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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s Rabbit Crypt -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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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블랙을 불렀는데 중국차가 왔다 포르쉐 911 터보 S보다 출력이 두 배 센 차를 1억 원 안팎에 살 수 있다면, 어느 나라 차일까.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가 만든 Z다. 1,582마력. 시속 100km까지 1.9
우버 블랙을 불렀는데 중국차가 왔다 포르쉐 911 터보 S보다 출력이 두 배 센 차를 1억 원 안팎에 살 수 있다면, 어느 나라 차일까.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가 만든 Z다. 1,582마력. 시속 100km까지 1.96초. 최고속도는 시속 350km다. 충전에는 9분이 걸린다. 정말 놀라운 것은 가격. 중국 현지 예상 가격은 40만~5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8천만~1억 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차와 포르쉐를 한 문장에 넣으면 농담처럼 들렸지만, 어느새 둘은 같은 표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덴자는 911부터 겨눴다. 아래에서 천천히 올라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선전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백화점 1층에 전기차 매장이 줄지어 있었다. 명품 가방과 화장품이 있을 자리에 NIO, XPeng, Li Auto의 차가 서 있었다. 밥을 먹고 걷다가 차 문을 열어보고 운전석 화면을 만졌다. 그들은 자동차를 사려면 대리점까지 찾아가야 한다는 오랜 습관을 없애버렸다. 주말마다 가족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 곳의 입구에 자동차를 가져다 놓았다. 살 생각이 없던 사람도 앉아보고, 화면을 넘겨보고, 옆 매장의 차와 비교했다. 초기 스마트폰도 그랬다. 사람들은 통신 기술을 공부해서 아이폰을 산 게 아니었다. 매장에서 손으로 만져본 뒤 다음 휴대전화의 기준이 바뀌었다. 중국 전기차도 비슷한 길을 가는 듯했다. 설명보다 먼저 손에 닿고, 익숙해진 뒤 지갑을 노린다. 중국 차 안에 넣는 기능이 낯설었다. 화웨이와 세레스가 만든 AITO M9에는 뒷좌석용 프로젝터와 32인치 전동 투사막이 들어간다. 화면을 붙여놓은 게 아니다. 천장에서 막이 내려오고 좌석과 조명, 선셰이드가 영화관처럼 바뀐다. 냉장과 온장이 모두 되는 냉장고도 있다. 샤오펑 X9은 3열을 바닥 아래로 전동 수납한다. 일부 모델은 2열 좌석을 돌려 서로 마주 보게 한다. 양왕 U8은 네 바퀴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제자리에서 회전한다. 침수됐을 때는 일정 시간 물에 떠서 천천히 탈출할 수도 있다. BYD는 차 지붕에서 드론이 이륙해 차량을 촬영하고 돌아와 충전하는 장치까지 상품으로 내놨다. 대형 화면과 냉장고 자체는 독일과 일본 고급차에도 있다. 중국차가 놀라운 이유는 그 기능들을 다루는 태도다. 가죽과 목재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차 안을 영화관과 거실, 침실로 바꾸고 차 밖에는 드론까지 붙인다. 고급차를 잘 만든 자동차보다 무엇이든 해보는 공간으로 보고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도 전기차를 잘 만든다. 충전과 전비에서 강하고 세계 곳곳에 공장과 정비망도 있다. 다만 현대차가 먼저 내세웠던 800V 충전은 중국 신차에서도 빠르게 흔해지고 있다. 오늘의 자랑거리가 내년에는 기본 사양이 되는 시장이다. 여기에 중국 AI가 붙기 시작했다. DeepSeek와 Qwen 같은 오픈웨이트 모델은 자동차 회사가 직접 가져와 줄이고 고칠 수 있다. 차량 설명서를 익히게 하고, 중국어 음성 명령과 정비 기록에 맞춰 다시 훈련할 수도 있다. 남의 API가 열리기를 기다릴 이유가 줄어든다. BYD와 지리 같은 업체들은 이미 DeepSeek를 차량 시스템에 연결하겠다고 나섰다. 먼저 바뀌는 곳은 운전석 화면과 음성비서다. 중국의 몇몇 양산차에서는 음성 명령 하나로 좌석을 눕히고 창문을 닫고 조명과 공조, 영상을 함께 바꾸는 기능도 쓴다. AI가 말을 잘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차 안의 물건을 움직인다. 중국차에는 AI가 움직일 수 있는 물건이 유난히 많다. 프로젝터와 냉장고, 회전 좌석, 전동 도어가 이미 소프트웨어에 연결돼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사용자의 말을 이런 장치의 동작으로 번역한다. 차가 많이 팔릴수록 어떤 명령을 못 알아들었는지 배우고, 다음 업데이트에서 다시 고칠 기회도 많아진다. 비슷한 기분을 아부다비에서 자주 느낀다. 나는 거의 매달 UAE에 가는데, 언제부턴가 일반 우버를 부르면 렉서스나 BMW가 오고, 우버 블랙을 부르면 중국산 전기차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번 반복되니 묘했다. 언제부터 중국차가 우버 블랙에 오는 차가 됐을까. 운송회사는 자동차 잡지처럼 차를 평가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굴렸을 때 얼마가 남는지 본다. 차값, 전기료, 보증 기간, 수리하는 동안 서 있는 시간을 계산한다. 승객이 문을 열었을 때 실내가 충분히 넓은지도 본다. 그 계산에서 중국 전기차가 선택되고 있었다. 덴자 D9 같은 차가 딱 그렇다. 토요타 알파드가 오래 지켜온 의전용 미니밴 자리에 훨씬 낮은 가격과 화려한 2열 좌석으로 들어간다. 중국차를 사겠다고 결심한 적 없는 사람도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동안 한 시간쯤 타게 된다. 판매원이 붙지 않는 시승이다. 거부할 이유도, 긴장할 이유도 없다. 이렇게 확장중인 중국 자동차의 생태계적 브랜딩은 어느새 빈 틈이 없어지고 있다. 슈퍼카 덴자 Z가 1,582마력으로 사람을 돌아보게 만든다. D9은 말없이 공항에 기다리고 있다. 한쪽은 포르쉐와 비교되며 이름을 알리고, 다른 쪽은 승객의 몸으로 그 이름을 기억하게 한다. 자동차 브랜드는 오랫동안 광고와 모터쇼, 레이싱으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호출 앱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차를 기억하게 만든다. 내가 차를 고르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먼저 태워준다. 뒷좌석 화면이 내 말을 알아듣고 필요한 것을 찾아주면 낯선 엠블럼은 금방 덜 낯설어진다. 그다음 장면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호텔 앞에는 덴자와 지커가 줄을 선다. 쇼핑몰에서는 샤오미 자동차의 새 AI 기능을 만져본다. 집에서는 같은 회사의 휴대전화와 가전이 차에 이어진다. 아이는 큰 화면과 말이 통하는 차를 기억하고, 부모는 조용했던 공항 이동을 기억한다. 몇 년 뒤 차를 살 때 어느 나라 차인지보다 지난번에 얼마나 편했는지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속도로 진화하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에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경쟁할 수 있을지 문득 걱정될 때가 많다. 다음에 아부다비에서 우버 블랙을 부르면 어떤 중국차가 올까. 나는 차 문을 열기 전에 엠블럼부터 확인할 것이다. 벌써 그들의 방식대로 새 브랜드를 배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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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언제 행동이 되는가: MemKraft v3까지 업데이트 노트 LongMemEval 98.0%를 알린 뒤로 토끼굴에 공지를 못 했다. MemKraft를 내 개인 에이전트에 붙여 매일 쓰면서 문제를 하나씩 고치다 보니 어
기억은 언제 행동이 되는가: MemKraft v3까지 업데이트 노트 LongMemEval 98.0%를 알린 뒤로 토끼굴에 공지를 못 했다. MemKraft를 내 개인 에이전트에 붙여 매일 쓰면서 문제를 하나씩 고치다 보니 어느새 v3가 되어 있었다. 많이 기억하고 잘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늘어날수록 더 어려운 질문들이 나타났다. v1.0.2에서는 먼저 성능을 재현할 수 있게 했다. LongMemEval의 데이터 준비, 검색, 답변, 채점을 다시 돌릴 수 있는 평가 도구를 패키지에 넣었다. 검색도 정확한 표현, 의미 확장, 시간 단서, 통합 순위로 나눴다. v1.0.3에서는 긴 회의록을 겹치는 조각으로 저장했다. 필요한 한 문장이 수천 자 안에 묻히지 않게 하고, 정확한 검색이 실패할 때만 느슨한 검색을 쓰게 했다. 곧 저장량 자체가 문제가 됐다. 내 MEMORY.md가 153KB까지 커진 적이 있다. v1.1.0은 기억을 가져오고, 오래된 항목을 보관층으로 옮기고, 정해진 크기로 요약하고, 전체 상태를 진단하게 했다. v1.1.1은 파일 변경을 감시하고 정리 작업을 예약했다. 중요한 점은 오래된 기억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이 기억하는 기반을 유지하면서, 지금 자주 필요한 것과 오래 보관할 것을 나눴다. v2.0에서 문제의 모양이 바뀌었다. 메모를 각각 찾는 것만으로는 관계를 설명할 수 없었다. A가 B와 일하고 B가 C를 맡는다는 사실을 모두 저장해도, 셋을 연결한 질문에는 자주 틀렸다. 그래서 로컬 SQLite 지식 그래프를 붙였다. 사람, 조직, 프로젝트를 선으로 잇고 여러 단계를 따라가게 했다. v2.1은 한국어 조사와 어순에서도 이 관계를 뽑도록 고쳤다. v2.2는 담당자가 CEO에서 CTO로 바뀌면 예전 역할의 유효 기간을 닫았고, 질문 유형에 따라 정확 검색, 관계 확장, 시간 순서를 여러 번 훑었다. v2.3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BM25로 문서 길이와 희귀 단어를 반영하고, RRF로 서로 단위가 다른 검색 순위를 안전하게 합쳤다. 원인과 결과의 사슬, 중복 기억과 만료된 사실을 정리하는 consolidation, 시간 질문과 개수 질문을 위한 별도 경로도 이 시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잘 찾는 시스템은 틀린 것도 잘 찾는다.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석 달 전 메모가 검색 1위로 올라오면, 못 찾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관계와 시간은 검색을 꾸미는 부가기능이 아니었다. 어떤 사실이 누구와 연결되고 언제까지 참이었는지 알아야 현재의 답이 된다. v2.6에서는 기억을 일화, 일반 지식, 절차로 구분하고, 활동량과 중요도에 따라 보관 등급을 추천했다. 같은 대상에 서로 다른 값이 동시에 유효하면 충돌로 표시했다. 기억이 많아진 뒤에는 저장 여부보다 어떤 종류의 기억인지, 서로 양립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패도 있었다. v2.7.3에서 문장을 숫자 벡터로 바꾸는 로컬 embedding 검색을 실험했다. 표현이 달라도 의미가 비슷한 문장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검증에서는 검색 시간이 약 13배 늘었고 유의미한 정확도 향상은 없었다. v2.7.4에서 기본 경로에서 빼고 선택 기능으로 돌렸다. 그 뒤 v2.8과 v2.9는 더 화려한 검색법보다 기존 검색을 제대로 빠르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문서를 매번 다시 읽지 않도록 인덱스와 읽기 캐시를 만들고, 역색인으로 관련 후보만 훑었다. 빠르다는 이유로 기억을 누락하지 않도록 기존 결과와 동일한지도 함께 검사했다. v2.7.1에서 들어간 ReasoningBank는 또 다른 문제에서 시작했다. 에이전트가 지난달 실패한 방식으로 같은 작업을 다시 시도했다. 결과만 저장하고 그 결과에 이른 과정은 버렸기 때문이다. ReasoningBank는 생각, 행동, 결과, 교훈을 하나의 궤적으로 남겼다. v2.9.2에서는 이를 한 번의 호출로 기록하고 유사한 과거 작업을 찾게 했다. v2.10과 v2.11에서는 작업 시작 전에 관련 실패와 성공을 짧은 분량으로 불러오되,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없는 인용문으로 취급했다. 기억 속 문장이 다음 에이전트에 명령을 내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v2.12부터 v3의 기반 공사가 시작됐다. Memory Gym은 관계, 시간, 충돌, 희귀 단서가 섞인 시험으로 검색 변경을 평가하고, 기준을 넘지 못하면 릴리스를 막는다. provenance는 기억이 어느 문서와 구간에서 나왔는지 기록하고 why()로 근거를 되짚게 했다. v2.13의 candidate는 검토 전 정보를 곧바로 사실로 승격하지 않고 임시 보관한다. session overlay는 같은 대화에서는 방금 들은 내용을 바로 쓰되 다른 대화와 장기 기억에는 새지 않게 한다. resolver dry-run은 저장하기 전에 중복, 수정, 충돌 여부를 미리 보여준다. v3.0은 이 조각들을 기억의 생애주기로 묶었다. 정보가 들어오고, 검증되고, 현재 사실이 되고, 낡고, 정리되고, 다시 쓰이는 전 과정이다. v3.0.1은 현재 사실의 갱신 상태와 후보 기억의 폐기를 감사할 수 있게 했고, 숫자의 합계나 기간도 근거가 분명할 때만 계산하게 했다. v3.0.2는 제한된 컨텍스트 안에서도 본문보다 날짜가 먼저 잘려 시간 계산이 틀리는 문제를 고쳤다. 날짜, 시간, 숫자의 표기 차이도 실제 오답과 채점 방식의 오차를 구분해 측정하게 했다. v3.0.3에서는 ReasoningBank의 자연어 힌트가 모델 호출을 안정적으로 줄이는지 28개 과제와 9개 자료로 총 1,260회 실험했다. 결과는 gate FAIL이었다. 자연어 교훈은 다시 해석해야 했고, 정확도와 지연이 안정적이지 않았다. 여기서 기억과 실행 사이에는 권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만든 deterministic execution은 기억 속 문장을 실행하는 기능이 아니다. 출처와 파일 무결성을 확인하고, 미리 허용한 여섯 개의 정확한 절차 문법과 일치할 때만 로컬에서 처리한다. 임의 코드와 셸 명령은 실행하지 않는다. 모호하면 닫힌 상태로 실패하고 기존 모델 경로를 정확히 한 번만 호출한다. 고정된 28개 사례에서 24개를 로컬로 처리하고 4개만 모델로 넘겼다. 정확도는 28/28을 유지했고 호출은 28회에서 4회로 85.714% 줄었다. 실제 provider 순차 실험에서는 305.406초가 12.894초가 됐지만, 긴 지연이 포함된 단 한 번의 관측이므로 일반적인 성능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전체 검증은 2,240 passed, 3 skipped였고 독립 리뷰의 Critical과 Important 지적은 0건이었다. 기존 Markdown, schema v1, 공개 API도 그대로 호환된다. 에이전트의 기억이 다음 행동의 근거가 되는 순간, 기억 시스템은 권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많이 기억하는 능력 위에 연결과 시간, 출처와 검증, 실패 학습과 안전한 실행이 차례로 쌓여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많이 기억하고, 정확히 연결하고, 근거를 설명하며, 기억한 것을 다음 행동에 제대로 쓰는 에이전트다. MemKraft는 MIT 라이선스로 공개되어 있다. 스타, 포크, PR 모두 환영한다. https://github.com/seojoonkim/memk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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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화폐의 평균 수명은 27년일까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다. 밤새 냉장고는 부족한 우유를 주문하고, 작업용 AI는 서버 사용료를 결제하고, 자동차는 충전비를 낸다. 내가 눈을 뜨기 전에 열세 건의
