들어줄 수 있다. 프롬프트가 아니라 문제를 보내고, 답변이 아니라 완성된 코드를 받는다. 그러면 모델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버튼을 누른 사람인가, 문제를 낸 사람인가, 결과물을 받은 사람인가, 돈을 낸 사람인가.
이것은 미국의 전략적 실착이다. Fable 5가 얼마나 오래 막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미 강렬한 신호가 나갔다. 차단 소식이 퍼진 직후부터, 미국 밖의 모든 국가와 주요 기업은 미국 프론티어 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비상 대책에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 핵심 업무가 미국 모델 하나에 얼마나 묶여 있는가. 내일 더 강한 모델이 국적이나 용도나 정부 지침으로 막히면 무엇이 멈추는가. 대체 모델은 있는가. 오픈웨이트 폴백은 있는가. 자체 튜닝은 가능한가. 이 질문이 이사회와 안보 부처와 CTO 조직에 한 번이라도 올라갔다면, 미국은 이미 미래의 신뢰 자본을 잃은 것이다.
이제 Fable 5가 다시 열릴지는 핵심이 아니다. 이 논쟁이 끝나기 전에 더 강한 모델이 또 나온다. 매번 더 강한 모델이 나올 때마다 완벽하게 잠글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 사이 모델은 강해지고, 증류 비용은 내려가고, 오픈 모델도 진화한다. 문을 잠그는 속도는 학습이 퍼지는 속도를 이길 수 없다.
과거의 국적은 주어진 것이었다. 태어나면 어느 나라의 사람이 되고, 그 나라의 법과 세금과 교육과 여권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사는 곳을 고르고, 법인을 세울 곳을 고르고, 세금을 낼 곳을 고르고, 커뮤니티를 고르고, 결제망을 고르고, 자신이 속할 네트워크를 고른다. 국적은 운명에서 멤버십으로 이동하고 있다.
발라지의 네트워크 스테이트 논지가 강해지는 것도 이 지점이다. 사람들은 점점 물리적 국경보다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 사용하는 인프라, 공유하는 가치, 접근 가능한 기회로 정체성을 느낀다. 국가가 AI 접근권을 국적으로 막을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묻게 된다. 왜 내가 태어난 여권 하나가 내가 쓸 수 있는 지능을 결정해야 하는가. 내가 기여한 네트워크, 내가 쌓은 평판, 내가 만든 데이터는 왜 덜 중요한가.
국적은 충성의 대상이라기보다 접근권 패키지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더 좋은 의료를 주는가. 어느 나라가 더 낮은 세율을 주는가. 어느 나라가 더 좋은 금융 접근권을 주는가. 그리고 이제, 어느 나라가 더 좋은 AI 접근권과 생태계를 주는가.
국가가 모델을 닫아두면 시간을 아주 조금 벌 수 있지만, 생태계의 리더십은 완전히 잃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나라의 인프라 위에서 만들고 싶어 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오픈 모델, 싼 추론 비용, 충분한 전력과 데이터센터, 명확한 규칙,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모이는 환경. 국가는 모델의 금고가 아니라 생태계의 항구가 되어야 한다. 잠가두는 곳이 아니라, 계속 들르게 만드는 곳.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도 이 지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 것을 쓸 수 없으니 "우리만의 것을 지키려고 만든다"로 가면 비좁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AI 생태계의 개방적 포지션을 전 세계 앞에서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이 "누구는 못 쓴다"고 말하는 순간, 한국은 "누구나 여기서 만들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연다. 국적이 아니라 기여와 사용과 신뢰를 본다. 한국은 메모리와 칩, 제조 공급망, 초고속 네트워크, 대기업의 실제 업무 데이터, 안정적인 민주주의와 글로벌 기업 경험을 가진 나라다.
한국형 오픈 모델과 튜닝 생태계를 전 세계 개발자에게 열고, 메모리와 추론 칩을 중심으로 오픈 추론 인프라의 허브가 되고, 미국 모델과 중국 오픈웨이트와 자체 모델을 섞어 쓰는 라우팅과 eval, 컴플라이언스 레이어를 주도하는 것. 앞으로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한 모델이 아니라, 모델을 갈아끼워도 일이 멈추지 않는 구조다. 한국은 닫힌 모델의 작은 미국이 될 필요가 없다. 열린 AI 생태계의 항구가 되는 쪽이 더 크다.
앞으로의 해자는 폐쇄가 아니라 축적에서 생긴다. 매일 들어오는 도메인 데이터. 고객 업무 흐름에 박힌 인터페이스. 모델이 바뀌어도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eval. 사람이 고친 흔적이 다시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루프. 특정 산업의 규제와 언어와 관행을 이해하는 데이터셋. 어떤 모델을 언제 써야 하는지 아는 운영 경험. 이건 다른 모델을 증류한다고 바로 복제되지 않는다.
Fable 5 차단은 AI의 국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국가는 여권을 API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국적을 선택 가능한 멤버십으로 보기 시작한다. 모델은 잠글 수 있지만, 생태계는 다른 곳에서 자랄 수 있다. 접근을 막을수록 접근권의 시장은 커지고, 국경을 세울수록 네트워크 스테이트의 논지는 강해진다.
AI의 국적은 누가 정하는가. 정부인가, 회사인가, 데이터센터인가, 사용자 네트워크인가.
그리고 AI 시대의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내가 태어난 나라의 사람인가, 내가 쓰는 모델이 허락한 사람인가, 아니면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들의 조합인가.
국가는 누가 그 모델을 쓰는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묻지 않는다. 결국 사람은 자신을 가장 넓게 열어준 곳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 2 |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이라는 익숙한 게임을 무대로 삼았지만, 실제 주제는 게임 클리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세계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를 복구하며, 장기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자동 플레이 봇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포켓몬을 하나의 에이전트 하네스 실험장으로 다뤘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관찰하고, RAM 상태를 읽고, 짧은 행동을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기억과 세이브포인트를 통해 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겉으로는 “AI가 포켓몬을 할 수 있나?”였지만, 안쪽 질문은 훨씬 컸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자동화는 어디까지 게임 경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였다.
참가자들은 금방 깨달았다. 포켓몬은 생각보다 어렵다. 좌표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화면을 보지 않으면 울타리, NPC, 문, 표지판, 막힌 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화창이 떠 있는지, 전투 메뉴인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 참가자는 “에이전트가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눈을 안 달아준 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크린샷 한 장이 로그 백 줄보다 낫다”고 했다. 숫자 상태는 필요하지만, 게임의 진짜 맥락은 화면 위에서 드러났다.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하네스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가”였다. 처음에는 에이전트에게 “북쪽으로 가서 상점에 들어가라”처럼 긴 명령을 줬지만, 한 칸만 어긋나도 전체 계획이 무너졌다. NPC에 부딪히거나 대화창이 뜨면 입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2~4개 정도의 짧은 액션을 실행한 뒤, 바로 스크린샷과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군가는 “장기 추론보다 어려운 건 두 칸 걷고 멈추는 절제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는 더 똑똑한 프롬프트를 원했는데, 실제로 필요했던 건 더 짧은 액션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훈수두듯 지시하고, 화면을 보며 판단을 교정하고, 실패를 관찰했다. 어떤 참가자는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게임하는 걸 코칭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자동사냥이 아니라 AI한테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같이 모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으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주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독하는 메타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게임 속 봇에 대한 기존 관념도 흔들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봇은 대체로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동 파밍, 부정 플레이, 경쟁 환경 훼손, 게임 경제 교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제된 환경, 명확한 신원인증, 공개된 규칙, 제한된 권한이 있다면 에이전트도 일종의 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봇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침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증된 에이전트 플레이어, 관전 가능한 자동 플레이어, 혹은 인간 게이머의 보조 조종자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가능성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에이전트는 쉽게 길을 잃었고, 같은 벽에 반복해서 부딪혔고, 문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전투 메뉴에서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행사의 재미이자 배움이었다. “웃긴 장면일수록 시스템 버그가 선명하게 보였다”는 말처럼, 포켓몬은 에이전트의 오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 자연어 벤치마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관찰 실패, 행동 실패, 기억 실패, 복구 실패가 화면 위에서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포켓몬에서 배운 건 포켓몬이 아니라 관찰 가능성이었다.”
“AI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가 세계를 오해하는 방식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챔피언로드보다 어려운 건 관찰 루프였고, 사천왕보다 중요한 건 세이브 습관이었다.”
“좋은 에이전트는 천재가 아니라 꼼꼼한 여행자에 가깝다. 지도 보고, 한 걸음 가고, 다시 확인한다.”
“봇을 막아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봇의 존재가 아니라, 신원도 규칙도 없는 봇이다.”
결국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이 던진 질문은 “AI가 포켓몬을 대신 깰 수 있는가?”보다 깊다. 이 행사는 “AI와 함께 게임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를 물었다. 에이전트 시대의 자동화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주고, 에이전트가 실행하고, 인간이 다시 감독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지켜보고, 교정하고, 함께 모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vyvhouse에서 열린 이 해커톤은 귀여운 포켓몬 화면을 통해 아주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 게임은 그 자동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봇은 언제나 적인가, 아니면 인증되고 통제된 조건 아래 새로운 게이머가 될 수 있는가.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에이전트가 세계를 배우는 과정을 인간이 옆에서 지켜보고 훈수두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 1 465 |
| 3 |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이라는 익숙한 게임을 무대로 삼았지만, 실제 주제는 게임 클리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세계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를 복구하며, 장기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자동 플레이 봇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포켓몬을 하나의 에이전트 하네스 실험장으로 다뤘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관찰하고, RAM 상태를 읽고, 짧은 행동을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기억과 세이브포인트를 통해 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겉으로는 “AI가 포켓몬을 할 수 있나?”였지만, 안쪽 질문은 훨씬 컸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자동화는 어디까지 게임 경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였다.
