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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이젠 한국서 찍는다.
마약 공장 만든 28세 타노스
'공장에서 직접 물건 받는 사람은 다섯 명도 안 될 걸요?'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난 P는 한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에 따르면 그 인물, 최모(28)씨는 해외 마약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넘겨받는 거물이었다.
P는 최씨의 앞방 노릇을 했다.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은 뒤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드라퍼에게 넘겨주는 역할이다.
취재팀은 마약 업계의 살아있는 정보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마약 유통 과정에 관여한 인물의 증언이 필요했다.
수사 기관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P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쉽게 나서려 하지 않던 그는 끈질긴 설득 끝에 취재팀과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한 속죄의 뜻에서다.
그의 입에서는 살아 숨쉬는 업계의 생생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중 하나가 최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P와 수사 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부터 네덜란드와 미국·동남아 등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마약을 들여와 전국에 뿌렸다.
그 중에는 동남아 마약 공장과 직접 거래해 들여온 물량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팀의 귀를 사로잡은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앞으로 캔디는 한국에서 찍는다.
지난해 4월 텔레그램에 최씨의 메시지가 뿌려졌다. 캔디는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즉 엑스터시를 가리키는 은어다. 지금껏 수입해 팔던 엑스터시를 아예 국내에서 제작하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그는 엑스터시를 찍어낼 수 있는 프레스 기계를 해외에서 은밀하게 들여왔고, 텔레그램에 그걸 찍은 동영상도 전송했다.
흡사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직접 최상급 필로폰을 제조·판매해 마약계 거물이 되는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전개다.
그는 자신에게 '타노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끝판왕, 바로 그 타노스였다.
마약 제조 장비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수만 명을 중독시키겠다는 야심이 담긴 듯 했다.
그는 과연 야심을 이뤘을까?
마약업계 큰손은 수수료가 아까웠다.
타노스가 마약을 매매한 건 마약 구매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 어벤저스라는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운영하면서부터였다.
타노스가 취급한 마약은 필로폰, 합성 대마 등 다양하지만, 전공은 엑스터시였다. 엑스터시는 알약 형태라 우편 배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오기도 판매하기도 편한 물품이었다.
물론 세관에서 적발되기도 그만큼 쉬웠다. 큰 물량이 적발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했다.
유통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타노스를 대신해 해외로 나가 마약을 밀수하는 지게꾼,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는 앞방, 배송받은 마약을 나눠 구매자들에게 배달하는 드라퍼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꽤 많았다.
한 마약업계 관계자는 “지게꾼과 앞방에게는 건당 500만~1000만원은 줘야 한다. 드로퍼의 경우 건당 10만원 정도 받는데 하루에 50~100건은 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거액이 든다”고 말했다.
엑스터시 직접 제작 결심… 기계와 원료 들여와
타노스는 이 때문에 19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이후 씨가 마른 국내 마약 밀조 업자가 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보았듯이 제조 장비를 갖추고 유통할 수 있다면 몇 년 안에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타노스는 꿈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통해 장비를 알아본 뒤 행동에 옮겼다.
그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마약 제조 기계를 들여왔다. 부품들을 따로따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세관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벨기에가 원산지인 엑스터시의 원료 몰리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은 수십 차례 해당 국가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한 경험이 있는 그가 현지 유통상을 통해 몰리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벨기에와 국경이 맞닿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장은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도 양주시에 마련했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공모씨와 이모씨가 합류했다.
기계는 라면박스 크기다. 모양은 제빵기 기계와 비슷하다. 원료인 몰리 가루를 기계에 붓고 프레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된다. 화학 첨가물을 섞어 초록색을 입히고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겉면에 코팅제를 입힌 뒤 소분했다.
하루 2400만원어치 엑스터시 제작 성공…브랜드화 시도까지 생산은 순조로웠다.
이들이 제작한 알약은 하루 300알에 달했다. 엑스터시 한 알이 8만원 정도에 유통된다. 매일 2400만원 상당의 엑스터시가 제작된 셈이다.