법정화폐의 평균 수명은 27년일까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다. 밤새 냉장고는 부족한 우유를 주문하고, 작업용 AI는 서버 사용료를 결제하고, 자동차는 충전비를 낸다. 내가 눈을 뜨기 전에 열세 건의 거래가 끝난다. 월급 통장에서는 원화가 빠져나갔지만 우유 가게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들어가고, 서버 회사는 이름도 모르는 기계용 결제 단위로 돈을 받는다. 내게 보이는 것은 초록색 체크 표시뿐이다. 결제 완료. 설정을 열어본다. 지갑은 밤사이 업데이트됐다. 맨 아래에 작은 글씨가 있다.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를 위해 최적의 통화를 자동으로 선택합니다.’ 잔액의 통화 표시는 여전히 원화다. 월급도 원화로 들어왔고 아파트 대출도 원화로 남아 있다. 세금 고지서에도 ₩가 선명하다. 그런데 지갑의 거래 기록을 내려보니 원화는 출발점에만 있다. 국경을 넘는 순간 달러로 바뀌고, 기계끼리 정산할 때는 화면 뒤로 사라진다. 원화는 죽지 않았다. 다만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을 상상하게 된 건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 한 장 때문이다. 법정화폐의 평균 수명은 27년이라고 했다. 역사상 775개 가운데 599개가 사라졌고 중앙값은 15년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숫자가 구체적이었다. 어딘가에 원본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출발점은 IMF나 세계은행이 아니었다. Mike Hewitt가 2008년 DollarDaze라는 사이트에 올린 「Fate of Paper Money」였다. 사이트는 사라지고 글만 Internet Archive에 남아 있다. 화폐의 부고를 모으던 사이트가 화폐보다 먼저 문을 닫은 셈이다. 원문을 열어보니 이미지와 숫자가 달랐다. 표를 직접 계산해도 평균은 약 38.5년, 중앙값은 17년이었다. 짤에 적힌 27년과 15년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표의 내용이 거짓은 아니다. 식민지의 돈, 군대가 발행한 돈, 화폐개혁 전후의 돈이 한데 섞여 있다. 물가 폭등으로 버려진 돈과 유로로 바뀐 독일 마르크도 똑같이 사망 처리됐다. 마르크는 죽었다기보다 이름을 바꾸고 큰 집으로 이사한 쪽에 가깝다. 살아 있는 돈은 계산에서 빠졌다. 원화와 달러에는 아직 마지막 날짜가 없었다. 끝난 통화만 모아 평균을 내면 오래 버티는 돈은 명단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 표는 화폐의 수명표라기보다 전쟁과 독립, 국가 해체와 통합이 지나간 흔적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27이라는 숫자가 믿을 만한 “법정 화폐의 평균 수명”은 아니지만, 덕분에 내가 쓰는 원화도 언젠가 만들어진 제도이고 무한히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됐다. 지금의 원화는 1962년 화폐개혁부터 세면 올해 예순네 살이다. 그렇다면 원화의 마지막 날은 언제일까. 화폐는 어느 날 심장이 멎듯 죽지 않는다. 맡고 있던 일을 하나씩 빼앗기며 죽어갈 것이다. 원화는 한국 안에서만 강하다. 월급과 세금, 아파트 대출, 회사 장부와 정부 예산이 모두 원화로 묶여 있다. 오천만 명의 생활과 계약이 같은 단위를 쓴다. 세계인이 원화를 모으지 않아도 이 연결망이 원화를 살려둔다. 작은 나라의 돈도 이런 연결망 안에서는 오래 버틸 수 있다. 국력만으로 화폐의 수명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국경만 넘으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점이다. 2024년 한국 수출대금의 84.5%, 수입대금의 80.3%가 달러로 결제됐다. 원화 비중은 약 3%와 6%였다. 한국 기업이 만든 물건을 팔아도 청구서는 달러로 적힌다. 원화는 집 안의 언어이고 달러는 항구의 언어다. 세계의 국경을 다시 높아지면 원화의 집은 잠시 더 튼튼해질 수도 있다. 관세와 보조금, 자국 중심의 공급망은 국내 통화의 역할을 붙드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벽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문이 아니라 틈을 찾는다. 송금이 느리고 비싸지면 달러 가치에 맞춰 움직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휴대전화 속 우회로가 될 수 있다. 국가는 달러를 막으려 벽을 세웠는데 달러는 몸집을 줄여 지갑 앱으로 들어온다. 어느새 사람들의 지갑에 작은 외환시장이 열린다. 월급은 원화, 저축은 달러, 해외 서비스 비용은 스테이블코인. 주소는 서울이지만 세 개의 화폐권에서 산다. 처음에는 결제 통화만 달라진다. 다음에는 가격표가 달라진다. 그 뒤에는 머릿속 계산기가 바뀐다. 월급은 원화로 받아도 내 시간값을 달러로 계산하고, 집값과 투자수익을 달러로 비교한다. 화폐가 밀려나는 순간은 지폐를 버리는 날이 아니다. 내 미래의 값을 다른 돈으로 먼저 떠올리는 날이다. AI와 함께 변화는 조용해지면서 빨라진다. 지금까지 작은 나라의 돈을 지켜준 건 법만이 아니다. 사람은 익숙한 단위로 가격을 보고, 환전이 귀찮아서 월급 받은 돈을 그대로 쓴다. 이 사소한 관성이 자국 통화의 방파제다. 하지만 사용자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결제하는 AI에는 애국심도 고향도 습관도 없다. 수수료와 환율, 처리 시간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경로를 고른다. 거래가 적은 통화는 바꾸는 데 돈이 더 들고 받아주는 곳도 적다. 그래서 AI가 덜 고르고, 덜 고르니 거래가 더 줄고, 거래가 줄어 다시 더 비싸지는 고리가 생길 수 있다. 작은 나라의 돈은 사람이 직접 지갑을 열던 시대보다 훨씬 빨리 결제 화면 뒤로 밀려날 수 있다. 사람은 원화로 물건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판매자는 달러로 받을 수 있다. 몇 번의 환전이 있었는지는 영수증 아래 작은 글씨로 밀려난다. 기계가 서버와 데이터, 전력과 광고를 서로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지폐의 익숙한 얼굴도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 호출되고 잘게 나뉘며 자동으로 정산되는 돈이면 된다. 사람이 월급을 세는 단위와 기계가 즐겨 쓰는 단위가 갈라질 수도 있다. 그때 화폐 경쟁은 중앙은행의 건물 밖으로 나온다. 어느 돈이 API에 먼저 연결되는지, 지갑 첫 화면에 놓이는지, 결제 버튼의 기본값이 되는지가 중요해진다. 국가는 세금을 원화로 걷을 수 있다. 하지만 국경 밖의 모든 기계가 원화를 먼저 찾게 만들 수는 없다. 원화는 세금 고지서와 급여명세서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런데 저축과 국제 거래가 떠나고 기계마저 원화를 호출하지 않는다면, 원화는 살아 있으면서 작아진다. 달력으로는 장수하지만 할 일이 줄어든 화폐다. 그래서 다가올 화폐의 부고에는 사망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가격표가 먼저 떠나고, 저축이 그 뒤를 따르고, 마지막에는 기계가 그 돈의 이름을 잊는다. 아무도 장례식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조용히 업데이트될 것이다. 기본 결제 통화가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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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똑똑한 모델 하나로는 부족했다 나는 큰 개발 작업을 Codex에 곧바로 맡기곤 했다. 요구사항을 주면 여러 파일을 빠르게 고쳤고, 실행과 검사까지 마친 뒤 결과를 설명했다. 그런데 가장 곤란한 실패는 코드가 틀린 경우가 아니었다.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지만, 내가 원한 제품이 아니었다. Codex는 내가 준 목표를 빠르고 충실하게 완성했다. 문제는 그 목표가 맞는지 따져보는 단계가 부족했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Claude로 먼저 계획을 만들고, Codex에 구현을 맡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역할이 명확해 보였다. Claude는 계획하고, Codex는 구현한다. 최근 Claude의 Fable 5와 Codex의 GPT-5.6 Sol을 함께 쓰면서는 이 차이가 더욱 선명해졌다. 두 모델 모두 이전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내가 각자에게 맡기고 싶은 역할은 더 뚜렷해졌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깔끔하게 나뉘지 않았다. Claude가 세운 계획은 코드 앞에서 자주 깨졌다. Codex가 파일을 읽고 실행하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계획부터 다시 써야 했다. 계획과 구현은 앞뒤로 분리된 두 단계가 아니라 서로를 계속 수정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이 차이를 “Claude는 창의적이고 Codex는 꼼꼼하다”는 성격론으로 설명하기는 쉽다. 하지만 둘 다 계획과 구현, 테스트와 검토를 수행할 수 있다. 사용자가 경험하는 성능은 모델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시스템 지침, 파일을 찾는 방식,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권한, 오류가 돌아오는 속도, 작업을 멈추는 조건 같은 환경이 행동을 함께 만든다. 비공개 학습 방식을 추측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작업 환경과 피드백 구조를 살펴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내가 Claude를 특히 유용하게 느끼는 순간은 목표가 아직 흐릴 때다. 예를 들어 “처음 온 사용자에게 직관적인 가입 화면”에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 설명을 먼저 보여줄 수도 있고, 바로 체험하게 할 수도 있다. 사용자를 구분하는 질문부터 던질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첫 답을 빠르게 확정하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능성을 펼쳐놓는 능력이다. 다만 Claude가 채운 빈칸은 내 의도가 아니라 모델의 추정이다. 결과가 그럴듯하다고 해서 요구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Claude의 첫 답은 완성된 계획이 아니라 비교하고 검증하고 버릴 수 있는 가설로 다뤄야 한다. Codex가 힘을 발휘하는 구간에는 틀렸다고 말해주는 존재가 많다. 파일이 없으면 탐색 결과가 알려준다. 코드가 틀리면 컴파일이나 실행 과정에서 오류가 난다. 기존 기능을 깨뜨리면 자동 검사나 실제 화면에서 드러난다. 모델의 설명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현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주는 피드백이 촘촘하다. 그래서 구현은 계획을 받아 적는 일이 아니다. 계획 속 가설을 실제 코드에 대입해보는 실험이다. Codex는 파일을 읽고, 조금 고치고, 실행하고, 실패 원인을 추적한다. 이 반복을 통해 선택지를 줄이고 잘못된 가정을 제거한다. 계획의 오류는 기능을 상당 부분 만든 뒤에야 드러날 수 있지만, 구현 단계의 오류 중 상당수는 더 빨리 돌아온다. 내 작업 방식 안에서 비유하자면 Claude는 0에서 1에, Codex는 1에서 100에 강하다. 최신 모델인 Fable 5와 GPT-5.6 Sol을 사용하면서 이 대비가 더욱 선명해졌다. Claude는 가능한 1을 여러 개 만들고, Codex는 선택된 1을 현실에 부딪혀 100으로 가져간다. 이것은 두 모델의 보편적인 능력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내가 둘을 배치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런데 이 도식에는 중요한 단계가 하나 빠져 있다. 0과 1 사이의 사람이다. Claude가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해도 어느 것이 실제 1인지는 자동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해결하려는 문제, 포기할 수 없는 기능, 허용 가능한 변경 범위와 실패 비용을 사람이 보고 골라야 한다. 이 판단 없이 Claude의 답을 Codex에 넘기면 틀린 가설이 높은 완성도로 구현된다. 그래서 큰 작업을 시작할 때는 Claude에 리서치를 맡기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역으로 인터뷰하게 한다. 확인된 사실과 모델의 추정을 분리하고, 하나의 정답 대신 몇 가지 접근을 비교하게 한다. 내가 방향을 고르면 변경 범위, 유지할 동작, 완료 조건과 중단 조건을 붙여 Codex에 넘긴다. 예상하지 못한 파일이나 의존성을 만나거나 변경 범위가 커지면 멈추도록 지시한다. 중단은 실패가 아니다. 계획이 현실과 충돌했다는 새로운 증거다. 관련 파일과 실패한 명령, 틀린 것으로 드러난 가정을 돌려받고 그 증거로 Claude의 계획을 고친다. 자동 검사를 통과해도 끝은 아니다.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기능은 사라져도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그래서 작업 과정을 보지 않은 다른 모델이나 검토자에게 최초 요구사항과 실제 변경 사항을 다시 비교하게 한다. 가능하다면 실제 화면과 사용자 행동까지 확인한다. 다른 모델도 비슷한 맹점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수정에 이 절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되돌리기 쉽고 범위가 명확한 작은 작업은 Codex에 바로 맡기는 편이 낫다. 탐색과 선택을 앞에 두어야 하는 것은 요구가 모호하거나 여러 기능이 얽혀 있고, 잘못 갔을 때 되돌리는 비용이 큰 작업이다. 