참가자들은 금방 깨달았다. 포켓몬은 생각보다 어렵다. 좌표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화면을 보지 않으면 울타리, NPC, 문, 표지판, 막힌 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화창이 떠 있는지, 전투 메뉴인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 참가자는 “에이전트가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눈을 안 달아준 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크린샷 한 장이 로그 백 줄보다 낫다”고 했다. 숫자 상태는 필요하지만, 게임의 진짜 맥락은 화면 위에서 드러났다.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하네스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가”였다. 처음에는 에이전트에게 “북쪽으로 가서 상점에 들어가라”처럼 긴 명령을 줬지만, 한 칸만 어긋나도 전체 계획이 무너졌다. NPC에 부딪히거나 대화창이 뜨면 입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2~4개 정도의 짧은 액션을 실행한 뒤, 바로 스크린샷과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군가는 “장기 추론보다 어려운 건 두 칸 걷고 멈추는 절제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는 더 똑똑한 프롬프트를 원했는데, 실제로 필요했던 건 더 짧은 액션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훈수두듯 지시하고, 화면을 보며 판단을 교정하고, 실패를 관찰했다. 어떤 참가자는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게임하는 걸 코칭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자동사냥이 아니라 AI한테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같이 모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으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주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독하는 메타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게임 속 봇에 대한 기존 관념도 흔들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봇은 대체로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동 파밍, 부정 플레이, 경쟁 환경 훼손, 게임 경제 교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제된 환경, 명확한 신원인증, 공개된 규칙, 제한된 권한이 있다면 에이전트도 일종의 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봇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침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증된 에이전트 플레이어, 관전 가능한 자동 플레이어, 혹은 인간 게이머의 보조 조종자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가능성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에이전트는 쉽게 길을 잃었고, 같은 벽에 반복해서 부딪혔고, 문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전투 메뉴에서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행사의 재미이자 배움이었다. “웃긴 장면일수록 시스템 버그가 선명하게 보였다”는 말처럼, 포켓몬은 에이전트의 오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 자연어 벤치마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관찰 실패, 행동 실패, 기억 실패, 복구 실패가 화면 위에서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포켓몬에서 배운 건 포켓몬이 아니라 관찰 가능성이었다.”
“AI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가 세계를 오해하는 방식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챔피언로드보다 어려운 건 관찰 루프였고, 사천왕보다 중요한 건 세이브 습관이었다.”
“좋은 에이전트는 천재가 아니라 꼼꼼한 여행자에 가깝다. 지도 보고, 한 걸음 가고, 다시 확인한다.”
“봇을 막아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봇의 존재가 아니라, 신원도 규칙도 없는 봇이다.”
결국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이 던진 질문은 “AI가 포켓몬을 대신 깰 수 있는가?”보다 깊다. 이 행사는 “AI와 함께 게임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를 물었다. 에이전트 시대의 자동화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주고, 에이전트가 실행하고, 인간이 다시 감독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지켜보고, 교정하고, 함께 모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vyvhouse에서 열린 이 해커톤은 귀여운 포켓몬 화면을 통해 아주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 게임은 그 자동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봇은 언제나 적인가, 아니면 인증되고 통제된 조건 아래 새로운 게이머가 될 수 있는가.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에이전트가 세계를 배우는 과정을 인간이 옆에서 지켜보고 훈수두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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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이라는 익숙한 게임을 무대로 삼았지만, 실제 주제는 게임 클리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세계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를 복구하며, 장기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자동 플레이 봇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포켓몬을 하나의 에이전트 하네스 실험장으로 다뤘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관찰하고, RAM 상태를 읽고, 짧은 행동을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기억과 세이브포인트를 통해 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겉으로는 “AI가 포켓몬을 할 수 있나?”였지만, 안쪽 질문은 훨씬 컸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자동화는 어디까지 게임 경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였다.
참가자들은 금방 깨달았다. 포켓몬은 생각보다 어렵다. 좌표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화면을 보지 않으면 울타리, NPC, 문, 표지판, 막힌 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화창이 떠 있는지, 전투 메뉴인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 참가자는 “에이전트가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눈을 안 달아준 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크린샷 한 장이 로그 백 줄보다 낫다”고 했다. 숫자 상태는 필요하지만, 게임의 진짜 맥락은 화면 위에서 드러났다.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하네스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가”였다. 처음에는 에이전트에게 “북쪽으로 가서 상점에 들어가라”처럼 긴 명령을 줬지만, 한 칸만 어긋나도 전체 계획이 무너졌다. NPC에 부딪히거나 대화창이 뜨면 입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2~4개 정도의 짧은 액션을 실행한 뒤, 바로 스크린샷과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군가는 “장기 추론보다 어려운 건 두 칸 걷고 멈추는 절제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는 더 똑똑한 프롬프트를 원했는데, 실제로 필요했던 건 더 짧은 액션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훈수두듯 지시하고, 화면을 보며 판단을 교정하고, 실패를 관찰했다. 어떤 참가자는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게임하는 걸 코칭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자동사냥이 아니라 AI한테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같이 모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으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주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독하는 메타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게임 속 봇에 대한 기존 관념도 흔들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봇은 대체로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동 파밍, 부정 플레이, 경쟁 환경 훼손, 게임 경제 교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제된 환경, 명확한 신원인증, 공개된 규칙, 제한된 권한이 있다면 에이전트도 일종의 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봇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침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증된 에이전트 플레이어, 관전 가능한 자동 플레이어, 혹은 인간 게이머의 보조 조종자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가능성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에이전트는 쉽게 길을 잃었고, 같은 벽에 반복해서 부딪혔고, 문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전투 메뉴에서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행사의 재미이자 배움이었다. “웃긴 장면일수록 시스템 버그가 선명하게 보였다”는 말처럼, 포켓몬은 에이전트의 오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 자연어 벤치마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관찰 실패, 행동 실패, 기억 실패, 복구 실패가 화면 위에서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포켓몬에서 배운 건 포켓몬이 아니라 관찰 가능성이었다.”
“AI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가 세계를 오해하는 방식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챔피언로드보다 어려운 건 관찰 루프였고, 사천왕보다 중요한 건 세이브 습관이었다.”
“좋은 에이전트는 천재가 아니라 꼼꼼한 여행자에 가깝다. 지도 보고, 한 걸음 가고, 다시 확인한다.”
“봇을 막아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봇의 존재가 아니라, 신원도 규칙도 없는 봇이다.”
결국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이 던진 질문은 “AI가 포켓몬을 대신 깰 수 있는가?”보다 깊다. 이 행사는 “AI와 함께 게임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를 물었다. 에이전트 시대의 자동화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주고, 에이전트가 실행하고, 인간이 다시 감독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지켜보고, 교정하고, 함께 모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vyvhouse에서 열린 이 해커톤은 귀여운 포켓몬 화면을 통해 아주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 게임은 그 자동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봇은 언제나 적인가, 아니면 인증되고 통제된 조건 아래 새로운 게이머가 될 수 있는가.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에이전트가 세계를 배우는 과정을 인간이 옆에서 지켜보고 훈수두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 170 |
| 6 | 5월 30일,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OBA 위켄드톤'이 열렸습니다. 창업자 48명, 30여 개 팀이 모여 1박 2일간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AI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좁은 시장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글로벌과 경쟁하려면 힘을 합쳐 시장 크기부터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닫혀 있던 기술 생태계가 먼저 열려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제의식을 꺼내야 했습니다. 해시드가 얼라이언스를 제안하며 판을 깔자 시장이 반응했습니다. 넥슨, LG유플러스, GS네오텍 등이 자사 API와 자산을 빌더들에게 내줬고, OpenAI도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해야 할 일입니다. 영리한 계산이 깔려있을지라도,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판을 키우자며 먼저 문을 열어젖히는 액션에는 분명히 리스펙트할 만한 진정성이 있습니다. 해시드의 제작 지원을 통해 함께 제작하였습니다. 이런 이벤트들이 더 많이 소개되고, 한국에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 1 377 |
| 7 |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는 어떤 하네스인가?
이제 "AI가 코딩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정작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에이전트가 포켓몬을 깰 수 있을까?"
이건 사실 LLM 에이전트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는 질문이다. 코드 몇 줄 짜는 건 쉽다. 그런데 화면을 보고, 현재 위치를 기억하고, 목표를 잃지 않고, 벽에 박았을 때 "아 이거 아니네" 하고 다시 길을 찾는 것. 이 멍청할 정도로 단순한 루프를 현존 AI들은 의외로 잘 못한다.
이번 이벤트가 보여주려는 핵심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다. 왠만한 모델에게 포켓몬을 맡기면 같은 벽 앞에서 무한 루프를 돈다. 현재 위치도, 다음 목표도 안정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실패한 AI를 다시 목표로 돌려보낼 장치가 있는가?"
관찰하고, 다시 시도하고, 목표를 점검한다. 이 루프를 묶어주는 게 바로 하네스다. save state, memory, retry, goal check 같은 아이템을 조합해서 길 잃은 에이전트를 억지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거창하게 "LLM agent benchmark" 운운하는 대신, 그냥 다 같이 포켓몬 하다가 AI가 정신 나가는 걸 구경하는 이벤트.
목표는 포켓몬 레드에서 초록마을 구간에 도달하기. 포켓몬 게임용 에이전트 하네스를 뜯고, 고치고, 살려낸다. 포켓몬을 정직하게 플레이하게 만들든, 미친 경로탐색 괴물을 만들든 수단은 자유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초록마을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참가자는 포켓몬 트레이너처럼 입장한다. AI가 헤매는 장면을 관찰하고(FIGHT), 실패 패턴을 도감처럼 기록하고(DEX), 하네스 아이템을 꺼내 조립하고(BAG), 수정한 하네스로 재도전한다(RUN). 마지막엔 진행 로그와 웃긴 장면을 다 같이 공유한다.
참가하면 무엇을 얻느냐. 솔직하게 적자면 에이전트 디버깅 PTSD, 지옥의 상태관리 시스템 만들기, 인간이 생각보다 robust한 존재였다는 깨달음, 그리고 운 좋으면 실제로 포켓몬 깨는 AI. 마지막 항목 빼고는 전부 보장된다.
ULWmon :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토요일 11시부터 15시까지, 청담동 VYV House에서 열린다. 등록은 호스트 승인 후 확정되며, 지갑으로 토큰 보유 인증이 필요하다. Backed by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는 어떤 하네스인가?
이제 "AI가 코딩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정작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에이전트가 포켓몬을 깰 수 있을까?"