타노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이 만든 엑스터시에 ‘식스나인(69)’ ‘퍼니셔’ 등의 이름까지 새기며 브랜드화를 시도했다.
각각 미국 래퍼와 마블 영화 주인공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공씨와 이씨가 갑자기 경찰에 검거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씨가 공급하는 마약을 구매자들에게 전달하는 드라퍼 역할도 맡고 있었는데, 구매자들에게 판 마약 때문에 꼬리를 잡혔다.
이들에 대한 압수 수색 과정에서 직접 제조한 엑스터시와 기계가 발견됐고, 국내 최초로 엑스터시를 대량 생산해 유통하려는 범죄의 전말이 드러났다.
타노스의 왕국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체포된 공범들은 의리를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앞방과 드라퍼 노릇을 하다가 수사당국에 적발돼 구치소에 갇혀 있던 피의자들도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타노스와 텔레그램으로만 거래해 일면식도 없었지만, 대포폰 등을 활용해 마약 통관에 여러 차례 공을 세운 터라 타노스의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마약 범죄로 구속되자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상선인 타노스는 네덜란드,미국,동남아 등지에서 마약을 들여올 수 있는 수입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그가 모두 조율해 들여온 마약을 앞방이 받고 드라퍼가 내다 팔았을 뿐이다. 그가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데 나만 구속된 게 억울하다.(P의 주장)
그러나 P는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타노스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알지 못했다. 그가 타노스의 실체를 알게 된 건 구치소에서 타노스의 학교 동창 박모씨를 만나면서였다.
두 사람은 ‘타노스’와 ‘쉐도우’(최씨가 수사망을 피해 바꾼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타노스와 쉐도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P는 박씨를 통해 타노스의 신원을 파악했고, 곧장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렸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타노스, 즉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타노스가 되고 싶었던 한 20대 마약 사범의 야망은 이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바스러지고 말았다.
수사 당국은 최씨가 ''마약 제조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왜 제작 기계가 거기 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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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이젠 한국서 찍는다.
마약 공장 만든 28세 타노스
'공장에서 직접 물건 받는 사람은 다섯 명도 안 될 걸요?'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난 P는 한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에 따르면 그 인물, 최모(28)씨는 해외 마약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넘겨받는 거물이었다.
P는 최씨의 앞방 노릇을 했다.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은 뒤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드라퍼에게 넘겨주는 역할이다.
취재팀은 마약 업계의 살아있는 정보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마약 유통 과정에 관여한 인물의 증언이 필요했다.
수사 기관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P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쉽게 나서려 하지 않던 그는 끈질긴 설득 끝에 취재팀과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한 속죄의 뜻에서다.
그의 입에서는 살아 숨쉬는 업계의 생생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중 하나가 최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P와 수사 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부터 네덜란드와 미국·동남아 등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마약을 들여와 전국에 뿌렸다.
그 중에는 동남아 마약 공장과 직접 거래해 들여온 물량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팀의 귀를 사로잡은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앞으로 캔디는 한국에서 찍는다.
지난해 4월 텔레그램에 최씨의 메시지가 뿌려졌다. 캔디는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즉 엑스터시를 가리키는 은어다. 지금껏 수입해 팔던 엑스터시를 아예 국내에서 제작하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그는 엑스터시를 찍어낼 수 있는 프레스 기계를 해외에서 은밀하게 들여왔고, 텔레그램에 그걸 찍은 동영상도 전송했다.
흡사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직접 최상급 필로폰을 제조·판매해 마약계 거물이 되는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전개다.
그는 자신에게 '타노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끝판왕, 바로 그 타노스였다.
마약 제조 장비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수만 명을 중독시키겠다는 야심이 담긴 듯 했다.
그는 과연 야심을 이뤘을까?
마약업계 큰손은 수수료가 아까웠다.
타노스가 마약을 매매한 건 마약 구매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 어벤저스라는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운영하면서부터였다.
타노스가 취급한 마약은 필로폰, 합성 대마 등 다양하지만, 전공은 엑스터시였다. 엑스터시는 알약 형태라 우편 배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오기도 판매하기도 편한 물품이었다.