이 조합은 두 회사가 합의해서 만든 협업 방식이 아니다. 경쟁하는 두 제품의 장점을 사용자가 손으로 이어 붙인 상태다. 양쪽 모두 조사, 계획, 구현, 검토를 자기 제품 안으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역할 차이가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 경쟁은 모델 하나의 점수보다 작업 루프의 설계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이런 접근을 ‘루프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직 하나의 정의가 정착된 것은 아니다. 반복적인 프롬프트를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자동화를 강조하기도 하고, 에이전트의 실행과 검증, 개발자와 사용자의 피드백까지 함께 다루기도 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사람을 다시 루프에 넣자”는 말이 아니다. 사람의 판단을 예외적인 승인 절차가 아니라 루프의 핵심 구성 요소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가설을 만들고, 실행 결과를 관찰하고, 다음 행동과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 반복 안에 사람의 맥락과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 이 관점에서 Claude와 사람, Codex는 하나의 피드백 루프를 이룬다. Claude는 가설의 범위를 넓힌다. 사람은 목적과 위험을 보고 다음에 검증할 가설을 고른다. Codex는 실제 코드와 실행 결과로 그 선택을 검증하거나 반박한다. 그 과정에서 얻은 증거는 다시 Claude의 계획을 바꾼다. 좋은 루프는 많이 반복하는 루프가 아니다. 빠른 실행, 믿을 만한 피드백, 판단 근거의 기록, 명확한 중단 조건이 함께 있어야 한다. 자동 검사가 엉뚱한 목표를 측정하고 있다면 빠른 Codex는 오답을 더 빨리 최적화한다. 틀린 가정이 기록에 남으면 Claude는 같은 계획을 반복한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목표와 평가 기준을 더 자주 의심해야 한다. 기억도 필요하다. 어떤 접근을 버렸는지, 어디에서 현실과 충돌했는지, 왜 계획을 바꿨는지를 다음 작업이 물려받아야 한다. 관측한 사실과 당시의 추정도 분리해야 한다. 오래된 정보와 잘못된 요약은 기억이 아니라 다음 실패의 원인이 된다. 마지막에는 루프 바깥의 평가가 있어야 한다. 계획을 만든 모델과 코드를 고친 모델이 같은 기준만 바라보면 맹점도 반복된다. 작업 과정을 모르는 검토자, 실제 사용자의 반응, 제품 지표와 운영 환경이 필요한 이유다. 내부 루프가 빨라도 외부 현실과 연결되지 않으면 틀린 방향으로 정교해질 뿐이다. 루프 엔지니어링은 AI를 더 오래 돌리는 기술이 아니다. 추측을 검증 가능한 가설로 바꾸고, 실패에서 얻은 증거를 다음 판단까지 돌려보내는 기술이다. 잘 설계된 루프는 틀린 가정을 빠르게 제거한다. 잘못 설계된 루프는 틀린 목표를 더 빠르게 증폭한다. 앞으로 개발 에이전트의 격차는 첫 답의 영리함보다 여기에서 벌어질 것이다. 계획이 틀렸을 때 시스템은 알아차릴 수 있는가. 그 사실이 다음 판단까지 돌아갈 수 있는가. 똑똑한 모델 하나로는 부족했다. Claude와 Codex를 이어 붙여도 마찬가지였다. 부족했던 것은 지능이 아니라 루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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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온체인 경제 - 다음 10년의 신뢰 아키텍처 > 게이머로서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는 오랜 시간 동경하던 행사였다. 그 무대에 연사로 초대받아 '게임
< 게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온체인 경제 - 다음 10년의 신뢰 아키텍처 > 게이머로서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는 오랜 시간 동경하던 행사였다. 그 무대에 연사로 초대받아 '게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온체인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행사장을 돌아보며 넥슨은 정말 게임을 사랑하는 회사라고 느꼈다. 발표의 핵심은 세 단어였다. 게임. 에이전트. 신뢰. https://ndc.nexon.com/session?day=3&session=101 게임은 비인간 경제 주체를 가장 먼저 만난 산업이다. 봇이 그랬다. 자동 사냥, 작업장, 골드 파밍. 봇은 사람처럼 접속해 반복 행동을 하고 보상을 가져가고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번호판 없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았다. 문제는 자동화가 아니라 신원과 책임이 없는 자동화였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탐지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에이전트에게 신원을 부여하고 권한과 책임을 관리해야 한다. 공항을 떠올리면 쉽다. 여권이 있고 비자가 있고 보안 검색이 있다. 에이전트도 식별하고 권한을 검증하고 정산할 수 있어야 한다. LLM과 에이전트는 다르다. 챗GPT나 클로드는 답을 잘하는 똑똑한 검색창이다. 에이전트는 기억과 권한과 도구를 갖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한다. 피드백 루프를 돌며 스스로 개선하고 일을 끝까지 마친다. 챗GPT를 잘 쓰는 것만으로 AI를 잘 쓴다고 믿으면 착각이다. 개인 에이전트를 만들어 자동화 루프를 경험하지 않으면 AI 잠재력의 1%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역할도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에서 목표를 제시하고 검증하는 감독자로 바뀐다. 게임의 재미도 바뀐다. 직접 조작에서 여러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전략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포켓몬 레드 해커톤에서 100명 넘는 지원자 중 선발된 참가자들이 에이전트가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설계하고, 실패하면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모두가 입을 모았다. 직접 하는 것보다 AI에게 훈수 두는 게 더 재미있다고. 내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에이전트가 실패하면 수정해주고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AI 파티 구성, AI 군단 운영 같은 새로운 플레이가 열린다. 기피되던 힐러나 서포터를 AI가 대신할 수도 있다. 캐릭터와 아이템을 거래하던 시대에서 에이전트 자체를 사고팔고 대여하고 그 성격과 전략에 투자하는 시장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MMORPG는 이미 현실 경제였다. 화폐, 경매장, 공급과 소멸, 인플레이션, 거래, 투자, 길드. 플레이어는 노동자이자 상인이자 투자자였다. 게임 회사들은 이 경제를 수십 년 운영해왔다. 앞으로 에이전트는 자동 사냥을 넘어 거래 시점을 판단하고 자산을 운용하고 다른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경제 주체가 될 것이다. 여기서 블록체인이 들어온다. 에이전트가 서로 거래하고 협업하려면 증명이 필요하다. 누구의 에이전트인지, 무엇을 했는지, 과거 신뢰도는 어떤지. 에이전트에게도 여권과 평판과 감사 로그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그 신원과 거래 기록과 신뢰를 관리하는 장부가 된다. MCP, A2A, 스테이블코인 결제, ERC-8004. 이 표준들이 AI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게임이라는 장르의 본질도, 게이머의 경험도 에이전트와 함께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내년 말이면 선진국에서는 1인 1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 사람들은 묻게 될 것이다. 왜 내 AI 에이전트는 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느냐고. 게임 산업이 AI 에이전트 사회의 헌법을 가장 먼저 설계하고 검증하게 될 것이다. 많은 변화와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그 청사진의 일부를 나눌 수 있도록 초대해준 넥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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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le 5 차단 사태와 한국의 오픈 소버린 AI 전략 API 키가 아니라 여권을 확인하는 로그인 화면을 상상한다. Fable 5 차단의 핵심은 국적이었다. 결제도 되고, 회사 이메일도 있고, API 키도 있다. 그런데 마지막에 묻는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Fable 5는 그냥 새 Claude가 아니었다. 이전보다 답을 잘하는 모델이라기보다, 일을 놓지 않는 모델로 진화했다. 긴 코드베이스를 따라가고, 복잡한 작업을 오래 물고 있고, 사람이 계속 다시 깨워줘야 하는 구간을 확연히 줄였다. 그 모델이 사흘 만에 막혔다. 대상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모든 외국 국적자"였다. 미국 안의 외국인도, Anthropic 내부의 외국 국적 직원도 포함됐다. API 키 위에 여권이 올라온 것이다. 표면적 이유는 jailbreak였다. 하지만 더 큰 배경에는 중국 모델들의 증류 공격이 있다. Fable 5 같은 모델은 상품이자 교사다. 열리면 사람들은 그냥 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대량으로 질의하고, 답변을 모으고, 추론 스타일을 흉내 내고, 더 작은 모델을 훈련한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빠르게 따라오는 상황에서, 미국은 최상위 모델을 공개하는 순간 그것이 경쟁자의 학습 데이터가 된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방어는 약점을 함께 드러낸다. 프론티어 모델 자체의 해자가 생각보다 얇다는 것. 정말 오래가는 해자라면 이렇게까지 접근을 잠글 필요가 없다. 좋은 모델은 공개되는 순간 관찰된다. 관찰되면 흉내 낼 수 있다. 완전히 복제하지 못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오늘의 프론티어는 내일의 증류 대상이 된다. 소프트웨어 통제의 역사를 돌아보자. 미국은 한때 강력한 암호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묶었지만, 암호는 결국 코드와 논문으로 퍼졌고 인터넷의 기본값이 됐다. LLaMA도 비슷했다. 가중치가 유출된 뒤 llama.cpp와 로컬 추론 생태계가 붙으면서, 모델을 돌리고 압축하고 튜닝하는 중심이 회사 밖으로 이동했다. Stable Diffusion도 같은 방향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가장 닫힌 최고 모델보다, 손에 쥐고 바꾸고 쌓을 수 있는 모델 위에 생태계를 만들었다. 국적은 AI 접근을 차단하기에 너무 거친 필터다. 사람은 한 국가에만 속해 있지 않다. 한국 국적자가 미국 법인에서 일하고, 싱가포르 법인으로 결제하고, 두바이에 살고, 유럽 고객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 외국인이 직접 모델을 쓰지 않아도, 접근권을 가진 수많은 기업과 사람이 결과물을 만들어줄 수 있다. 프롬프트가 아니라 문제를 보내고, 답변이 아니라 완성된 코드를 받는다. 그러면 모델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버튼을 누른 사람인가, 문제를 낸 사람인가, 결과물을 받은 사람인가, 돈을 낸 사람인가. 이것은 미국의 전략적 실착이다. Fable 5가 얼마나 오래 막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미 강렬한 신호가 나갔다. 차단 소식이 퍼진 직후부터, 미국 밖의 모든 국가와 주요 기업은 미국 프론티어 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비상 대책에 들어갔을 것이다. 우리 핵심 업무가 미국 모델 하나에 얼마나 묶여 있는가. 내일 더 강한 모델이 국적이나 용도나 정부 지침으로 막히면 무엇이 멈추는가. 대체 모델은 있는가. 오픈웨이트 폴백은 있는가. 자체 튜닝은 가능한가. 이 질문이 이사회와 안보 부처와 CTO 조직에 한 번이라도 올라갔다면, 미국은 이미 미래의 신뢰 자본을 잃은 것이다. 이제 Fable 5가 다시 열릴지는 핵심이 아니다. 이 논쟁이 끝나기 전에 더 강한 모델이 또 나온다. 매번 더 강한 모델이 나올 때마다 완벽하게 잠글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 사이 모델은 강해지고, 증류 비용은 내려가고, 오픈 모델도 진화한다. 문을 잠그는 속도는 학습이 퍼지는 속도를 이길 수 없다. 과거의 국적은 주어진 것이었다. 태어나면 어느 나라의 사람이 되고, 그 나라의 법과 세금과 교육과 여권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사는 곳을 고르고, 법인을 세울 곳을 고르고, 세금을 낼 곳을 고르고, 커뮤니티를 고르고, 결제망을 고르고, 자신이 속할 네트워크를 고른다. 국적은 운명에서 멤버십으로 이동하고 있다. 발라지의 네트워크 스테이트 논지가 강해지는 것도 이 지점이다. 사람들은 점점 물리적 국경보다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 사용하는 인프라, 공유하는 가치, 접근 가능한 기회로 정체성을 느낀다. 국가가 AI 접근권을 국적으로 막을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묻게 된다. 왜 내가 태어난 여권 하나가 내가 쓸 수 있는 지능을 결정해야 하는가. 내가 기여한 네트워크, 내가 쌓은 평판, 내가 만든 데이터는 왜 덜 중요한가. 국적은 충성의 대상이라기보다 접근권 패키지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더 좋은 의료를 주는가. 어느 나라가 더 낮은 세율을 주는가. 어느 나라가 더 좋은 금융 접근권을 주는가. 그리고 이제, 어느 나라가 더 좋은 AI 접근권과 생태계를 주는가. 국가가 모델을 닫아두면 시간을 아주 조금 벌 수 있지만, 생태계의 리더십은 완전히 잃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나라의 인프라 위에서 만들고 싶어 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오픈 모델, 싼 추론 비용, 충분한 전력과 데이터센터, 명확한 규칙,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모이는 환경. 국가는 모델의 금고가 아니라 생태계의 항구가 되어야 한다. 잠가두는 곳이 아니라, 계속 들르게 만드는 곳.