이건 사실 LLM 에이전트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는 질문이다. 코드 몇 줄 짜는 건 쉽다. 그런데 화면을 보고, 현재 위치를 기억하고, 목표를 잃지 않고, 벽에 박았을 때 "아 이거 아니네" 하고 다시 길을 찾는 것. 이 멍청할 정도로 단순한 루프를 현존 AI들은 의외로 잘 못한다.
이번 이벤트가 보여주려는 핵심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다. 왠만한 모델에게 포켓몬을 맡기면 같은 벽 앞에서 무한 루프를 돈다. 현재 위치도, 다음 목표도 안정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실패한 AI를 다시 목표로 돌려보낼 장치가 있는가?"
관찰하고, 다시 시도하고, 목표를 점검한다. 이 루프를 묶어주는 게 바로 하네스다. save state, memory, retry, goal check 같은 아이템을 조합해서 길 잃은 에이전트를 억지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거창하게 "LLM agent benchmark" 운운하는 대신, 그냥 다 같이 포켓몬 하다가 AI가 정신 나가는 걸 구경하는 이벤트.
목표는 포켓몬 레드에서 초록마을 구간에 도달하기. 포켓몬 게임용 에이전트 하네스를 뜯고, 고치고, 살려낸다. 포켓몬을 정직하게 플레이하게 만들든, 미친 경로탐색 괴물을 만들든 수단은 자유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초록마을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참가자는 포켓몬 트레이너처럼 입장한다. AI가 헤매는 장면을 관찰하고(FIGHT), 실패 패턴을 도감처럼 기록하고(DEX), 하네스 아이템을 꺼내 조립하고(BAG), 수정한 하네스로 재도전한다(RUN). 마지막엔 진행 로그와 웃긴 장면을 다 같이 공유한다.
참가하면 무엇을 얻느냐. 솔직하게 적자면 에이전트 디버깅 PTSD, 지옥의 상태관리 시스템 만들기, 인간이 생각보다 robust한 존재였다는 깨달음, 그리고 운 좋으면 실제로 포켓몬 깨는 AI. 마지막 항목 빼고는 전부 보장된다.
ULWmon :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토요일 11시부터 15시까지, 청담동 VYV House에서 열린다. 등록은 호스트 승인 후 확정되며, 지갑으로 토큰 보유 인증이 필요하다. Backed by Hashed.
https://pokemondev.com | 2 923 |
| 8 | AI 프론티어 인터뷰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Wx0C42-S5z4
존경하는 노정석 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AI 프론티어 방송은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챙겨보는 몇 안 되는 롱폼 콘텐츠 중 하나라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과 AI 에이전트 이야기를 하려고 갔는데, 대화하다 보니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은 실행의 비용이 정말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팀, 자본, 시간, 개발력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한 사람과 여러 에이전트의 조합으로 훨씬 작고 빠르게 실험됩니다.
그래서 VC가 망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초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자본의 가장 큰 쓰임이 개발 인력과 실행 비용이었다면, 그 비용이 압축되는 시대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멘토십, 신뢰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눈에 보이는 건 다 오픈소스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제품 자체를 만드는 난이도가 낮아질수록 진짜 가치는 코드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더 빨리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더 선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고,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입니다.
대학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교육, 커뮤니티라는 기능이 점점 언번들링되고 있고,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기존 제도보다 더 강한 학습과 성장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마다 에이전트를 갖고, 에이전트끼리 거래하고, 결제하고, 평판을 쌓는 세상이 온다면 신원과 평판, 결제의 인프라가 필요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 수 있나보다, 나는 무엇을 의도하고 있나.
AI는 실행을 도와주지만 먼저 욕망하거나 방향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남는 건 의도, 판단, 관계의 깊이, 그리고 취향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행이 싸지고 유틸리티가 당연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감과 내러티브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생산의 도구로서의 인간은 줄어들지만, 취향을 만들고 관계를 깊게 가져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여는 사람의 가치는 더 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 에이전트 네이티브 조직, VC와 대학의 변화, 에이전트 경제와 블록체인, 취향의 미래까지 꽤 넓게 이야기했습니다.
괄호를 많이 열고 온 느낌이라 저도 다시 보면서 생각을 더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3 349 |
| 9 | AI 프론티어 인터뷰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Wx0C42-S5z4
존경하는 노정석 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AI 프론티어 방송은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챙겨보는 몇 안 되는 롱폼 콘텐츠 중 하나라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과 AI 에이전트 이야기를 하려고 갔는데, 대화하다 보니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은 실행의 비용이 정말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팀, 자본, 시간, 개발력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한 사람과 여러 에이전트의 조합으로 훨씬 작고 빠르게 실험됩니다.
그래서 VC가 망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초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자본의 가장 큰 쓰임이 개발 인력과 실행 비용이었다면, 그 비용이 압축되는 시대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멘토십, 신뢰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눈에 보이는 건 다 오픈소스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제품 자체를 만드는 난이도가 낮아질수록 진짜 가치는 코드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더 빨리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더 선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고,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입니다.
대학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교육, 커뮤니티라는 기능이 점점 언번들링되고 있고,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기존 제도보다 더 강한 학습과 성장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마다 에이전트를 갖고, 에이전트끼리 거래하고, 결제하고, 평판을 쌓는 세상이 온다면 신원과 평판, 결제의 인프라가 필요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 수 있나보다, 나는 무엇을 의도하고 있나.
AI는 실행을 도와주지만 먼저 욕망하거나 방향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남는 건 의도, 판단, 관계의 깊이, 그리고 취향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행이 싸지고 유틸리티가 당연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감과 내러티브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생산의 도구로서의 인간은 줄어들지만, 취향을 만들고 관계를 깊게 가져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여는 사람의 가치는 더 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 에이전트 네이티브 조직, VC와 대학의 변화, 에이전트 경제와 블록체인, 취향의 미래까지 꽤 넓게 이야기했습니다.
괄호를 많이 열고 온 느낌이라 저도 다시 보면서 생각을 더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0 |
| 10 | OBA WEEKENDTHON 참가자 모집
바이브코딩으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 하게 됩니다.
“아니, API 하나 쓰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닫혀 있고, 왜 이렇게 제한이 많지?”
저도 요즘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보면서 이 문제를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AI로 만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정작 연결해야 할 서비스와 데이터는 아직도 너무 많이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Hashed가 마켓핏랩과 함께 OBA(Open Builder Alliance) WEEKENDTHON을 엽니다.
OBA WEEKENDTHON은 넥슨, LG U+, 마이리얼트립 등 10개 이상의 기업이 자사 API와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빌더들이 1박 2일 동안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는 해커톤입니다.
그냥 아이디어만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API를 붙이고, 제품을 만들고, 팀을 만나고, 1박 2일 동안 끝까지 빌드하는 캠프입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빌드 세션뿐 아니라 LETS 네트워킹 세션도 함께 진행합니다.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도 남기고 싶습니다.
닫힌 생태계를 깨는 건 결국 빌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개발 생태계를 직접 넓히고 싶은 사람, 같은 문제의식과 에너지를 가진 동료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같이 와주세요.
OBA WEEKENDTHON
- 주최: Hashed, 마켓핏랩
- 일시: 5/30(토) 10:30 ~ 5/31(일) 20:00, 1박 2일
- 장소: 카카오 AI 캠퍼스, 경기 용인
- 모집 대상: Open API, AI 빌딩에 관심 있는 개발자, 빌더, 메이커
- 모집 인원: 최대 50명, 1~3인 팀
- 모집 기한:
- 1차 선발: 5/25(월) 오후 6시
- 2차 선발: 5/28(목) 오후 6시, 잔여 인원에 한해 진행
- 비용: 참가비 및 숙박비 무료
- 선발 방식: 지원서 기반 내부 평가
- 상금: 스폰서 개발 트랙별 100만원, 참여 트랙 제한 없음
https://luma.com/y3nz68hw
좋은 API, 좋은 오픈소스, 좋은 빌더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번 주말, 같이 빌드합시다. | 4 536 |
| 11 | 리는 인프라로 남길지 선택해야 한다. 질문은 분명하다. 누구에게 돈을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까지 함께 일해주는 존재를 나눠줄 것인가, 그리고 그 존재를 얼마나 깊이 나눠줄 것인가.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다. 만들 수 있어야 나눌 것도 생긴다. | 0 |
| 12 | <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 나누기 전에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얼마 전 한 개발 특성화고 졸업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학생들 상당수가 프론티어 모델 구독 계정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부모가 결제해준 Claude와 Codex로 과제를 수행하고, 누구는 무료 모델의 좁은 한도 안에서 같은 과제와 씨름한다. 학교는 같고, 책상은 같고, 와이파이도 같다. 다른 건 옆에 어떤 도구가 켜져 있느냐다. 개발자가 되겠다고 같은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 사이에서 출발선이 갈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원화는 그 교실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 강의실, 자카르타의 부트캠프, 라고스의 직업학교, 그리고 마흔에 진로를 바꾸려는 사람의 노트북 앞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검색창과 무료 모델로 과제를 푼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하고, 유튜브 강의를 멈춰가며 따라 친다. 다른 한쪽은 프론티어 모델을를 켠다. 이 도구들은 더 이상 설명만 해주는 조교가 아니다. 저장소를 읽고, 파일을 고치고, 테스트를 돌리고, 실패 로그를 보고 다시 수정한다. 이슈를 맡기면 PR까지 만들어 온다. 같은 과제를 받았지만, 한쪽은 혼자 일하고 다른 한쪽은 동료 몇 명을 옆에 앉혀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에이전트형 도구를 활용한 생산성의 차이는 극명하다. 수 주가 걸리던 프로토타입을 몇 시간 만에 만들고, 혼자서는 손도 못 댔을 규모의 코드를 주말 안에 굴린다. 현업 개발자에게서 2배, 3배의 생산성 향상은 흔한 이야기가 되었고, 초보자에게서는 그 배수가 더 크다. 0과 1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을, AI와 함께라면 일단 돌아가게 만든다.