물론 세관에서 적발되기도 그만큼 쉬웠다. 큰 물량이 적발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했다.
유통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타노스를 대신해 해외로 나가 마약을 밀수하는 지게꾼,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는 앞방, 배송받은 마약을 나눠 구매자들에게 배달하는 드라퍼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꽤 많았다.
한 마약업계 관계자는 “지게꾼과 앞방에게는 건당 500만~1000만원은 줘야 한다. 드로퍼의 경우 건당 10만원 정도 받는데 하루에 50~100건은 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거액이 든다”고 말했다.
엑스터시 직접 제작 결심… 기계와 원료 들여와
타노스는 이 때문에 19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이후 씨가 마른 국내 마약 밀조 업자가 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보았듯이 제조 장비를 갖추고 유통할 수 있다면 몇 년 안에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타노스는 꿈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통해 장비를 알아본 뒤 행동에 옮겼다.
그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마약 제조 기계를 들여왔다. 부품들을 따로따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세관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벨기에가 원산지인 엑스터시의 원료 몰리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은 수십 차례 해당 국가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한 경험이 있는 그가 현지 유통상을 통해 몰리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벨기에와 국경이 맞닿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장은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도 양주시에 마련했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공모씨와 이모씨가 합류했다.
기계는 라면박스 크기다. 모양은 제빵기 기계와 비슷하다. 원료인 몰리 가루를 기계에 붓고 프레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된다. 화학 첨가물을 섞어 초록색을 입히고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겉면에 코팅제를 입힌 뒤 소분했다.
하루 2400만원어치 엑스터시 제작 성공…브랜드화 시도까지 생산은 순조로웠다.
이들이 제작한 알약은 하루 300알에 달했다. 엑스터시 한 알이 8만원 정도에 유통된다. 매일 2400만원 상당의 엑스터시가 제작된 셈이다.
타노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이 만든 엑스터시에 식스나인(69), 퍼니셔 등의 이름까지 새기며 브랜드화를 시도했다.
각각 미국 래퍼와 마블 영화 주인공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공씨와 이씨가 갑자기 경찰에 검거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씨가 공급하는 마약을 구매자들에게 전달하는 드라퍼 역할도 맡고 있었는데, 구매자들에게 판 마약 때문에 꼬리를 잡혔다.
이들에 대한 압수 수색 과정에서 직접 제조한 엑스터시와 기계가 발견됐고, 국내 최초로 엑스터시를 대량 생산해 유통하려는 범죄의 전말이 드러났다.
타노스의 왕국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체포된 공범들은 의리를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앞방과 드라퍼 노릇을 하다가 수사당국에 적발돼 구치소에 갇혀 있던 피의자들도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타노스와 텔레그램으로만 거래해 일면식도 없었지만, 대포폰 등을 활용해 마약 통관에 여러 차례 공을 세운 터라 타노스의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마약 범죄로 구속되자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상선인 타노스는 네덜란드,미국,동남아 등지에서 마약을 들여올 수 있는 수입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그가 모두 조율해 들여온 마약을 앞방이 받고 드라퍼가 내다 팔았을 뿐이다. 그가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데 나만 구속된 게 억울하다.(P의 주장)
그러나 P는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타노스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알지 못했다. 그가 타노스의 실체를 알게 된 건 구치소에서 타노스의 학교 동창 박모씨를 만나면서였다.
두 사람은 ‘타노스’와 ‘쉐도우’(최씨가 수사망을 피해 바꾼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타노스와 쉐도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P는 박씨를 통해 타노스의 신원을 파악했고, 곧장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렸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타노스, 즉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타노스가 되고 싶었던 한 20대 마약 사범의 야망은 이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바스러지고 말았다.
수사 당국은 최씨가 ''마약 제조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왜 제작 기계가 거기 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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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이젠 한국서 찍는다.
마약 공장 만든 28세 타노스
'공장에서 직접 물건 받는 사람은 다섯 명도 안 될 걸요?'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난 P는 한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에 따르면 그 인물, 최모(28)씨는 해외 마약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넘겨받는 거물이었다.