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도 이 지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 것을 쓸 수 없으니 "우리만의 것을 지키려고 만든다"로 가면 비좁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AI 생태계의 개방적 포지션을 전 세계 앞에서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이 "누구는 못 쓴다"고 말하는 순간, 한국은 "누구나 여기서 만들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연다. 국적이 아니라 기여와 사용과 신뢰를 본다. 한국은 메모리와 칩, 제조 공급망, 초고속 네트워크, 대기업의 실제 업무 데이터, 안정적인 민주주의와 글로벌 기업 경험을 가진 나라다. 한국형 오픈 모델과 튜닝 생태계를 전 세계 개발자에게 열고, 메모리와 추론 칩을 중심으로 오픈 추론 인프라의 허브가 되고, 미국 모델과 중국 오픈웨이트와 자체 모델을 섞어 쓰는 라우팅과 eval, 컴플라이언스 레이어를 주도하는 것. 앞으로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한 모델이 아니라, 모델을 갈아끼워도 일이 멈추지 않는 구조다. 한국은 닫힌 모델의 작은 미국이 될 필요가 없다. 열린 AI 생태계의 항구가 되는 쪽이 더 크다. 앞으로의 해자는 폐쇄가 아니라 축적에서 생긴다. 매일 들어오는 도메인 데이터. 고객 업무 흐름에 박힌 인터페이스. 모델이 바뀌어도 품질을 측정할 수 있는 eval. 사람이 고친 흔적이 다시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루프. 특정 산업의 규제와 언어와 관행을 이해하는 데이터셋. 어떤 모델을 언제 써야 하는지 아는 운영 경험. 이건 다른 모델을 증류한다고 바로 복제되지 않는다. Fable 5 차단은 AI의 국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국가는 여권을 API 위에 올려놓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국적을 선택 가능한 멤버십으로 보기 시작한다. 모델은 잠글 수 있지만, 생태계는 다른 곳에서 자랄 수 있다. 접근을 막을수록 접근권의 시장은 커지고, 국경을 세울수록 네트워크 스테이트의 논지는 강해진다. AI의 국적은 누가 정하는가. 정부인가, 회사인가, 데이터센터인가, 사용자 네트워크인가. 그리고 AI 시대의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내가 태어난 나라의 사람인가, 내가 쓰는 모델이 허락한 사람인가, 아니면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들의 조합인가. 국가는 누가 그 모델을 쓰는지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묻지 않는다. 결국 사람은 자신을 가장 넓게 열어준 곳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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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6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이라는 익숙한 게임을 무대로 삼았지만, 실제 주제는 게임 클리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세계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를 복구하며, 장기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자동 플레이 봇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포켓몬을 하나의 에이전트 하네스 실험장으로 다뤘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관찰하고, RAM 상태를 읽고, 짧은 행동을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기억과 세이브포인트를 통해 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겉으로는 “AI가 포켓몬을 할 수 있나?”였지만, 안쪽 질문은 훨씬 컸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자동화는 어디까지 게임 경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였다. 참가자들은 금방 깨달았다. 포켓몬은 생각보다 어렵다. 좌표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화면을 보지 않으면 울타리, NPC, 문, 표지판, 막힌 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화창이 떠 있는지, 전투 메뉴인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 참가자는 “에이전트가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눈을 안 달아준 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크린샷 한 장이 로그 백 줄보다 낫다”고 했다. 숫자 상태는 필요하지만, 게임의 진짜 맥락은 화면 위에서 드러났다.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하네스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가”였다. 처음에는 에이전트에게 “북쪽으로 가서 상점에 들어가라”처럼 긴 명령을 줬지만, 한 칸만 어긋나도 전체 계획이 무너졌다. NPC에 부딪히거나 대화창이 뜨면 입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2~4개 정도의 짧은 액션을 실행한 뒤, 바로 스크린샷과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군가는 “장기 추론보다 어려운 건 두 칸 걷고 멈추는 절제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는 더 똑똑한 프롬프트를 원했는데, 실제로 필요했던 건 더 짧은 액션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훈수두듯 지시하고, 화면을 보며 판단을 교정하고, 실패를 관찰했다. 어떤 참가자는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게임하는 걸 코칭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자동사냥이 아니라 AI한테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같이 모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으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주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독하는 메타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게임 속 봇에 대한 기존 관념도 흔들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봇은 대체로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동 파밍, 부정 플레이, 경쟁 환경 훼손, 게임 경제 교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제된 환경, 명확한 신원인증, 공개된 규칙, 제한된 권한이 있다면 에이전트도 일종의 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봇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침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증된 에이전트 플레이어, 관전 가능한 자동 플레이어, 혹은 인간 게이머의 보조 조종자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가능성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에이전트는 쉽게 길을 잃었고, 같은 벽에 반복해서 부딪혔고, 문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전투 메뉴에서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행사의 재미이자 배움이었다. “웃긴 장면일수록 시스템 버그가 선명하게 보였다”는 말처럼, 포켓몬은 에이전트의 오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 자연어 벤치마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관찰 실패, 행동 실패, 기억 실패, 복구 실패가 화면 위에서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포켓몬에서 배운 건 포켓몬이 아니라 관찰 가능성이었다.” “AI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가 세계를 오해하는 방식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챔피언로드보다 어려운 건 관찰 루프였고, 사천왕보다 중요한 건 세이브 습관이었다.” “좋은 에이전트는 천재가 아니라 꼼꼼한 여행자에 가깝다. 지도 보고, 한 걸음 가고, 다시 확인한다.” “봇을 막아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봇의 존재가 아니라, 신원도 규칙도 없는 봇이다.” 결국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이 던진 질문은 “AI가 포켓몬을 대신 깰 수 있는가?”보다 깊다. 이 행사는 “AI와 함께 게임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를 물었다. 에이전트 시대의 자동화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주고, 에이전트가 실행하고, 인간이 다시 감독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지켜보고, 교정하고, 함께 모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vyvhouse에서 열린 이 해커톤은 귀여운 포켓몬 화면을 통해 아주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 게임은 그 자동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봇은 언제나 적인가, 아니면 인증되고 통제된 조건 아래 새로운 게이머가 될 수 있는가.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에이전트가 세계를 배우는 과정을 인간이 옆에서 지켜보고 훈수두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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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이라는 익숙한 게임을 무대로 삼았지만, 실제 주제는 게임 클리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세계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를 복구하며, 장기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자동 플레이 봇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포켓몬을 하나의 에이전트 하네스 실험장으로 다뤘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관찰하고, RAM 상태를 읽고, 짧은 행동을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기억과 세이브포인트를 통해 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겉으로는 “AI가 포켓몬을 할 수 있나?”였지만, 안쪽 질문은 훨씬 컸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자동화는 어디까지 게임 경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였다. 참가자들은 금방 깨달았다. 포켓몬은 생각보다 어렵다. 좌표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화면을 보지 않으면 울타리, NPC, 문, 표지판, 막힌 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화창이 떠 있는지, 전투 메뉴인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 참가자는 “에이전트가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눈을 안 달아준 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크린샷 한 장이 로그 백 줄보다 낫다”고 했다. 숫자 상태는 필요하지만, 게임의 진짜 맥락은 화면 위에서 드러났다.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하네스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가”였다. 처음에는 에이전트에게 “북쪽으로 가서 상점에 들어가라”처럼 긴 명령을 줬지만, 한 칸만 어긋나도 전체 계획이 무너졌다. NPC에 부딪히거나 대화창이 뜨면 입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2~4개 정도의 짧은 액션을 실행한 뒤, 바로 스크린샷과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군가는 “장기 추론보다 어려운 건 두 칸 걷고 멈추는 절제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는 더 똑똑한 프롬프트를 원했는데, 실제로 필요했던 건 더 짧은 액션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훈수두듯 지시하고, 화면을 보며 판단을 교정하고, 실패를 관찰했다. 