이건 더 이상 컴퓨터공학과만의 풍경이 아니다. 마케터가 데이터 대시보드를 코드로 만들고,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스크립트를 짜고, 의사가 환자 데이터 분석 도구를 직접 돌리고, 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코드로 뽑는다. 코딩은 직업이 아니라 문해력이 되어가고 있다. AI 코딩 도구의 가격은 그래서 개발자 보조 도구의 가격이 아니다. 21세기의 새로운 글쓰기 도구 가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영어, 장비, 멘토의 격차는 늘 있었지만, 공개된 지식을 뒤지며 실력을 쌓는 길은 열려 있었다. 인도의 시골 학생이 MIT 강의를 듣고 실리콘밸리에 입사하는 서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AI는 이 믿음을 흔든다. 예전 교육은 언어를 배우는 일에 가까웠다. 변수, 조건문, 함수를 익히고 자기 문장을 쓰는 식이었다. 이제는 문법을 다 모르는 학생 옆에 통역사이자 공동 작업자가 앉아 있다. 학생은 빈 파일 앞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미 움직이는 무언가 앞에서 시작한다.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문법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좋은 AI 도구는 그 막막함을 대신 통과해준다. 같은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빨리 실패하고, 더 빨리 다시 고치는가. 격차는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가격 문제가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한다. 월 20달러짜리 입문 구독으로 진짜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 에이전트가 저장소 전체를 읽고, 여러 파일을 동시에 수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해 돌리려면 토큰이 빠르게 소진된다. 입문 구독은 챗봇으로 질문 몇 번 던지기에 적당한 양이지, 실제 프로젝트를 며칠씩 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짜 생산자가 쓰는 도구는 Claude Max나 ChatGPT Pro 같은 월 100~200달러대의 상위 요금제다. 여기에 주요 API 호출 비용까지 더하면 한 달 30만 원이 우습게 나간다. 학생에게는 한 달 용돈을 통째로 넘기는 액수다.
그리고 이 가격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월 200달러는 미국 학생에게는 무리해서 한 번 결제해볼 만한 액수, 한국 대학생에게는 월세의 일부, 인도네시아 청년에게는 한 달 임금에 가까운 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청년에게는 몇 달치 임금이다.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의 가격이 더 비싼 곳이 적지 않다. 같은 노트북과 같은 인터넷을 가진 두 사람이 있어도 출발선이 다르다.
여기서 기본소득 논의를 다시 봐야 한다. 기본소득은 사회가 이미 만들어낸 생산을 어떻게 나눌지의 문제다. 분배의 문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가격에 따라 갈리고 있다. Max 수준의 도구가 옆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코드로, 코드를 제품으로, 제품을 매출로 바꾸는 사이클을 며칠 만에 돈다. 도구가 없는 사람은 같은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두고 한 달을 보낸다. 분배할 파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분배 이전에 먼저 벌어진다.
그래서 기본AI는 기본소득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앞 단계다. 사회가 나눌 것을 만들기 전에,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최소 출발선부터 보장하자는 의제다. 모든 시민이 자기 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료를 한 명은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이건 복지가 아니라 인프라다. 19세기에 의무교육이, 20세기에 전기와 상수도가 그랬던 것처럼.
다만 여기서 게임의 룰이 한 번 더 꺾인다. 모두에게 입문 구독을 나눠주는 건 의미가 작다. 정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쓰는 건 Max 등급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정책적 질문은 좁혀진다. 모든 시민에게 얕은 도구를 평평하게 깔 것인가, 아니면 실제로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Max 수준의 도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학생, 창업자, 연구자, 1인 사업자, 진로를 바꾸려는 직장인처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입문 구독이 아니라 상위 등급이 필요하다. 누구를 생산자로 정의하고, 어떤 단위로 그들에게 토큰을 공급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10년 산업정책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AI는 Spotify나 Netflix처럼 국가별 차등 가격으로 풀기 어렵다. 음악과 영상은 한 번 만들어두면 추가 시청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AI는 다르다. 모델이 한 번 답할 때마다 GPU 시간과 전력이라는 실제 토큰 원가가 발생한다. 한국 사용자든 방글라데시 사용자든 같은 질문에 같은 비용이 든다. 글로벌 단일가가 쉽게 깨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기본AI는 국제기구의 합의를 기다릴 일이 아니라, 개별 국가가 직접 떠안아야 할 전략이 된다. 누가 자기 국민의 토큰 비용을 대신 낼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가 AI 사용권을 일괄 구매해 시민에게 나눠주든, 모델 제공사와 국가 단위 라이선스를 맺든, 오픈소스 모델을 자국 인프라에 올려 운영하든, 결국은 한 국가의 재정과 의지가 결정한다. 그 위에 오픈소스 기반의 에이전트 인프라가 깔리면 토큰 원가 자체를 국내에서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AI는 질의응답 도구가 아니라 공통 작업 환경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학의 데이터 분석, 법학의 문서 자동화, 의대의 임상 데이터 처리, 디자인 학교의 인터랙티브 작업 모두에 필요하다.
이미 움직인 나라가 있다. UAE는 2025년 전 국민과 거주자에게 ChatGPT Plus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OpenAI와 합의했다. 산유국이 석유 수익으로 시민에게 나눠준 것이 현금 배당이 아니라 AI 접근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분배보다 생산 능력의 최소 조건을 먼저 골랐다.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Plus 수준에서 Max 수준으로, 모든 국민에서 생산자 그룹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들어온 초과세수를 어떻게 쓸지 논의하고 있다. 1인당 얼마를 나눠주자는 이야기, 민생회복지원금을 다시 풀자는 이야기가 오간다. 한 번의 소비로 사라지는 배당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국민들에게 Max 수준의 AI 동료를 보장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전 국민 5천만 명에게 입문 수준 도구를 1년간 제공하는 데 약 1.6조 원, 100만 명에게 Max 수준 도구를 1년간 보장하는 데 약 2.4조 원이 든다. 어느 쪽이든 일회성 현금 지원의 일부 규모로, 차원이 다른 생산 기반이 사회에 남는다.
UAE가 석유 시대의 끝에서 AI 시대의 시작을 택한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사이클의 과실을 한 번의 위로금으로 흘려보낼지, 모든 시민의 출발선을 끌어올 | 3 677 |
| 13 | 준 도구를 1년간 제공하는 데 약 1.6조 원, 생산자 100만 명에게 Max 수준 도구를 1년간 보장하는 데 약 2.4조 원이 든다. 어느 쪽이든 일회성 현금 지원의 일부 규모로, 차원이 다른 생산 기반이 사회에 남는다. 그 특성화고의 한 교실에서, 누구는 켜고 누구는 못 켜던 그 도구가 모두의 책상 위에 놓이게 된다.
UAE가 석유 시대의 끝에서 AI 시대의 시작을 택한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사이클의 과실을 한 번의 위로금으로 흘려보낼지, 모든 시민의 출발선을 끌어올리는 인프라로 남길지 선택해야 한다. 질문은 분명하다. 누구에게 돈을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까지 함께 일해주는 존재를 나눠줄 것인가, 그리고 그 존재를 얼마나 깊이 나눠줄 것인가.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다. 만들 수 있어야 나눌 것도 생긴다. | 0 |
| 14 |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 나누기 전에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 개발 특성화고 졸업생으로부터 학생들 상당수가 프론티어 모델 구독 계정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는 부모가 결제해준 Cursor와 Claude로 과제를 수행하고, 누구는 무료 모델의 좁은 한도 안에서 같은 과제와 씨름한다. 학교는 같고, 책상은 같고, 와이파이도 같다. 다른 건 옆에 어떤 도구가 켜져 있느냐다. 개발자가 되겠다고 같은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 사이에서 출발선이 갈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원화는 그 교실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 강의실, 자카르타의 부트캠프, 라고스의 직업학교, 그리고 마흔에 진로를 바꾸려는 사람의 노트북 앞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검색창과 무료 모델로 과제를 푼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하고, 유튜브 강의를 멈춰가며 따라 친다. 다른 한쪽은 Claude Code, Codex, Cursor를 켠다. 이 도구들은 더 이상 설명만 해주는 조교가 아니다. 저장소를 읽고, 파일을 고치고, 테스트를 돌리고, 실패 로그를 보고 다시 수정한다. 이슈를 맡기면 PR까지 만들어 온다. 같은 과제를 받았지만, 한쪽은 혼자 일하고 다른 한쪽은 동료 몇 명을 옆에 앉혀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에이전트형 개발 도구를 활용한 생산성의 차이는 극명하다. 수 주가 걸리던 프로토타입을 몇 시간 만에 만들고, 혼자서는 손도 못 댔을 규모의 코드를 주말 안에 굴린다. 현업 개발자에게서 2배, 3배의 생산성 향상은 흔한 이야기가 되었고, 초보자에게서는 그 배수가 더 크다. 0과 1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을, AI와 함께라면 일단 돌아가게 만든다. 이 격차가 매주, 매달 누적된다.
이건 더 이상 컴퓨터공학과만의 풍경이 아니다. 마케터가 데이터 대시보드를 코드로 만들고,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스크립트를 짜고, 의사가 환자 데이터 분석 도구를 직접 돌리고, 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코드로 뽑는다. 코딩은 직업이 아니라 문해력이 되어가고 있다. AI 코딩 도구의 가격은 그래서 개발자 보조 도구의 가격이 아니다. 21세기의 새로운 생산성 도구 가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영어, 장비, 멘토의 격차는 늘 있었지만, 공개된 지식을 뒤지며 실력을 쌓는 길은 열려 있었다. 인도의 시골 학생이 MIT 강의를 듣고 실리콘밸리에 입사하는 서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AI는 이 믿음을 흔든다. 예전 교육은 언어를 배우는 일에 가까웠다. 변수, 조건문, 함수를 익히고 자기 문장을 쓰는 식이었다. 이제는 문법을 다 모르는 학생 옆에 통역사이자 공동 작업자가 앉아 있다. 학생은 빈 파일 앞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미 움직이는 무언가 앞에서 시작한다. Stack Overflow는 첫 번째 질문창에서 AI가 만든 답을 검증하는 참고서로 자리를 옮겼다. 무료 모델로 시작한 학생은 그 검증조차 혼자 해야 한다.