P는 최씨의 앞방 노릇을 했다.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은 뒤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드라퍼에게 넘겨주는 역할이다.
취재팀은 마약 업계의 살아있는 정보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마약 유통 과정에 관여한 인물의 증언이 필요했다.
수사 기관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P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쉽게 나서려 하지 않던 그는 끈질긴 설득 끝에 취재팀과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한 속죄의 뜻에서다.
그의 입에서는 살아 숨쉬는 업계의 생생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중 하나가 최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P와 수사 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부터 네덜란드와 미국·동남아 등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마약을 들여와 전국에 뿌렸다.
그 중에는 동남아 마약 공장과 직접 거래해 들여온 물량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팀의 귀를 사로잡은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앞으로 캔디는 한국에서 찍는다.
지난해 4월 텔레그램에 최씨의 메시지가 뿌려졌다. 캔디는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즉 엑스터시를 가리키는 은어다. 지금껏 수입해 팔던 엑스터시를 아예 국내에서 제작하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그는 엑스터시를 찍어낼 수 있는 프레스 기계를 해외에서 은밀하게 들여왔고, 텔레그램에 그걸 찍은 동영상도 전송했다.
흡사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직접 최상급 필로폰을 제조·판매해 마약계 거물이 되는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전개다.
그는 자신에게 '타노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끝판왕, 바로 그 타노스였다.
마약 제조 장비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수만 명을 중독시키겠다는 야심이 담긴 듯 했다.
그는 과연 야심을 이뤘을까?
마약업계 큰손은 수수료가 아까웠다.
타노스가 마약을 매매한 건 마약 구매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 어벤저스라는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운영하면서부터였다.
타노스가 취급한 마약은 필로폰, 합성 대마 등 다양하지만, 전공은 엑스터시였다. 엑스터시는 알약 형태라 우편 배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오기도 판매하기도 편한 물품이었다.
물론 세관에서 적발되기도 그만큼 쉬웠다. 큰 물량이 적발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했다.
유통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타노스를 대신해 해외로 나가 마약을 밀수하는 지게꾼,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는 앞방, 배송받은 마약을 나눠 구매자들에게 배달하는 드라퍼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꽤 많았다.
한 마약업계 관계자는 “지게꾼과 앞방에게는 건당 500만~1000만원은 줘야 한다. 드로퍼의 경우 건당 10만원 정도 받는데 하루에 50~100건은 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거액이 든다”고 말했다.
엑스터시 직접 제작 결심… 기계와 원료 들여와
타노스는 이 때문에 19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이후 씨가 마른 국내 마약 밀조 업자가 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보았듯이 제조 장비를 갖추고 유통할 수 있다면 몇 년 안에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타노스는 꿈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통해 장비를 알아본 뒤 행동에 옮겼다.
그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마약 제조 기계를 들여왔다. 부품들을 따로따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세관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벨기에가 원산지인 엑스터시의 원료 몰리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은 수십 차례 해당 국가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한 경험이 있는 그가 현지 유통상을 통해 몰리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벨기에와 국경이 맞닿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장은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도 양주시에 마련했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공모씨와 이모씨가 합류했다.
기계는 라면박스 크기다. 모양은 제빵기 기계와 비슷하다. 원료인 몰리 가루를 기계에 붓고 프레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된다. 화학 첨가물을 섞어 초록색을 입히고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겉면에 코팅제를 입힌 뒤 소분했다.
하루 2400만원어치 엑스터시 제작 성공…브랜드화 시도까지 생산은 순조로웠다.
이들이 제작한 알약은 하루 300알에 달했다. 엑스터시 한 알이 8만원 정도에 유통된다. 매일 2400만원 상당의 엑스터시가 제작된 셈이다.
타노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이 만든 엑스터시에 ‘식스나인(69)’ ‘퍼니셔’ 등의 이름까지 새기며 브랜드화를 시도했다.
각각 미국 래퍼와 마블 영화 주인공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공씨와 이씨가 갑자기 경찰에 검거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씨가 공급하는 마약을 구매자들에게 전달하는 드라퍼 역할도 맡고 있었는데, 구매자들에게 판 마약 때문에 꼬리를 잡혔다.