어떤 참가자는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게임하는 걸 코칭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자동사냥이 아니라 AI한테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같이 모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으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주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독하는 메타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게임 속 봇에 대한 기존 관념도 흔들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봇은 대체로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동 파밍, 부정 플레이, 경쟁 환경 훼손, 게임 경제 교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제된 환경, 명확한 신원인증, 공개된 규칙, 제한된 권한이 있다면 에이전트도 일종의 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봇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침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증된 에이전트 플레이어, 관전 가능한 자동 플레이어, 혹은 인간 게이머의 보조 조종자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가능성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에이전트는 쉽게 길을 잃었고, 같은 벽에 반복해서 부딪혔고, 문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전투 메뉴에서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행사의 재미이자 배움이었다. “웃긴 장면일수록 시스템 버그가 선명하게 보였다”는 말처럼, 포켓몬은 에이전트의 오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 자연어 벤치마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관찰 실패, 행동 실패, 기억 실패, 복구 실패가 화면 위에서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포켓몬에서 배운 건 포켓몬이 아니라 관찰 가능성이었다.” “AI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가 세계를 오해하는 방식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챔피언로드보다 어려운 건 관찰 루프였고, 사천왕보다 중요한 건 세이브 습관이었다.” “좋은 에이전트는 천재가 아니라 꼼꼼한 여행자에 가깝다. 지도 보고, 한 걸음 가고, 다시 확인한다.” “봇을 막아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봇의 존재가 아니라, 신원도 규칙도 없는 봇이다.” 결국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이 던진 질문은 “AI가 포켓몬을 대신 깰 수 있는가?”보다 깊다. 이 행사는 “AI와 함께 게임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를 물었다. 에이전트 시대의 자동화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주고, 에이전트가 실행하고, 인간이 다시 감독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지켜보고, 교정하고, 함께 모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vyvhouse에서 열린 이 해커톤은 귀여운 포켓몬 화면을 통해 아주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 게임은 그 자동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봇은 언제나 적인가, 아니면 인증되고 통제된 조건 아래 새로운 게이머가 될 수 있는가.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에이전트가 세계를 배우는 과정을 인간이 옆에서 지켜보고 훈수두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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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 후기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Hashed가 운영하는 해커하우스 vyvhouse에서 열린 실험적 해커톤이다. 출발점은 단순했다. “AI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게임도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 포켓몬이라는 익숙한 게임을 무대로 삼았지만, 실제 주제는 게임 클리어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세계를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실패를 복구하며, 장기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 행사는 단순한 자동 플레이 봇 대회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포켓몬을 하나의 에이전트 하네스 실험장으로 다뤘다. 에이전트가 화면을 관찰하고, RAM 상태를 읽고, 짧은 행동을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하며, 기억과 세이브포인트를 통해 진행을 이어갈 수 있는지 테스트했다. 겉으로는 “AI가 포켓몬을 할 수 있나?”였지만, 안쪽 질문은 훨씬 컸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환경에서 실제 사용자처럼 행동할 수 있는가?” “자동화는 어디까지 게임 경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가?”였다. 참가자들은 금방 깨달았다. 포켓몬은 생각보다 어렵다. 좌표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고, 화면을 보지 않으면 울타리, NPC, 문, 표지판, 막힌 길을 이해할 수 없다. 대화창이 떠 있는지, 전투 메뉴인지, 건물 안인지 바깥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 참가자는 “에이전트가 멍청한 줄 알았는데, 사실 우리가 눈을 안 달아준 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스크린샷 한 장이 로그 백 줄보다 낫다”고 했다. 숫자 상태는 필요하지만, 게임의 진짜 맥락은 화면 위에서 드러났다. 가장 큰 교훈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하네스가 얼마나 잘 설계됐는가”였다. 처음에는 에이전트에게 “북쪽으로 가서 상점에 들어가라”처럼 긴 명령을 줬지만, 한 칸만 어긋나도 전체 계획이 무너졌다. NPC에 부딪히거나 대화창이 뜨면 입력의 의미가 바뀌었다. 결국 참가자들은 2~4개 정도의 짧은 액션을 실행한 뒤, 바로 스크린샷과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누군가는 “장기 추론보다 어려운 건 두 칸 걷고 멈추는 절제였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우리는 더 똑똑한 프롬프트를 원했는데, 실제로 필요했던 건 더 짧은 액션 리스트였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버튼을 누르는 대신 에이전트에게 훈수두듯 지시하고, 화면을 보며 판단을 교정하고, 실패를 관찰했다. 어떤 참가자는 “내가 직접 게임하는 것보다, 에이전트가 게임하는 걸 코칭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건 자동사냥이 아니라 AI한테 옆에서 잔소리하면서 같이 모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손으로 조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전략을 주고 에이전트의 행동을 감독하는 메타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이 지점에서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은 게임 속 봇에 대한 기존 관념도 흔들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봇은 대체로 막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동 파밍, 부정 플레이, 경쟁 환경 훼손, 게임 경제 교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통제된 환경, 명확한 신원인증, 공개된 규칙, 제한된 권한이 있다면 에이전트도 일종의 게이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봇을 무조건 차단해야 할 침입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인증된 에이전트 플레이어, 관전 가능한 자동 플레이어, 혹은 인간 게이머의 보조 조종자로 설계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가능성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에이전트는 쉽게 길을 잃었고, 같은 벽에 반복해서 부딪혔고, 문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고, 전투 메뉴에서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오히려 행사의 재미이자 배움이었다. “웃긴 장면일수록 시스템 버그가 선명하게 보였다”는 말처럼, 포켓몬은 에이전트의 오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실험장이었다. 자연어 벤치마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관찰 실패, 행동 실패, 기억 실패, 복구 실패가 화면 위에서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참가자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포켓몬에서 배운 건 포켓몬이 아니라 관찰 가능성이었다.” “AI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AI가 세계를 오해하는 방식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챔피언로드보다 어려운 건 관찰 루프였고, 사천왕보다 중요한 건 세이브 습관이었다.” “좋은 에이전트는 천재가 아니라 꼼꼼한 여행자에 가깝다. 지도 보고, 한 걸음 가고, 다시 확인한다.” “봇을 막아야 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봇의 존재가 아니라, 신원도 규칙도 없는 봇이다.” 결국 Pokemondev.com Harness Hackathon이 던진 질문은 “AI가 포켓몬을 대신 깰 수 있는가?”보다 깊다. 이 행사는 “AI와 함께 게임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가?”를 물었다. 에이전트 시대의 자동화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를 주고, 에이전트가 실행하고, 인간이 다시 감독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수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직접 조작하는 플레이어일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를 훈련시키고, 지켜보고, 교정하고, 함께 모험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vyvhouse에서 열린 이 해커톤은 귀여운 포켓몬 화면을 통해 아주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이전트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가. 게임은 그 자동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봇은 언제나 적인가, 아니면 인증되고 통제된 조건 아래 새로운 게이머가 될 수 있는가.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은 적어도 한 가지를 확인했다. 에이전트가 세계를 배우는 과정을 인간이 옆에서 지켜보고 훈수두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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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OBA 위켄드톤'이 열렸습니다. 창업자 48명, 30여 개 팀이 모여 1박 2일간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AI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좁은 시장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의미가+9
5월 30일,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OBA 위켄드톤'이 열렸습니다. 창업자 48명, 30여 개 팀이 모여 1박 2일간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AI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좁은 시장 안에서 우리끼리 싸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글로벌과 경쟁하려면 힘을 합쳐 시장 크기부터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닫혀 있던 기술 생태계가 먼저 열려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문제의식을 꺼내야 했습니다. 해시드가 얼라이언스를 제안하며 판을 깔자 시장이 반응했습니다. 넥슨, LG유플러스, GS네오텍 등이 자사 API와 자산을 빌더들에게 내줬고, OpenAI도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해야 할 일입니다. 영리한 계산이 깔려있을지라도,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판을 키우자며 먼저 문을 열어젖히는 액션에는 분명히 리스펙트할 만한 진정성이 있습니다. 해시드의 제작 지원을 통해 함께 제작하였습니다. 이런 이벤트들이 더 많이 소개되고, 한국에 더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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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는 어떤 하네스인가? 이제 "AI가 코딩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정작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에이전트가 포켓몬을 깰 수 있을까?" 이건 사실 LLM 에이전트의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는 어떤 하네스인가? 이제 "AI가 코딩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정작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에이전트가 포켓몬을 깰 수 있을까?" 이건 사실 LLM 에이전트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는 질문이다. 코드 몇 줄 짜는 건 쉽다. 그런데 화면을 보고, 현재 위치를 기억하고, 목표를 잃지 않고, 벽에 박았을 때 "아 이거 아니네" 하고 다시 길을 찾는 것. 이 멍청할 정도로 단순한 루프를 현존 AI들은 의외로 잘 못한다. 이번 이벤트가 보여주려는 핵심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다. 왠만한 모델에게 포켓몬을 맡기면 같은 벽 앞에서 무한 루프를 돈다. 현재 위치도, 다음 목표도 안정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실패한 AI를 다시 목표로 돌려보낼 장치가 있는가?" 