피드백 속도의 차이가 아닌 실행 자체의 차이가 벌어진다.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문법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좋은 AI 도구는 그 막막함을 대신 통과해준다. 같은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빨리 실패하고, 더 빨리 다시 고치는가. 격차는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가격 문제가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월 20달러짜리 입문 구독으로 진짜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 에이전트가 저장소 전체를 읽고, 여러 파일을 동시에 수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해 돌리려면 토큰이 빠르게 소진된다. 입문 구독은 챗봇으로 질문 몇 번 던지기에 적당한 양이지, 실제 프로젝트를 며칠씩 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짜 생산자가 쓰는 도구는 Claude Max나 ChatGPT Pro 같은 월 100~200달러대의 상위 요금제다. 여기에 Cursor 같은 IDE 구독, API 호출 비용까지 더하면 한 달 30만 원이 우습게 나간다. 학생에게는 한 달 용돈을 통째로 넘기는 액수다.
그리고 이 가격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월 200달러는 미국 학생에게는 무리해서 한 번 결제해볼 만한 액수, 한국 대학생에게는 월세의 일부, 인도네시아 청년에게는 한 달 임금에 가까운 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청년에게는 몇 달치 임금이다.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의 가격이 더 비싼 곳이 적지 않다. 같은 노트북과 같은 인터넷을 가진 두 사람이 있어도 출발선이 다르다.
여기서 기본소득 논의를 다시 봐야 한다. 기본소득은 사회가 이미 만들어낸 생산을 어떻게 나눌지의 문제다. 분배의 문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가격에 따라 갈리고 있다. Max 수준의 도구가 옆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코드로, 코드를 제품으로, 제품을 매출로 바꾸는 사이클을 며칠 만에 돈다. 도구가 없는 사람은 같은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두고 한 달을 보낸다. 분배할 파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분배 이전에 먼저 벌어진다.
그래서 기본AI는 기본소득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앞 단계다. 사회가 나눌 것을 만들기 전에,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최소 출발선부터 보장하자는 의제다. 모든 시민이 자기 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료를 한 명은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이건 복지가 아니라 인프라다. 19세기에 의무교육이, 20세기에 전기와 상수도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게임의 룰이 한 번 더 꺾인다. 모두에게 입문 구독만 나눠주는 건 의미가 제한적이다. 정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쓰는 건 Max 등급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정책적 질문은 이렇게 발전한다. 모든 시민에게 얕은 도구만 평평하게 깔 것인가, 아니면 추가적으로 실제로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토큰을 지원할 것인가. 학생, 창업자, 연구자, 1인 사업자, 진로를 바꾸려는 직장인처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입문 구독이 아니라 상위 등급이 필요하다. 누구를 생산자로 정의하고, 어떤 단위로 그들에게 토큰을 공급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10년 산업정책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AI는 Spotify나 Netflix처럼 국가별 차등 가격으로 풀기 어렵다. 음악과 영상은 한 번 만들어두면 추가 시청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AI는 다르다. 모델이 한 번 답할 때마다 GPU 시간과 전력이라는 실제 토큰 원가가 발생한다. 한국 사용자든 방글라데시 사용자든 같은 질문에 같은 비용이 든다. 글로벌 단일가가 쉽게 깨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기본AI는 국제기구의 합의를 기다릴 일이 아니라, 개별 국가가 직접 떠안아야 할 전략이 된다. 누가 자기 국민의 토큰 비용을 대신 낼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가 AI 사용권을 일괄 구매해 시민에게 나눠주든, 모델 제공사와 국가 단위 라이선스를 맺든, 오픈소스 모델을 자국 인프라에 올려 운영하든, 결국은 한 국가의 재정과 의지가 결정한다. 이건 글로벌 캠페인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다. 그 위에 오픈소스 기반의 에이전트 인프라가 깔리면 토큰 원가 자체를 국내에서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AI는 질의응답 도구가 아니라 공통 작업 환경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학의 데이터 분석, 법학의 문서 자동화, 의대의 임상 데이터 처리, 디자인 학교의 인터랙티브 작업 모두에 필요하다.
이미 움직인 나라가 있다. UAE는 2025년 전 국민과 거주자에게 ChatGPT Plus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OpenAI와 합의했다. 산유국이 석유 수익으로 시민에게 나눠준 것이 현금 배당이 아니라 AI 접근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토큰 비용을 국가가 직접 떠안기로 한 것이고, 분배보다 생산 능력의 최소 조건을 먼저 골랐다.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Plus 수준에서 Max 수준으로, 모든 국민에서 생산자 그룹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들어온 초과세수를 어떻게 쓸지 논의하고 있다. 1인당 얼마를 나눠주자는 이야기, 민생회복지원금을 다시 풀자는 이야기가 오간다. 한 번의 소비로 사라지는 배당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국민들에게 AI 동료를 보장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전 국민 5천만 명에게 입문 수 | 0 |
| 15 | 흔적은 늘 어제의 나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막상 쓰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강렬하게 발견한다.
나는 종종 두 종류의 글을 구분하려 애쓴다. 하나는 나를 위한 글, 다른 하나는 독자를 위한 글. 전자는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생각을 더듬거리며 붙잡아두려는 시도다. 후자는 이미 어느 정도 선명해진 생각을, 가능한 한 손상 없이 전달하려는 행위다.
이 구분은 매번 무너진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바꾸기 때문이다. 종이에 적히는 순간,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은 더 이상 그 생각이 아니다. 이미 다른 물질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를 위한 글"로 시작한 글이 어느 순간 "독자를 위한 글"로 변질되고, 독자를 위한 글이라 믿고 썼던 글이 나중에 읽어보니 나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글이 되어 있기도 하다.
토끼굴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이 현상을 점점 더 자주 경험한다.
초기에는 쓰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생각이 선명해지는 느낌, 그것을 언어로 붙잡았을 때의 만족감.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일이 점점 불편해졌다. 최근에는 몇 달 전에 썼던 글을 열어보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그 글을 썼을 때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그 글은 더 이상 나의 글이 아니게 된다. 과거의 내가 남겨둔, 이제는 낯선 누군가의 기록이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쓴다는 것은 곧 죽는 일이라고. 언어 속으로 자신을 새겨 넣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자신을 지운다고. 처음 그 문장을 봤을 때는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것이 그저 사실에 대한 정확한 묘사였음을 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과하면서 옆으로 밀려난다. 글을 다 쓴 사람은 거기서 한 발 더 떨어져, 자신이 더 이상 그 글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더 기이한 것은, 그 분리가 일어나는 순간에는 본인이 그것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중에야, 한참 뒤에야, 다시 그 글을 펼쳐 들고서야 깨닫는다.
모든 문장은 어떤 의미에서 흔적이다. 거기 적힌 '나'는 이미 그곳에 없다. 글은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하고, 도착한 순간 그 의미는 다음 독해로, 다음 맥락으로, 다음의 나로 미뤄진다. 그래서 글은 끝나지 않는다. 끝났다고 믿는 순간, 그것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나는 또 쓴다.
글을 쓰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활의 리듬이 무너지면, 쓸 에너지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 그럼에도 왜 쓰는가.
아마도 쓰지 않으면 생각이 완료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 무한히 유연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밖으로 꺼내는 순간, 한정되고, 거칠어지고, 불완전해진다.
이 불완전함을 견디는 행위가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쓴다는 것은 생각을 포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누군가에게 읽힐 수밖에 없는 상태로, 그 생각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 그리고 그 생각은 내보내진 순간부터 더 이상 내 통제 아래 있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는,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로부터 분리시키는 작업이다.
어제 쓴 글이 오늘 부끄러운 이유는 단순히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다. 그 글을 썼던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로부터 떼어내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이 과정은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오늘의 내가 쓴 글은 내일의 나에게 또다시 부끄러운 글이 될 것이다. 그것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다.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날은 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날일 것이다. 흔적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 한, 나는 아직 어제의 나보다 조금 멀리 와 있다. | 2 732 |
| 16 | Nitro Seoul을 마치고
지난주 Nitro Seoul이 마무리되었다. 데모데이(우리는 게임데이라고 부른다) 무대도 비었고 박수도 가라앉았다. 그날 밤은 며칠이 지나도 모두의 머릿속에서 굴러다닐 것이다.
먼저 이름 얘기부터. Vibe Labs를 Nitro로 바꿨다. F1에서 빌려온 이름이다. 코너를 빠져나오는 머신 뒤로 짧게 화염이 보이는 그 순간, 이미 빠른 차를 한 번 더 밀어주는 가속의 폭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거기에 가까웠다. 다만 가속이 늘 옳은 답일 리 없다. 어떤 질문은 멈춰야 보인다. 우리가 빌려오고 싶었던 건 단순한 빠르기가 아니라, 이미 잘 굴러가는 것을 한 번 더 밀어주는 짧은 순간의 정확함이다.
이름을 바꾼 또 다른 이유는 단어 자체에 있다. 아무래도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은 곧 사라질 것 같다. 자연어로 모두가 코딩하는 세상에서 그 행위에 따로 이름을 붙일 이유는 없다.
코딩이 자연어가 된 세상에서 창업자는 무엇을 하는가. 한 명의 파운더 옆에 열, 백, 천 명의 에이전트가 붙는 풍경이 곧 평범해질 것이다. 우리가 깔고 싶은 건 그 모호한 미래의 트랙이다. 그래서 Nitro다.
지난 8주를 돌아본다. 그저 옆에 같이 앉아 있었다고 말하는 게 가장 솔직하다. Fellow들이 매주 들고 오는 문제는 답이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누구도 등불을 들고 있지 않았고, 같이 더듬어 갔다. 다만 같은 방에 여러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등불을 대신했다.
두 번의 제주가 또렷하게 남는다. 며칠을 같은 숙소에 머물며 밤을 새워 토론했고, 각자가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즉흥 세션으로 풀어놓았다. 어떤 밤은 누군가의 노트북 앞에 둘러앉아 함께 코드를 짰다. 도시에서는 형식이 사람의 거리를 결정하는데, 제주에서는 그것이 잠깐 무너졌다. 무너진 자리에서 자라기 시작한 것들이 있었다.
펠로우 구성도 한몫했다. 개발, 그로스, 데이터, 디자인. 각 분야에서 자기 영역을 오래 깊게 파온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셨다. 한 분야의 베테랑이 며칠을 붙잡고 있던 문제가, 옆자리의 다른 분야 베테랑에게는 한 줄짜리 답일 때가 자주 있었다. 그게 8주의 가장 큰 압축률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8주 동안 그나마 잘한 일은,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모은 것이 전부였다. 좋은 사람들을 한 방에 모으면 알아서 함께 나누며 성장한다. 투자사가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비싼 자산은 콘텐츠도 자본도 시그널도 아니라, 같은 방에 모인 사람들의 명단이라는 걸 8주가 조용히 알려주었다.