이들에 대한 압수 수색 과정에서 직접 제조한 엑스터시와 기계가 발견됐고, 국내 최초로 엑스터시를 대량 생산해 유통하려는 범죄의 전말이 드러났다.
타노스의 왕국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체포된 공범들은 의리를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앞방과 드라퍼 노릇을 하다가 수사당국에 적발돼 구치소에 갇혀 있던 피의자들도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타노스와 텔레그램으로만 거래해 일면식도 없었지만, 대포폰 등을 활용해 마약 통관에 여러 차례 공을 세운 터라 타노스의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마약 범죄로 구속되자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상선인 타노스는 네덜란드,미국,동남아 등지에서 마약을 들여올 수 있는 수입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그가 모두 조율해 들여온 마약을 앞방이 받고 드라퍼가 내다 팔았을 뿐이다. 그가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데 나만 구속된 게 억울하다.(P의 주장)
그러나 P는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타노스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알지 못했다. 그가 타노스의 실체를 알게 된 건 구치소에서 타노스의 학교 동창 박모씨를 만나면서였다.
두 사람은 ‘타노스’와 ‘쉐도우’(최씨가 수사망을 피해 바꾼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타노스와 쉐도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P는 박씨를 통해 타노스의 신원을 파악했고, 곧장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렸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타노스, 즉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타노스가 되고 싶었던 한 20대 마약 사범의 야망은 이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바스러지고 말았다.
수사 당국은 최씨가 “마약 제조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왜 제작 기계가 거기 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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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 이젠 한국서 찍는다” 마약 공장 만든 28세 ‘타노스’
"공장에서 직접 물건 받는 사람은 다섯 명도 안 될 걸요?"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접견실에서 만난 P는 한 흥미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P에 따르면 그 인물, 최모(28)씨는 해외 마약 공장에서 직접 물건을 넘겨받는 거물이었다.
P는 최씨의 ‘앞방’ 노릇을 했다.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은 뒤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드라퍼에게 넘겨주는 역할이다.
취재팀은 마약 업계의 살아있는 정보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마약 유통 과정에 관여한 인물의 증언이 필요했다.
수사 기관에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끝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P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쉽게 나서려 하지 않던 그는 끈질긴 설득 끝에 취재팀과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한 속죄의 뜻에서다.
그의 입에서는 살아 숨쉬는 업계의 생생한 정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중 하나가 최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P와 수사 당국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부터 네덜란드와 미국·동남아 등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마약을 들여와 전국에 뿌렸다.
그 중에는 동남아 마약 공장과 직접 거래해 들여온 물량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팀의 귀를 사로잡은 건 그 다음 이야기였다.
앞으로 ‘캔디’는 한국에서 찍는다.
지난해 4월 텔레그램에 최씨의 메시지가 뿌려졌다. 캔디는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즉 엑스터시를 가리키는 은어다. 지금껏 수입해 팔던 엑스터시를 아예 국내에서 제작하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그는 엑스터시를 찍어낼 수 있는 프레스 기계를 해외에서 은밀하게 들여왔고, 텔레그램에 그걸 찍은 동영상도 전송했다.
흡사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 교사인 주인공이 직접 최상급 필로폰을 제조·판매해 마약계 거물이 되는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전개다.
그는 자신에게 '타노스'라는 별칭을 붙였다.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것만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든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끝판왕, 바로 그 타노스였다. 마약 제조 장비의 버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수만 명을 중독시키겠다는 야심이 담긴 듯 했다.
그는 과연 야심을 이뤘을까?
마약업계 큰손은 수수료가 아까웠다.
타노스가 마약을 매매한 건 마약 구매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 어벤저스라는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운영하면서부터였다.
타노스가 취급한 마약은 필로폰·합성 대마 등 다양하지만, 전공은 엑스터시였다. 엑스터시는 알약 형태라 우편 배송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들여오기도 판매하기도 편한 물품이었다.