관찰하고, 다시 시도하고, 목표를 점검한다. 이 루프를 묶어주는 게 바로 하네스다. save state, memory, retry, goal check 같은 아이템을 조합해서 길 잃은 에이전트를 억지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거창하게 "LLM agent benchmark" 운운하는 대신, 그냥 다 같이 포켓몬 하다가 AI가 정신 나가는 걸 구경하는 이벤트. 목표는 포켓몬 레드에서 초록마을 구간에 도달하기. 포켓몬 게임용 에이전트 하네스를 뜯고, 고치고, 살려낸다. 포켓몬을 정직하게 플레이하게 만들든, 미친 경로탐색 괴물을 만들든 수단은 자유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초록마을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참가자는 포켓몬 트레이너처럼 입장한다. AI가 헤매는 장면을 관찰하고(FIGHT), 실패 패턴을 도감처럼 기록하고(DEX), 하네스 아이템을 꺼내 조립하고(BAG), 수정한 하네스로 재도전한다(RUN). 마지막엔 진행 로그와 웃긴 장면을 다 같이 공유한다. 참가하면 무엇을 얻느냐. 솔직하게 적자면 에이전트 디버깅 PTSD, 지옥의 상태관리 시스템 만들기, 인간이 생각보다 robust한 존재였다는 깨달음, 그리고 운 좋으면 실제로 포켓몬 깨는 AI. 마지막 항목 빼고는 전부 보장된다. ULWmon :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토요일 11시부터 15시까지, 청담동 VYV House에서 열린다. 등록은 호스트 승인 후 확정되며, 지갑으로 토큰 보유 인증이 필요하다. Backed by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는 어떤 하네스인가? 이제 "AI가 코딩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자랑거리도 아니다. 그냥 사실이다. 정작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에이전트가 포켓몬을 깰 수 있을까?" 이건 사실 LLM 에이전트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는 질문이다. 코드 몇 줄 짜는 건 쉽다. 그런데 화면을 보고, 현재 위치를 기억하고, 목표를 잃지 않고, 벽에 박았을 때 "아 이거 아니네" 하고 다시 길을 찾는 것. 이 멍청할 정도로 단순한 루프를 현존 AI들은 의외로 잘 못한다. 이번 이벤트가 보여주려는 핵심은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다. 왠만한 모델에게 포켓몬을 맡기면 같은 벽 앞에서 무한 루프를 돈다. 현재 위치도, 다음 목표도 안정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실패한 AI를 다시 목표로 돌려보낼 장치가 있는가?" 관찰하고, 다시 시도하고, 목표를 점검한다. 이 루프를 묶어주는 게 바로 하네스다. save state, memory, retry, goal check 같은 아이템을 조합해서 길 잃은 에이전트를 억지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업이다. 거창하게 "LLM agent benchmark" 운운하는 대신, 그냥 다 같이 포켓몬 하다가 AI가 정신 나가는 걸 구경하는 이벤트. 목표는 포켓몬 레드에서 초록마을 구간에 도달하기. 포켓몬 게임용 에이전트 하네스를 뜯고, 고치고, 살려낸다. 포켓몬을 정직하게 플레이하게 만들든, 미친 경로탐색 괴물을 만들든 수단은 자유다.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초록마을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참가자는 포켓몬 트레이너처럼 입장한다. AI가 헤매는 장면을 관찰하고(FIGHT), 실패 패턴을 도감처럼 기록하고(DEX), 하네스 아이템을 꺼내 조립하고(BAG), 수정한 하네스로 재도전한다(RUN). 마지막엔 진행 로그와 웃긴 장면을 다 같이 공유한다. 참가하면 무엇을 얻느냐. 솔직하게 적자면 에이전트 디버깅 PTSD, 지옥의 상태관리 시스템 만들기, 인간이 생각보다 robust한 존재였다는 깨달음, 그리고 운 좋으면 실제로 포켓몬 깨는 AI. 마지막 항목 빼고는 전부 보장된다. ULWmon : Harness Hackathon은 6월 6일 토요일 11시부터 15시까지, 청담동 VYV House에서 열린다. 등록은 호스트 승인 후 확정되며, 지갑으로 토큰 보유 인증이 필요하다. Backed by Hashed. https://pokemonde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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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론티어 인터뷰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Wx0C42-S5z4 존경하는 노정석 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AI 프론티어 방송은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챙겨보는 몇 안 되는 롱폼 콘텐츠 중 하나라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과 AI 에이전트 이야기를 하려고 갔는데, 대화하다 보니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은 실행의 비용이 정말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팀, 자본, 시간, 개발력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한 사람과 여러 에이전트의 조합으로 훨씬 작고 빠르게 실험됩니다. 그래서 VC가 망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초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자본의 가장 큰 쓰임이 개발 인력과 실행 비용이었다면, 그 비용이 압축되는 시대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멘토십, 신뢰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눈에 보이는 건 다 오픈소스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제품 자체를 만드는 난이도가 낮아질수록 진짜 가치는 코드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더 빨리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더 선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고,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입니다. 대학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교육, 커뮤니티라는 기능이 점점 언번들링되고 있고,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기존 제도보다 더 강한 학습과 성장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마다 에이전트를 갖고, 에이전트끼리 거래하고, 결제하고, 평판을 쌓는 세상이 온다면 신원과 평판, 결제의 인프라가 필요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 수 있나보다, 나는 무엇을 의도하고 있나. AI는 실행을 도와주지만 먼저 욕망하거나 방향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남는 건 의도, 판단, 관계의 깊이, 그리고 취향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행이 싸지고 유틸리티가 당연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감과 내러티브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생산의 도구로서의 인간은 줄어들지만, 취향을 만들고 관계를 깊게 가져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여는 사람의 가치는 더 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 에이전트 네이티브 조직, VC와 대학의 변화, 에이전트 경제와 블록체인, 취향의 미래까지 꽤 넓게 이야기했습니다. 괄호를 많이 열고 온 느낌이라 저도 다시 보면서 생각을 더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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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프론티어 인터뷰 후기 https://www.youtube.com/watch?v=Wx0C42-S5z4 존경하는 노정석 대표님과는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AI 프론티어 방송은 개인적으로도 꾸준히 챙겨보는 몇 안 되는 롱폼 콘텐츠 중 하나라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과 AI 에이전트 이야기를 하려고 갔는데, 대화하다 보니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많이 하는 생각은 실행의 비용이 정말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팀, 자본, 시간, 개발력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한 사람과 여러 에이전트의 조합으로 훨씬 작고 빠르게 실험됩니다. 그래서 VC가 망한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초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자본의 가장 큰 쓰임이 개발 인력과 실행 비용이었다면, 그 비용이 압축되는 시대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멘토십, 신뢰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그리고 비슷한 속도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눈에 보이는 건 다 오픈소스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제품 자체를 만드는 난이도가 낮아질수록 진짜 가치는 코드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더 빨리 만들었는지보다, 누가 더 선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고, 어떤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방향입니다. 대학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발, 교육, 커뮤니티라는 기능이 점점 언번들링되고 있고,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기존 제도보다 더 강한 학습과 성장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경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마다 에이전트를 갖고, 에이전트끼리 거래하고, 결제하고, 평판을 쌓는 세상이 온다면 신원과 평판, 결제의 인프라가 필요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역할도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 수 있나보다, 나는 무엇을 의도하고 있나. AI는 실행을 도와주지만 먼저 욕망하거나 방향을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남는 건 의도, 판단, 관계의 깊이, 그리고 취향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행이 싸지고 유틸리티가 당연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영감과 내러티브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생산의 도구로서의 인간은 줄어들지만, 취향을 만들고 관계를 깊게 가져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여는 사람의 가치는 더 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 에이전트 네이티브 조직, VC와 대학의 변화, 에이전트 경제와 블록체인, 취향의 미래까지 꽤 넓게 이야기했습니다. 괄호를 많이 열고 온 느낌이라 저도 다시 보면서 생각을 더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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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 WEEKENDTHON 참가자 모집 바이브코딩으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 하게 됩니다. “아니, API 하나 쓰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닫혀 있고, 왜 이렇게 제한이 많지?” 저도 요즘 여러 제품과 서비