데모데이 당일, 모든 팀의 발표가 좋았다. 4팀 모두 그날 평소보다 한 뼘 더 또렷해 보였다. 그 한 뼘이 8주의 결과물인지, 원래 갖고 있던 것이 무대 위에서 드러난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발표를 지켜보며 몇 개의 단어가 기억에 남았다.
환불 0건. 박수가 나올 만한 수치다. 다만 0은 도착이 아니라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는 표시일 수도 있다. 환불이 한 건이라도 나와야, 그 한 명의 불만에서 회사가 무언가를 배운다.
광고비 0원도 비슷한 결이다. 광고를 켜본 적 없는 회사는 광고를 꺼본 적도 없다. 켜고 끄는 경험이 쌓이지 않은 채로 규모만 커지면, 어느 날 채널이 식었을 때 회사 전체가 함께 식는다.
대표 혼자 자동 운영. 완벽한 문장처럼 들리지만 그 이면에는 판단의 부채가 쌓인다. 에이전트가 대체하는 건 일하는 사람이지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의 판단 품질이 회사 전체의 품질이 된다. 자랑이면서 동시에 가장 무거운 책임이다.
세 가지 모두 자랑할 만한 숫자였다. 동시에 셋 다 아직 만나지 못한 마찰을 가리키는 신호이기도 했다. 좋은 지표는 종종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4팀의 공통점이 발표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서야 또렷해졌다. 한두 명의 파운더가, 과거였다면 열, 스무 명이 만들어냈을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 7개월 만에 100개 고객, 일본에서 100배 성장, 수억 단위 월매출. 시리즈 A 트랙션이다. 조직도를 펼쳐보면 사람은 한둘이고, 나머지 자리에 에이전트가 앉아 있다.
개발팀이 있다. 동료가 아니라 에이전트다. 마케팅도, 디자인도, 운영도, CS도, 데이터도 모두 있다. 전부 에이전트다. 직책을 채우는 존재의 형태가 달라졌을 뿐이다.
회사의 천체 모형이 바뀌고 있다. 지난 시대의 회사가 비슷한 무게의 별 여럿이 같은 중심을 도는 구조였다면, 다음 시대의 회사는 한 명의 사람이 자기의 판단을 중심에 두고 그 둘레로 수십 개의 실행 능력이 위성처럼 도는 풍경에 가깝다.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풍경 자체가 변한다. 4팀이 그 풍경의 첫 페이지를 자기들의 숫자로 써냈다.
Nitro는 액셀러레이터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 형식을 빌려 시작했지만, 1기를 통과하면서 또렷해진 건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창업자도 투자사도 같이 흔들리는 시기다. 모델이 분기마다 다른 회사가 되고, 어제의 해자가 내일 사라지고, 18개월짜리 펀드 사이클로는 변화의 곡률을 따라잡기 어렵다. 정해진 플레이북이 창업자에게도, 사실 투자사 쪽에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은, 형식 하나를 잡아 반복하는 게 아니라 형식을 끊임없이 갈아끼우는 일이다. Nitro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아니라 연속된 실험이고 싶다. 매번 다른 길이, 다른 구성, 다른 모집 단위, 다른 결과물.
그 변화 속에서도 끝까지 남기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함께 빌딩하는 투자사라는 자리. 글로벌 무대의 이해당사자를 신뢰로 빠르게 연결하는 그물. 그리고 최고 수준의 에이전틱 빌더 커뮤니티. 우리는 GP 이전에 빌더이고, 서울과 도쿄에서 아부다비까지 짜온 신뢰의 그물은 형식이 바뀌어도 남는다. 같은 시대의 같은 질문을 손으로 만지는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비대체적인 자산이다. 1기가 그 자산의 가치를 가장 분명하게 알려준 8주였다.
형식은 흔들려도 본질은 남는다. Anthropic이 1개월 이상의 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의외였고, 다시 생각하니 당연했다. 모델이 분기마다 다른 회사가 되는 환경에서 연간 계획이라는 형식은 이미 한물간 도구일 수 있다. 8주를 통과한 우리가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 배움이 2기의 형식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 연초에 세운 계획대로 또 한 번의 배치를 굴린다면, 1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가장 정직한 증거일 것이다. 배운 것이 행동을 바꾸지 못하면 그건 배움이 아니라 관성이다.
8주 동안 같이 해준 모든 창업팀과 Fellow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적어둔다. | 3 019 |
| 17 | Nitro Seoul Game Day 🏁
8주 전, 5팀이 같은 출발선에 섰습니다.
피치덱은 없었습니다. 프로덕트와 트랙션만으로 선발했고, 선발과 동시에 투자가 집행되었습니다. 자료가 아니라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AI가 공동 창업자의 자리에 앉은 시대, 생각의 속도와 실행의 속도가 같아진 환경에서, 몰입한 소수가 8주 안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창업의 문법이 다시 쓰이는 지금, 이 팀들은 그 문법을 가장 먼저 자신의 언어로 바꿔낸 사람들입니다.
Hashed Vibe Labs는 이번 Game Day를 기점으로 Nitro by Hashed로 새출발합니다. 저희가 설계한 8주 스프린트의 본질, “소수가 가장 빠르게 간다”는 믿음을 이름에 담았습니다. 넓게 지원하는 대신, 깊게 가속합니다. 규모로 줄 세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장 빠른 팀들이 서로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집중합니다.
Nitro Seoul Game Day는 그 8주를 함께 달려온 5팀 중, 이번 무대에서 자신들이 만든 것을 직접 보여줄 준비를 마친 4팀이 서는 자리입니다. 각 팀의 호흡과 리듬은 다르고, 무대에 오르는 시점 또한 팀마다의 판단입니다. 유저가 실제로 쓰고 있는 제품, 실제로 쌓인 지표, 그리고 8주라는 시간 안에서만 드러나는 팀의 결정과 전환의 흔적을 한자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프로덕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장 먼저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당일에는 팀별 피치와 라이브 데모, Agentic Economy 시대의 빌딩을 주제로 한 패널 세션, 그리고 파운더들과의 오픈 네트워킹이 이어집니다. 바이브코더, 창업자, 도메인 전문가, 그리고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보고 싶은 분들이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특정 도메인의 깊이를 가진 전문가, 고객의 언어로 사고하는 분, AI를 도구 삼아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빌더 — 지금 이 변화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있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일정: 4월 30일(목) 오후 2시
13:00 – 14:00 현장 등록
14:00 – 15:00 팀별 데모
15:00 – 16:00 패널 세션
16:00 – 17:00 오픈 네트워킹
https://luma.com/a3u6l9o5 | 0 |
| 18 | 꿈을 생성하는 기계를 맞이하는 상상
인류는 한 번도 꿈을 통제한 적이 없다. 잠들면 그곳에 끌려들어가고, 깨어나면 풍경의 99%를 잊는다. 하루의 3분의 1을 거기서 보내면서도,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통제당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끝나려 한다.
프로페틱(prophetic)이라는 회사가 이번 주 헤드밴드 두 종을 예약 받기 시작했다. 기본형 449달러, 고급형 1,299달러.
www.prophetic.com
잠든 사람의 뇌파, 뇌가 깨어 있을 때와 꿈꿀 때 다르게 흘려보내는 미세한 전기 리듬을 머리 바깥에서 읽어낸다. 그 리듬으로 렘수면 단계,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가장 생생한 꿈이 발생하는 구간을 잡아낸다. 그 순간 전전두피질, 이마 안쪽 손바닥만 한 영역, 인간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때 켜지는 자리에 집중 초음파를 쏜다. 초음파는 들리지 않는 음파를 한 점에 모아 두개골을 통과시키는 기술이다. 메스 없이 뇌의 한 부위만 살짝 두드리는 셈이다. 그 두드림이 꿈속의 자아를 깨운다. 루시드 드림(lucid dream),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꿈 안에서 자각한 채 진행되는 꿈이다. 하드웨어 설계는 뉴라링크를 만든 팀이 맡았다. 창업자 에릭 월버그는 예루살렘에서 신학을 읽다가 이걸 시작했다. 아브라함도, 무함마드도, 부처도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 그게 우연일 리 없다고 본 모양이다.
처음 이 뉴스를 본 순간 온갖 상상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449달러. 왠만한 스마트폰 한 대 값도 안 된다. 이 가격에 인류에게 무엇이 풀리는 걸까.
꿈은 인류의 마지막 야생이었다. 도시는 정비됐고, 시간은 시계로 잘렸고, 욕망은 알고리즘으로 분류된다. 그 와중에도 잠든 인간의 머릿속만은 누구도 입장하지 못했다. 융이 무의식이라 부른 그곳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뜻이었다. 자연에 마지막 남은 원시림이 사라지듯, 인간 안에 마지막 남은 원시림도 사라질 차례다. 그 야생을 길들이는 헤드밴드가 449달러에 팔린다.
루시드 드림 자체는 새롭지 않다. 80년대에 학술적으로 정리됐고, 수련자들은 수년의 훈련으로 도달한다. 훈련이 병목이었다. 헤드밴드는 그 곡선을 뭉갠다. 1년이 첫날 밤이 된다. 수행이 구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정확히 이 지점이 위험하다. 수행은 도달한 자만 그 풍경을 본다. 구독은 누구나 본다. 풍경의 가치는 도달의 비용에 비례했다. 비용이 사라지면 풍경도 함께 평준화된다. 깨달음이 449달러짜리 액세서리가 된다.
먼저 떠오르는 건 치료다.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가 루시드 드림 안에서 트라우마 장면을 다시 마주하고 결말을 바꾸는 임상은 이미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처방되는 것이 화학물질이 아니라 다시 쓰는 한 편의 꿈이 된다. 약병 옆에 헤드밴드가 놓이는 풍경이 그리 멀지 않다.