물론 세관에서 적발되기도 그만큼 쉬웠다. 큰 물량이 적발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봐야 했다.
유통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타노스를 대신해 해외로 나가 마약을 밀수하는 지게꾼, 항공우편으로 마약을 배송받는 앞방, 배송받은 마약을 나눠 구매자들에게 배달하는 드라퍼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꽤 많았다.
한 마약업계 관계자는 “지게꾼과 앞방에게는 건당 500만~1000만원은 줘야 한다. 드로퍼의 경우 건당 10만원 정도 받는데 하루에 50~100건은 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거액이 든다”고 말했다.
엑스터시 직접 제작 결심…
기계·원료 들여와
타노스는 이 때문에 19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이후 씨가 마른 국내 마약 밀조 업자가 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보았듯이 제조 장비를 갖추고 유통할 수 있다면 몇 년 안에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타노스는 꿈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을 통해 장비를 알아본 뒤 행동에 옮겼다.
그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마약 제조 기계를 들여왔다. 부품들을 따로따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세관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벨기에가 원산지인 엑스터시의 원료 몰리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은 수십 차례 해당 국가로부터 마약을 밀반입한 경험이 있는 그가 현지 유통상을 통해 몰리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벨기에와 국경이 맞닿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장은 자신의 거주지인 경기도 양주시에 마련했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공모씨와 이모씨가 합류했다.
기계는 라면박스 크기다. 모양은 제빵기 기계와 비슷하다. 원료인 몰리 가루를 기계에 붓고 프레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된다. 화학 첨가물을 섞어 초록색을 입히고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겉면에 코팅제를 입힌 뒤 소분했다.
하루 2400만원어치 엑스터시 제작 성공…브랜드화 시도까지 생산은 순조로웠다.
이들이 제작한 알약은 하루 300알에 달했다. 엑스터시 한 알이 8만원 정도에 유통된다. 매일 2400만원 상당의 엑스터시가 제작된 셈이다.
타노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이 만든 엑스터시에 ‘식스나인(69)’ ‘퍼니셔’ 등의 이름까지 새기며 브랜드화를 시도했다.
각각 미국 래퍼와 마블 영화 주인공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공씨와 이씨가 갑자기 경찰에 검거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최씨가 공급하는 마약을 구매자들에게 전달하는 드라퍼 역할도 맡고 있었는데, 구매자들에게 판 마약 때문에 꼬리를 잡혔다.
이들에 대한 압수 수색 과정에서 직접 제조한 엑스터시와 기계가 발견됐고, 국내 최초로 엑스터시를 대량 생산해 유통하려는 범죄의 전말이 드러났다.
타노스의 왕국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체포된 공범들은 의리를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앞방과 드라퍼 노릇을 하다가 수사당국에 적발돼 구치소에 갇혀 있던 피의자들도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타노스와 텔레그램으로만 거래해 일면식도 없었지만, 대포폰 등을 활용해 마약 통관에 여러 차례 공을 세운 터라 타노스의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마약 범죄로 구속되자 타노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상선인 타노스는 네덜란드,미국,동남아 등지에서 마약을 들여올 수 있는 수입 경로를 확보하고 있다.
그가 모두 조율해 들여온 마약을 앞방이 받고 드라퍼가 내다 팔았을 뿐이다. 그가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데 나만 구속된 게 억울하다.(P의 주장)
그러나 P는 텔레그램으로만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타노스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알지 못했다. 그가 타노스의 실체를 알게 된 건 구치소에서 타노스의 학교 동창 박모씨를 만나면서였다.
두 사람은 ‘타노스’와 ‘쉐도우’(최씨가 수사망을 피해 바꾼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타노스와 쉐도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P는 박씨를 통해 타노스의 신원을 파악했고, 곧장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렸다.
검찰은 지난해 8월 타노스, 즉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 타노스가 되고 싶었던 한 20대 마약 사범의 야망은 이렇게 한여름 밤의 꿈처럼 바스러지고 말았다.
수사 당국은 최씨가 “마약 제조는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왜 제작 기계가 거기 있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나를 모함하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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