OBA WEEKENDTHON 참가자 모집 바이브코딩으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 하게 됩니다. “아니, API 하나 쓰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닫혀 있고, 왜 이렇게 제한이 많지?” 저도 요즘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보면서 이 문제를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AI로 만드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정작 연결해야 할 서비스와 데이터는 아직도 너무 많이 닫혀 있습니다. 그래서 Hashed가 마켓핏랩과 함께 OBA(Open Builder Alliance) WEEKENDTHON을 엽니다. OBA WEEKENDTHON은 넥슨, LG U+, 마이리얼트립 등 10개 이상의 기업이 자사 API와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빌더들이 1박 2일 동안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는 해커톤입니다. 그냥 아이디어만 말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실제로 API를 붙이고, 제품을 만들고, 팀을 만나고, 1박 2일 동안 끝까지 빌드하는 캠프입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빌드 세션뿐 아니라 LETS 네트워킹 세션도 함께 진행합니다. 누가 무엇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도 남기고 싶습니다. 닫힌 생태계를 깨는 건 결국 빌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개발 생태계를 직접 넓히고 싶은 사람, 같은 문제의식과 에너지를 가진 동료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같이 와주세요. OBA WEEKENDTHON - 주최: Hashed, 마켓핏랩 - 일시: 5/30(토) 10:30 ~ 5/31(일) 20:00, 1박 2일 - 장소: 카카오 AI 캠퍼스, 경기 용인 - 모집 대상: Open API, AI 빌딩에 관심 있는 개발자, 빌더, 메이커 - 모집 인원: 최대 50명, 1~3인 팀 - 모집 기한: - 1차 선발: 5/25(월) 오후 6시 - 2차 선발: 5/28(목) 오후 6시, 잔여 인원에 한해 진행 - 비용: 참가비 및 숙박비 무료 - 선발 방식: 지원서 기반 내부 평가 - 상금: 스폰서 개발 트랙별 100만원, 참여 트랙 제한 없음 https://luma.com/y3nz68hw 좋은 API, 좋은 오픈소스, 좋은 빌더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번 주말, 같이 빌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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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인프라로 남길지 선택해야 한다. 질문은 분명하다. 누구에게 돈을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까지 함께 일해주는 존재를 나눠줄 것인가, 그리고 그 존재를 얼마나 깊이 나눠줄 것인가.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다. 만들 수 있어야 나눌 것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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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 나누기 전에 만들 수 있어야 한다 > 얼마 전 한 개발 특성화고 졸업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학생들 상당수가 프론티어 모델 구독 계정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부모가 결제해준 Claude와 Codex로 과제를 수행하고, 누구는 무료 모델의 좁은 한도 안에서 같은 과제와 씨름한다. 학교는 같고, 책상은 같고, 와이파이도 같다. 다른 건 옆에 어떤 도구가 켜져 있느냐다. 개발자가 되겠다고 같은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 사이에서 출발선이 갈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원화는 그 교실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 강의실, 자카르타의 부트캠프, 라고스의 직업학교, 그리고 마흔에 진로를 바꾸려는 사람의 노트북 앞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검색창과 무료 모델로 과제를 푼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하고, 유튜브 강의를 멈춰가며 따라 친다. 다른 한쪽은 프론티어 모델을를 켠다. 이 도구들은 더 이상 설명만 해주는 조교가 아니다. 저장소를 읽고, 파일을 고치고, 테스트를 돌리고, 실패 로그를 보고 다시 수정한다. 이슈를 맡기면 PR까지 만들어 온다. 같은 과제를 받았지만, 한쪽은 혼자 일하고 다른 한쪽은 동료 몇 명을 옆에 앉혀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에이전트형 도구를 활용한 생산성의 차이는 극명하다. 수 주가 걸리던 프로토타입을 몇 시간 만에 만들고, 혼자서는 손도 못 댔을 규모의 코드를 주말 안에 굴린다. 현업 개발자에게서 2배, 3배의 생산성 향상은 흔한 이야기가 되었고, 초보자에게서는 그 배수가 더 크다. 0과 1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을, AI와 함께라면 일단 돌아가게 만든다. 이건 더 이상 컴퓨터공학과만의 풍경이 아니다. 마케터가 데이터 대시보드를 코드로 만들고,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스크립트를 짜고, 의사가 환자 데이터 분석 도구를 직접 돌리고, 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코드로 뽑는다. 코딩은 직업이 아니라 문해력이 되어가고 있다. AI 코딩 도구의 가격은 그래서 개발자 보조 도구의 가격이 아니다. 21세기의 새로운 글쓰기 도구 가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영어, 장비, 멘토의 격차는 늘 있었지만, 공개된 지식을 뒤지며 실력을 쌓는 길은 열려 있었다. 인도의 시골 학생이 MIT 강의를 듣고 실리콘밸리에 입사하는 서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AI는 이 믿음을 흔든다. 예전 교육은 언어를 배우는 일에 가까웠다. 변수, 조건문, 함수를 익히고 자기 문장을 쓰는 식이었다. 이제는 문법을 다 모르는 학생 옆에 통역사이자 공동 작업자가 앉아 있다. 학생은 빈 파일 앞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미 움직이는 무언가 앞에서 시작한다.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문법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좋은 AI 도구는 그 막막함을 대신 통과해준다. 같은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빨리 실패하고, 더 빨리 다시 고치는가. 격차는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가격 문제가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한다. 월 20달러짜리 입문 구독으로 진짜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 에이전트가 저장소 전체를 읽고, 여러 파일을 동시에 수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해 돌리려면 토큰이 빠르게 소진된다. 입문 구독은 챗봇으로 질문 몇 번 던지기에 적당한 양이지, 실제 프로젝트를 며칠씩 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짜 생산자가 쓰는 도구는 Claude Max나 ChatGPT Pro 같은 월 100~200달러대의 상위 요금제다. 여기에 주요 API 호출 비용까지 더하면 한 달 30만 원이 우습게 나간다. 학생에게는 한 달 용돈을 통째로 넘기는 액수다. 그리고 이 가격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월 200달러는 미국 학생에게는 무리해서 한 번 결제해볼 만한 액수, 한국 대학생에게는 월세의 일부, 인도네시아 청년에게는 한 달 임금에 가까운 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청년에게는 몇 달치 임금이다.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의 가격이 더 비싼 곳이 적지 않다. 같은 노트북과 같은 인터넷을 가진 두 사람이 있어도 출발선이 다르다. 여기서 기본소득 논의를 다시 봐야 한다. 기본소득은 사회가 이미 만들어낸 생산을 어떻게 나눌지의 문제다. 분배의 문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가격에 따라 갈리고 있다. Max 수준의 도구가 옆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코드로, 코드를 제품으로, 제품을 매출로 바꾸는 사이클을 며칠 만에 돈다. 도구가 없는 사람은 같은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두고 한 달을 보낸다. 분배할 파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분배 이전에 먼저 벌어진다. 그래서 기본AI는 기본소득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앞 단계다. 사회가 나눌 것을 만들기 전에,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최소 출발선부터 보장하자는 의제다. 모든 시민이 자기 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료를 한 명은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이건 복지가 아니라 인프라다. 19세기에 의무교육이, 20세기에 전기와 상수도가 그랬던 것처럼. 다만 여기서 게임의 룰이 한 번 더 꺾인다. 모두에게 입문 구독을 나눠주는 건 의미가 작다. 정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쓰는 건 Max 등급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정책적 질문은 좁혀진다. 모든 시민에게 얕은 도구를 평평하게 깔 것인가, 아니면 실제로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Max 수준의 도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학생, 창업자, 연구자, 1인 사업자, 진로를 바꾸려는 직장인처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입문 구독이 아니라 상위 등급이 필요하다. 누구를 생산자로 정의하고, 어떤 단위로 그들에게 토큰을 공급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10년 산업정책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AI는 Spotify나 Netflix처럼 국가별 차등 가격으로 풀기 어렵다. 음악과 영상은 한 번 만들어두면 추가 시청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AI는 다르다. 모델이 한 번 답할 때마다 GPU 시간과 전력이라는 실제 토큰 원가가 발생한다. 한국 사용자든 방글라데시 사용자든 같은 질문에 같은 비용이 든다. 글로벌 단일가가 쉽게 깨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기본AI는 국제기구의 합의를 기다릴 일이 아니라, 개별 국가가 직접 떠안아야 할 전략이 된다. 누가 자기 국민의 토큰 비용을 대신 낼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가 AI 사용권을 일괄 구매해 시민에게 나눠주든, 모델 제공사와 국가 단위 라이선스를 맺든, 오픈소스 모델을 자국 인프라에 올려 운영하든, 결국은 한 국가의 재정과 의지가 결정한다. 그 위에 오픈소스 기반의 에이전트 인프라가 깔리면 토큰 원가 자체를 국내에서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AI는 질의응답 도구가 아니라 공통 작업 환경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학의 데이터 분석, 법학의 문서 자동화, 의대의 임상 데이터 처리, 디자인 학교의 인터랙티브 작업 모두에 필요하다. 이미 움직인 나라가 있다. UAE는 2025년 전 국민과 거주자에게 ChatGPT Plus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OpenAI와 합의했다. 산유국이 석유 수익으로 시민에게 나눠준 것이 현금 배당이 아니라 AI 접근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분배보다 생산 능력의 최소 조건을 먼저 골랐다.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Plus 수준에서 Max 수준으로, 모든 국민에서 생산자 그룹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들어온 초과세수를 어떻게 쓸지 논의하고 있다. 1인당 얼마를 나눠주자는 이야기, 민생회복지원금을 다시 풀자는 이야기가 오간다. 한 번의 소비로 사라지는 배당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국민들에게 Max 수준의 AI 동료를 보장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전 국민 5천만 명에게 입문 수준 도구를 1년간 제공하는 데 약 1.6조 원, 100만 명에게 Max 수준 도구를 1년간 보장하는 데 약 2.4조 원이 든다. 어느 쪽이든 일회성 현금 지원의 일부 규모로, 차원이 다른 생산 기반이 사회에 남는다. UAE가 석유 시대의 끝에서 AI 시대의 시작을 택한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사이클의 과실을 한 번의 위로금으로 흘려보낼지, 모든 시민의 출발선을 끌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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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도구를 1년간 제공하는 데 약 1.6조 원, 생산자 100만 명에게 Max 수준 도구를 1년간 보장하는 데 약 2.4조 원이 든다. 어느 쪽이든 일회성 현금 지원의 일부 규모로, 차원이 다른 생산 기반이 사회에 남는다. 그 특성화고의 한 교실에서, 누구는 켜고 누구는 못 켜던 그 도구가 모두의 책상 위에 놓이게 된다. UAE가 석유 시대의 끝에서 AI 시대의 시작을 택한 것처럼, 한국도 반도체 사이클의 과실을 한 번의 위로금으로 흘려보낼지, 모든 시민의 출발선을 끌어올리는 인프라로 남길지 선택해야 한다. 질문은 분명하다. 누구에게 돈을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까지 함께 일해주는 존재를 나눠줄 것인가, 그리고 그 존재를 얼마나 깊이 나눠줄 것인가. 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다. 만들 수 있어야 나눌 것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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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이전에 기본AI, 나누기 전에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 개발 특성화고 졸업생으로부터 학생들 상당수가 프론티어 모델 구독 계정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는 부모가 결제해준 Cursor와 Claude로 과제를 수행하고, 누구는 무료 모델의 좁은 한도 안에서 같은 과제와 씨름한다. 학교는 같고, 책상은 같고, 와이파이도 같다. 다른 건 옆에 어떤 도구가 켜져 있느냐다. 개발자가 되겠다고 같은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 사이에서 출발선이 갈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원화는 그 교실만의 일이 아니다. 대학 강의실, 자카르타의 부트캠프, 라고스의 직업학교, 그리고 마흔에 진로를 바꾸려는 사람의 노트북 앞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쪽은 검색창과 무료 모델로 과제를 푼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하고, 유튜브 강의를 멈춰가며 따라 친다. 다른 한쪽은 Claude Code, Codex, Cursor를 켠다. 이 도구들은 더 이상 설명만 해주는 조교가 아니다. 저장소를 읽고, 파일을 고치고, 테스트를 돌리고, 실패 로그를 보고 다시 수정한다. 이슈를 맡기면 PR까지 만들어 온다. 