여기까진 뻔한 이야기. 더욱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루시드 드림이 대중화되는 순간 하루가 32시간이 된다. 잠든 8시간이 의식 가능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곧 누군가는 꿈에서 코드를 짜고, 시나리오를 쓰고, 미팅을 시뮬레이션한다. 그 사람들이 더 빠르다는 게 알려지는 순간, 잠은 더 이상 휴식이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시간대가 발견된 셈이다. 다만 이번 신대륙은 내 머리 안에 있다. 그리고 모든 신대륙이 그랬듯, 가장 먼저 도착한 자가 가장 많이 가져간다.
수면 격차가 시작된다. 그동안 격차는 깨어 있는 시간에서 벌어졌다. 누가 더 좋은 학교에 가고, 누가 더 많이 일하고, 누가 더 일찍 일어나는가. 헤드밴드는 격차의 지평선을 잠 속까지 끌고 내려간다. 부자는 꿈에서 쉬도록 설계된 헤드밴드를 사고, 가난한 사람은 꿈에서도 일하도록 광고가 흘러드는 무료 버전을 받는다. 부자는 꿈에서도 자기 자신이고, 가난한 사람은 꿈에서도 소비자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잠든 동안에도 빈부가 갈린다.
광고는 꿈에 붙여보면 서늘한 단어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알고리즘에 양도한 것들을 떠올려본다. 무엇을 볼지, 들을지, 누구와 매칭될지,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지. 그런데 꿈은 마지막까지 광고가 들어오지 못한 곳이었다. 뇌파 센서와 집중 초음파가 결합된 기기의 개발도구가 열리는 날, 그 빗장이 풀린다. 내 꿈의 풍경에 어떤 브랜드의 음료가 등장한다. 내가 그걸 의식적으로 골랐다고 착각한다. 깨어나서 그 브랜드를 검색한다. 자아의 마지막 요새가 광고판이 된다. 더 정확히는, 자아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린다. 내가 원하는 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어젯밤 꿈에 심어진 것인지 본인도 모르는 첫 세대가 등장한다. 욕망의 출처를 추적할 수 없는 인간은 더 이상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아니다.
꿈 데이터는 인류가 한 번도 거래해본 적 없는 종류의 데이터다. 지금까진 검색 기록이 가장 사적이라 여겨졌다. 그건 그래도 깨어 있는 의식이 한 번 거른 데이터다. 꿈은 안 걸러진다. 욕망과 공포의 1차 자료가 그대로 클라우드로 흘러간다. 어떤 광고주가, 어떤 정부가, 어떤 보험사가 이 데이터를 안 보고 싶을까. 고해성사는 신부 한 명에게 가는 비밀이었다. 꿈 로그는 서버 여러 대로 가는 비밀이다. 신부에겐 침묵의 의무가 있었다. 서버에겐 분석의 의무가 있다.
기술 진영이 해야 할 일이 또렷해진다. 꿈 데이터의 자기 주권. 헤드밴드의 원시 신호가 회사 서버가 아니라 사용자의 기기에 남는 구조. 누가 무엇을 경험했는지는 증명하되 그 내용은 누설되지 않는 구조. 영지식 증명이 학문적 호기심에서 인프라로 넘어와야 하는 시점이 있다면 이때다. 인류가 마지막 사적 영역을 통째로 양도하기 직전이라면, 그 양도를 거부할 수 있는 인프라가 5년 안에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그동안 풀어온 문제 중 절박한 응용처가 여기서 열린다. 꿈을 지키는 일이 곧 자아를 지키는 일이 되는 시대, 그 인프라를 누가 만드는가가 다음 10년의 헤게모니를 가져간다.
종교의 위상이 흔들린다. 역사상 가장 큰 종교 셋이 모두 꿈 계시에서 출발했다는 창업자의 관찰은 농담이 아니다. 계시는 늘 희소했기 때문에 권위였다. 누구나 자기만의 신을 만난다면, 권위는 어디로 가는가. 모두가 작은 예언자가 되는 길이 있다. 반대편엔 헤드밴드를 쥔 회사가 가장 큰 교회가 되는 길이 있다. 펌웨어 업데이트가 곧 새 경전이 된다. 둘 중 무엇이 먼저 도착할지는 시장이 정한다. 신을 만나는 일이 구독료 갱신에 묶이는 시대가 가능하다. 결제가 끊기면 신도 끊긴다.
장기 안전성 데이터는 없다. 집중 초음파 자체는 오래 연구됐지만, 매일 밤 수년에 걸쳐 전전두엽을 자극할 때 무엇이 누적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과를 보면서 사용한다. 사용하면서 결과가 나온다. 빠르게 달리다 꿈이 부서진다. 그리고 부서진 꿈은 깨어 있는 삶을 부순다. 꿈은 단지 잠의 일부가 아니라 정신을 매일 밤 정비하는 작업장이기 때문이다. 그 작업장에 외부 신호를 매일 송출하는 일을 우리는 너무 가볍게 시작하려 한다.
꿈을 생성하는 헤드밴드가 도착하는 2026년 말, 처음 머리에 쓰는 사람은 그날 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모를 것이다. 인류 전체가 똑같은 자세로 누워 있게 된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영역의 입구에 서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회사 서버에 송출하면서. 가장 외로운 자세로 가장 집단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꿈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인간은 더 이상 같은 인간이 아니다. 그런데 통제하지 않는 인간으로 남기엔 이미 449달러는 너무 싸다. 이 비대칭이 모든 새 기술의 핵심이었다. 거부의 비용이 수용의 비용보다 비싸지는 순간, 거부는 사치가 되고, 사치가 된 거부는 빠르게 멸종한다.
이 헤드밴드를 살 것인가. 이 질문의 본질은, 마지막 야생을 길들이는 일에 내가 동의하는가에 대한 결정이다. 마지막 자유로움마저 길들여진 세계에서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것인가. 통제되지 않는 시간이 0이 된 인간에게, 자유는 어떤 모양으로 남는가.
오늘 밤 잠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아직은 통제되지 않은 채로 들어가는 그 문 앞에서. | 0 |
| 19 | MemKraft v1.0 개발 후기 — 에이전트 장기 기억 벤치마크 1위 달성
AI 에이전트가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측정하는 LongMemEval이라는 벤치마크가 있다. 다양한 라이브러리가 도전했고, 지금까지 잘 알려진 오픈소스 중 가장 높은 점수는 MemPalace의 96.6%였다.
MemKraft v1.0.1은 98.0%를 기록했다.
오픈소스 기반의 주요 에이전트 장기 기억 벤치마크에서 현재 1위다.
LongMemEval은 실제 사람처럼 쌓이는 대화 기록에서 질문에 답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단순 검색이 아니라 기억의 질을 본다.
테스트 환경은 이렇다.
• 데이터셋: LongMemEval oracle subset, 50개 질문
• 평가 방식: LLM-as-judge (claude-sonnet-4.6) — 단순 문자열 매칭이 아니라 의미 기반 채점
• 모델: claude-sonnet-4.6
• 측정 방식: semantic majority vote (동일 질문 3회 샘플링 후 의미 기반 다수결)
LLM-as-judge를 쓴 이유가 있다. 정답이 의미상 맞는데 단어 표현이 달라 오답 처리되는 케이스가 많았다. string match로 측정하면 실제보다 낮게 나온다. 논문에서 MemPalace가 제시한 것과 동일한 평가 방식으로 맞췄다.
카테고리별 결과는 이렇다.
| 카테고리 | 점수 |
| ------------- | ----- |
| 시간 추론 | 100% |
| 단일 세션 (사용자) | 100% |
| 선호도 파악 | 100% |
| 정보 업데이트 | 100% |
| 멀티 세션 종합 | 92.3% |
| 단일 세션 (어시스턴트) | 83.3% |
다른 라이브러리와 비교하면 포지션이 선명해진다.
| 라이브러리 | 점수 | 비고 |
| ------------------- | ----- | -------------------- |
| MemKraft v1.0.1 | 98.0% | Markdown, zero-infra |
| MemPalace | 96.6% | ChromaDB 필요 |
| MEMENTO (Microsoft) | 90.8% | LLM self-compression |
| Mem0 | — | 클라우드 SaaS |
| Letta | — | 인프라 필요 |
| LangMem | — | LangChain 종속 |
MemKraft는 Markdown 파일 위에서 돌아간다. 외부 DB 없고, 외부 API 호출 없고, 프레임워크 종속 없다. 점수도 제일 높고, 깔리는 것도 제일 가볍다.
멀티 세션과 어시스턴트 기억 카테고리는 아직 여지가 있다. 다음 업데이트에서 더 올릴 계획이다.
───
이번엔 업데이트의 쓰레드는 다음과 같다. "기억하는 시스템"에서 "스스로 개선하는 시스템"으로. 버전별 키워드를 공유한다.
v0.9.0: 기억에는 실패의 자리도 있어야 한다
에이전트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보면서 시작했다. 기억은 있는데 "왜 그랬는지"가 없었다.
Incident Memory Layer를 추가했다. incident_record, incident_rca, runbook_match. 무엇을 했는지뿐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같은 기억 공간에 남긴다.
v0.9.1: 결정도 사건이다
결정을 시간 순으로 연결하면 흐름이 보인다. YongKeun Park의 What / Why / How 원칙을 그대로 박제했다.
decision_record, decision_link, 그리고 evidence_first — 행동하기 전에 과거 증거부터 조회하는 API. 먼저 조사하고 행동하라는 원칙을 코드에 박았다.
v0.9.2 M1: 프롬프트도 엔티티다
mizchi의 empirical prompt tuning 글("馬鹿みたいに効く")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롬프트를 사람처럼 이력이 쌓이는 대상으로 등록하고, 튜닝할 때마다 "무엇을 바꿨고 왜 바꿨는가"를 자동으로 기록한다.
MemKraft는 여전히 내부에서 LLM을 부르지 않는다. 기록만 할 뿐, 판단은 밖에서 한다.
v0.9.2 M2: 과거는 지금의 증거다
prompt_evidence — 튜닝 직전에, 비슷한 시도에서 뭐가 통했는지 자동으로 꺼내준다.
convergence_check — 정확도, 스텝 수, 소요 시간 세 가지가 안정되면 수렴으로 판정한다.