같은 과제를 받았지만, 한쪽은 혼자 일하고 다른 한쪽은 동료 몇 명을 옆에 앉혀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에이전트형 개발 도구를 활용한 생산성의 차이는 극명하다. 수 주가 걸리던 프로토타입을 몇 시간 만에 만들고, 혼자서는 손도 못 댔을 규모의 코드를 주말 안에 굴린다. 현업 개발자에게서 2배, 3배의 생산성 향상은 흔한 이야기가 되었고, 초보자에게서는 그 배수가 더 크다. 0과 1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을, AI와 함께라면 일단 돌아가게 만든다. 이 격차가 매주, 매달 누적된다. 이건 더 이상 컴퓨터공학과만의 풍경이 아니다. 마케터가 데이터 대시보드를 코드로 만들고,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 스크립트를 짜고, 의사가 환자 데이터 분석 도구를 직접 돌리고, 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 프로토타입을 코드로 뽑는다. 코딩은 직업이 아니라 문해력이 되어가고 있다. AI 코딩 도구의 가격은 그래서 개발자 보조 도구의 가격이 아니다. 21세기의 새로운 생산성 도구 가격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영어, 장비, 멘토의 격차는 늘 있었지만, 공개된 지식을 뒤지며 실력을 쌓는 길은 열려 있었다. 인도의 시골 학생이 MIT 강의를 듣고 실리콘밸리에 입사하는 서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AI는 이 믿음을 흔든다. 예전 교육은 언어를 배우는 일에 가까웠다. 변수, 조건문, 함수를 익히고 자기 문장을 쓰는 식이었다. 이제는 문법을 다 모르는 학생 옆에 통역사이자 공동 작업자가 앉아 있다. 학생은 빈 파일 앞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이미 움직이는 무언가 앞에서 시작한다. Stack Overflow는 첫 번째 질문창에서 AI가 만든 답을 검증하는 참고서로 자리를 옮겼다. 무료 모델로 시작한 학생은 그 검증조차 혼자 해야 한다. 피드백 속도의 차이가 아닌 실행 자체의 차이가 벌어진다.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문법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좋은 AI 도구는 그 막막함을 대신 통과해준다. 같은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빨리 실패하고, 더 빨리 다시 고치는가. 격차는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가격 문제가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월 20달러짜리 입문 구독으로 진짜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 에이전트가 저장소 전체를 읽고, 여러 파일을 동시에 수정하고, 테스트를 반복해 돌리려면 토큰이 빠르게 소진된다. 입문 구독은 챗봇으로 질문 몇 번 던지기에 적당한 양이지, 실제 프로젝트를 며칠씩 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짜 생산자가 쓰는 도구는 Claude Max나 ChatGPT Pro 같은 월 100~200달러대의 상위 요금제다. 여기에 Cursor 같은 IDE 구독, API 호출 비용까지 더하면 한 달 30만 원이 우습게 나간다. 학생에게는 한 달 용돈을 통째로 넘기는 액수다. 그리고 이 가격은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월 200달러는 미국 학생에게는 무리해서 한 번 결제해볼 만한 액수, 한국 대학생에게는 월세의 일부, 인도네시아 청년에게는 한 달 임금에 가까운 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많은 청년에게는 몇 달치 임금이다.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의 가격이 더 비싼 곳이 적지 않다. 같은 노트북과 같은 인터넷을 가진 두 사람이 있어도 출발선이 다르다. 여기서 기본소득 논의를 다시 봐야 한다. 기본소득은 사회가 이미 만들어낸 생산을 어떻게 나눌지의 문제다. 분배의 문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 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가격에 따라 갈리고 있다. Max 수준의 도구가 옆에 있는 사람은 아이디어를 코드로, 코드를 제품으로, 제품을 매출로 바꾸는 사이클을 며칠 만에 돈다. 도구가 없는 사람은 같은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두고 한 달을 보낸다. 분배할 파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분배 이전에 먼저 벌어진다. 그래서 기본AI는 기본소득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앞 단계다. 사회가 나눌 것을 만들기 전에, 만들 수 있는 능력의 최소 출발선부터 보장하자는 의제다. 모든 시민이 자기 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동료를 한 명은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이건 복지가 아니라 인프라다. 19세기에 의무교육이, 20세기에 전기와 상수도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게임의 룰이 한 번 더 꺾인다. 모두에게 입문 구독만 나눠주는 건 의미가 제한적이다. 정작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쓰는 건 Max 등급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짜 정책적 질문은 이렇게 발전한다. 모든 시민에게 얕은 도구만 평평하게 깔 것인가, 아니면 추가적으로 실제로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토큰을 지원할 것인가. 학생, 창업자, 연구자, 1인 사업자, 진로를 바꾸려는 직장인처럼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입문 구독이 아니라 상위 등급이 필요하다. 누구를 생산자로 정의하고, 어떤 단위로 그들에게 토큰을 공급할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10년 산업정책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AI는 Spotify나 Netflix처럼 국가별 차등 가격으로 풀기 어렵다. 음악과 영상은 한 번 만들어두면 추가 시청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AI는 다르다. 모델이 한 번 답할 때마다 GPU 시간과 전력이라는 실제 토큰 원가가 발생한다. 한국 사용자든 방글라데시 사용자든 같은 질문에 같은 비용이 든다. 글로벌 단일가가 쉽게 깨지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기본AI는 국제기구의 합의를 기다릴 일이 아니라, 개별 국가가 직접 떠안아야 할 전략이 된다. 누가 자기 국민의 토큰 비용을 대신 낼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가 AI 사용권을 일괄 구매해 시민에게 나눠주든, 모델 제공사와 국가 단위 라이선스를 맺든, 오픈소스 모델을 자국 인프라에 올려 운영하든, 결국은 한 국가의 재정과 의지가 결정한다. 이건 글로벌 캠페인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다. 그 위에 오픈소스 기반의 에이전트 인프라가 깔리면 토큰 원가 자체를 국내에서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AI는 질의응답 도구가 아니라 공통 작업 환경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학의 데이터 분석, 법학의 문서 자동화, 의대의 임상 데이터 처리, 디자인 학교의 인터랙티브 작업 모두에 필요하다. 이미 움직인 나라가 있다. UAE는 2025년 전 국민과 거주자에게 ChatGPT Plus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OpenAI와 합의했다. 산유국이 석유 수익으로 시민에게 나눠준 것이 현금 배당이 아니라 AI 접근권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토큰 비용을 국가가 직접 떠안기로 한 것이고, 분배보다 생산 능력의 최소 조건을 먼저 골랐다.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Plus 수준에서 Max 수준으로, 모든 국민에서 생산자 그룹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들어온 초과세수를 어떻게 쓸지 논의하고 있다. 1인당 얼마를 나눠주자는 이야기, 민생회복지원금을 다시 풀자는 이야기가 오간다. 한 번의 소비로 사라지는 배당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국민들에게 AI 동료를 보장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전 국민 5천만 명에게 입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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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은 늘 어제의 나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막상 쓰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장 강렬하게 발견한다. 나는 종종 두 종류의 글을 구분하려 애쓴다. 하나는 나를 위한 글, 다른 하나는 독자를 위한 글. 전자는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한 생각을 더듬거리며 붙잡아두려는 시도다. 후자는 이미 어느 정도 선명해진 생각을, 가능한 한 손상 없이 전달하려는 행위다. 이 구분은 매번 무너진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바꾸기 때문이다. 종이에 적히는 순간,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은 더 이상 그 생각이 아니다. 이미 다른 물질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를 위한 글"로 시작한 글이 어느 순간 "독자를 위한 글"로 변질되고, 독자를 위한 글이라 믿고 썼던 글이 나중에 읽어보니 나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글이 되어 있기도 하다. 토끼굴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이 현상을 점점 더 자주 경험한다. 초기에는 쓰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 생각이 선명해지는 느낌, 그것을 언어로 붙잡았을 때의 만족감.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일이 점점 불편해졌다. 최근에는 몇 달 전에 썼던 글을 열어보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그 글을 썼을 때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그 글은 더 이상 나의 글이 아니게 된다. 과거의 내가 남겨둔, 이제는 낯선 누군가의 기록이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쓴다는 것은 곧 죽는 일이라고. 언어 속으로 자신을 새겨 넣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자신을 지운다고. 처음 그 문장을 봤을 때는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것이 그저 사실에 대한 정확한 묘사였음을 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통과하면서 옆으로 밀려난다. 글을 다 쓴 사람은 거기서 한 발 더 떨어져, 자신이 더 이상 그 글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더 기이한 것은, 그 분리가 일어나는 순간에는 본인이 그것을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중에야, 한참 뒤에야, 다시 그 글을 펼쳐 들고서야 깨닫는다. 모든 문장은 어떤 의미에서 흔적이다. 거기 적힌 '나'는 이미 그곳에 없다. 글은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하고, 도착한 순간 그 의미는 다음 독해로, 다음 맥락으로, 다음의 나로 미뤄진다. 그래서 글은 끝나지 않는다. 끝났다고 믿는 순간, 그것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다. 그럼에도 나는 또 쓴다. 글을 쓰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활의 리듬이 무너지면, 쓸 에너지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 그럼에도 왜 쓰는가. 아마도 쓰지 않으면 생각이 완료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 무한히 유연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밖으로 꺼내는 순간, 한정되고, 거칠어지고, 불완전해진다. 이 불완전함을 견디는 행위가 바로 글을 쓰는 일이다. 쓴다는 것은 생각을 포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누군가에게 읽힐 수밖에 없는 상태로, 그 생각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 그리고 그 생각은 내보내진 순간부터 더 이상 내 통제 아래 있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는,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나로부터 분리시키는 작업이다. 어제 쓴 글이 오늘 부끄러운 이유는 단순히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다. 그 글을 썼던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은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로부터 떼어내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다. 그리고 이 과정은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오늘의 내가 쓴 글은 내일의 나에게 또다시 부끄러운 글이 될 것이다. 그것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가 아직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다.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날은 내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날일 것이다. 흔적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 한, 나는 아직 어제의 나보다 조금 멀리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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