경험 많은 선임이 "이 정도면 됐어"라고 말해주는 감각을 코드로 옮긴 것이다.
v1.0.0: 루프가 닫혔다
register → eval → evidence → convergence_check. 한 바퀴 도는 자기개선 루프가 완성됐다.
새 storage 없음, 새 deps 없음, 새 LLM 호출 없음. 12개 API, 731 tests, Production/Stable.
Bitemporal memory × empirical tuning: the first self-improvement ledger for AI agents.
v1.0.1: 다시 보니 보이는 것들
정식 버전을 내자마자 E2E 패스를 한 번 더 돌렸다. P0(크래시/데이터 손실)은 0건. P1 5개 패치. 741 tests. 12분 13초.
───
v0.9.0에서 v1.0.1까지 여섯 번의 업데이트를 관통하는 주제는 "기억을 자기개선 원장으로 쓰는 것"이었다.
무엇을 기억할까에서, 왜 기억해야 하는가로. 그리고 그 기억이 다음 행동을 더 낫게 만드는가로.
영원한 MIT 라이선스, 맘대로 쓰면 된다. 스타, 포크, PR 전부 환영!
https://github.com/seojoonkim/memkraft | 0 |
| 20 | 정체성의 반감기를 맞이하는 상상
다리오 아모데이가 2025년 5월 Axios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Anthropic의 CEO이자 그 기술의 위험을 가장 크게 외치는 사람이다. "미국 화이트칼라 신입 일자리 절반이 5년 안에 사라진다. 좋게 포장하는 건 그만하자."
얀 르쿤이 2026년 4월 X에서 받아쳤다. 그는 Meta의 전 수석 AI 과학자이자 2018년 튜링상을 받은 딥러닝 3대 대부이다. "다리오는 틀렸다(일자리는 그렇게 많이 줄지 않을것이다). 그는 기술 혁명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하나도 모른다. AI 전문가 말고 경제학자 말을 들어라."
두 사람은 같은 모델을 본다. 같은 벤치마크. 같은 GPT, 같은 Claude, 같은 능력 곡선. 한 사람은 절벽을 보고, 다른 한 사람은 트랙터를 본다.
아모데이가 맞을까. 스탠퍼드 브린욜프슨 팀이 2025년 8월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탄광의 카나리아"다. 22~25세,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군의 신입 고용이 2022년 말부터 13퍼센트 감소했다. 같은 직군 나이 든 근로자는 6~9퍼센트 증가했다. 연령 구간 하나를 빼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사다리는 그대로 서 있다. 오를 수가 없을 뿐이다. 사다리는 건물 밖에 세워져 있고, 건물은 사라지는 중이다.
서울의 한 신입사원을 보자. 스물여섯, SKY 졸업, 컨설팅 인턴 6개월, 정규직 계약서에 사인한 지 3개월. 그의 업무는 재무 모델 초안, 업계 리서치 요약, 슬라이드 초고. 모든 일은 Claude가 한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커피값도 안 들이고. 그는 운이 좋으면 해고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기수는 필요없다.
공채 면접장에 이런 질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 리서치 혼자 했어요? Claude 썼어요?" 혼자 했다고 답하면 비효율이다. Claude 썼다고 답하면 대체 가능이다. 정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많은 이들이 쓴웃음을 짓는다.
인턴십 기회는 가끔 열린다. 과거 인턴이 하던 일을 AI가 하기에, 인턴은 AI가 못 하는 일들, 커피 심부름이나 감정노동을 떠돈다. 갈 곳 없는 20대는 대학원으로 쏟아진다. 학교는 아직 2010년대 교과과정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2030년의 취업시장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잘못된 지도를 들고 정확하게 걷는 사람들.
상위 10퍼센트는 AI를 부리고, 하위 50퍼센트는 AI가 아직 닿지 않는 몸 쓰는 일을 한다. 중간층은 진공이다. 한때 사무실이 있던 자리에 조용한 바람이 분다. 이것이 아모데이의 세계다.
그럼 르쿤이 옳을까. 트랙터가 출시되자 농부의 90퍼센트가 논에서 밀려났지만 그 자리에 도시가 솟았다. 사무직이라는 단어가 발명됐다. 한 세대가 논을 떠나고, 그 자식이 공장에 갔고, 손주가 사무실에 앉았다. 세 세대 90년의 완충. 그런데 지금은 한 세대 안에 세 번 바뀌어야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해줄 지혜가 사라진다. 기술이 나이의 권위를 지운다.
2030년의 신입사원을 상상하자. 그의 직업명은 지금의 사전에 없다. AI 조율사, 합성 데이터 편집자, 에이전트 감독관. 그는 열 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부린다. 하루에 처리하는 업무량이 2020년 팀장 한 명 분이다. 그의 이력서에는 졸업장이 한 줄, GitHub 커밋 그래프가 두 페이지다.
새로운 일자리는 생길 것이다. 하지만 들어가는 길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대학이 티켓이었다. 새 세계에선 AI와 함께 굴러본 시간이 열쇠다. 집에서 GPU 돌려보고 부모가 API 크레딧 사준 이들이 앞서간다. 공교육의 평등주의가 처음으로 완전히 무너진다.
새 직업에서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계급은 사라지지 않고 옷을 갈아입는다. 중간이 사라진다는 점은 아모데이의 세계와 같다. 달라지는 건 계급의 단위다. 돈이 아닌 시간으로. AI를 부리는 자는 하루는 48시간,
혹은 그 이상이다. AI가 시키는 일을 하는 자는 24시간. AI가 닿지 않는 몸 쓰는 일을 하는 자는 교대 감옥 속의 12시간. 하루의 밀도가 계급을 나눈다. 가난은 돈의 문제에서 시간의 문제로 이동한다.
두 사람의 예측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도달하는 풍경은 닮았다. 2026년 3월 미국 실업률은 4.3퍼센트다. 아모데이의 예상인 10~20퍼센트까지는 아직 멀다. 르쿤의 낙관도 전혀 증명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일자리가 얼마나 남아있느냐가 아니다. 일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바뀌는 속도가 사람이 적응하는 속도보다 빠를 때, 사람은 무엇을 붙잡고 자기를 정의할까.
직업이 정체성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저는 기자입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그 문장 하나로 각자를 설명했다. 이제 AI가 변호사의 서면을 쓴다. 기자의 기사를 쓴다. 의사의 진단을 내린다. 나는 AI가 못 하는 나머지의 변호사인가. AI를 쓰는 변호사인가. 변호사였던 사람인가.
사람이 무너지는 건 능력이 사라질 때가 아니라 의미가 사라질 때다. AI가 못 하는 나를 찾는 순간, 나는 AI의 능력 곡선에 내 정체성을 묶는다. 새 프론티어 모델이 나올 때마다 나는 작아진다. 트랙터 때는 나는 더 이상 농부가 아니라고 확정할 수 있었다. 이번엔 그 진단조차 어렵다.
3월의 나는 6월의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정체성의 반감기는 점점 짧아진다. 피카소가 한 화풍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수십 년을 썼다면, 지금은 분기마다 나를 버려야 한다.
인간은 본래 망각의 동물이다. 어제의 서툰 나를 잊고 오늘의 나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에게 망각은 결함이 아니라 자유였다. AI는 잊지 않는다. 내가 작년에 쓴 프롬프트, 2년 전 삭제한 줄 알았던 초안. 어디선가 로그로 남아 있다. 반감기는 짧아지는데 유통기한은 영원해진다. 망각할 권리를 가진 마지막 세대는 지금 늙어가고 있다.
그래서 반감기가 짧아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정체성에 더 집착한다. SNS 자기소개 문장은 점점 길어진다. MBTI, 음악 취향, 성향 테스트 결과. 빠르게 증발하는 자기를 붙잡아두려는 접착제다.
시간축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의 의미를 미래 세대는 알까. 하루의 리듬, 일주일의 리듬, 일 년의 리듬. 일이 빠지면 시간이 형태 없이 돌아온다. 자유를 넘어선 무중력. 우주정거장 체류 6개월이면 뼈의 1~2퍼센트가 녹는다. 중력 없는 시간 속에서는 자아의 뼈도 녹는다.
한국에서 떠오를 문제는 더욱 아프다. 시험으로 사람을 분류해온 나라다. 수능, 공무원 시험, 고시, 공채. 피크 시절엔 매년 30만 명이 공시에 매달렸다. 한국의 시험은 얼마나 잘 암기하는 사람인가를 정의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았다.
AI는 그 시험을 순식간에 만점으로 푼다. 고장 난 분류 기계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 들어가고 정년까지 버티는 것. 부모 세대의 각본은 그대로인데 무대가 사라졌다.
많은 이들이 명함 없이 자기를 소개하지 못한다. 은퇴한 아버지들이 빨리 늙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함이 사라지면 그 안에 들어 있던 사람도 같이 접힌다. 은퇴 아버지의 5년은 이제 신입사원의 5년이 된다. 명함이 있을 때 우리는 자기를 외부에 위탁해서 살았고, 직함이 대신 말해주었다. 이제 그 말을 내 입으로 해야 한다. 평생 남의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자기 이름은 낯선 외국어다. 발음해보려는 순간 입이 멈춘다. 그 침묵이 이 시대의 가장 조용한 비명이다.
아모데이의 시나리오든 르쿤의 시나리오든, 우리에게 같은 것을 묻는다. 일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직업이 자기소개의 첫 문장이 된 건 산업혁명 이후 기껏 수백년이다. 인류사 1퍼센트의 짧은 예외였다. 농경 사회의 인간은 직업이 아니라 땅과 가족으로 자기를 설명했다. 저는 광산 김씨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게 아니라, 오래된 질문이 돌아오고 있다. 직업 이외의 무언가가 어떻게 나를 설명할까.
그 무언가의 정체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AI가 못 하는 일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AI가 있어도 상관없는 자신을 찾기. 능력 곡선의 바깥이 아니라, 능력 곡선의 축 자체가 다른 곳.
각자가 찾아야 한다. 학교가 가르쳐줄 수 없다. 기존 포맷의 이력서에 적을 수도 없다. 모두 시대가 던진 질문을 고민해야한다.
지금도 스물여섯 살의 누군가는 이력서를 쓴다. 그 이력서를 읽을 게 사람일지 AI일지도 모른 채로.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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